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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Sep 22. 2021

아버지와치매 1

치매, 가족력

몇 년 전 아버지에게는 부모님 같던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다.


상실감으로 상주 자리를 지키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고모님들을 포함한 아버지까지 치매를 걱정하거나 경험하고 있다. 아버지의 경우 코로나 전까지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현장 일을 하셨다. 일이 조금씩 줄고, 코로나까지 겹치니 엄청난 활동을 하던 아버지는 무력감이 왔을 듯하고 지금의 치매 혹은 유사한 어떤 병을 걱정하는 단계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우리보다 더 빨리 확인을 권해 본 것은 사촌 형님네였다. 지난 설쯤 인사차 (형님과 아버지는 서너 살 정도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집에 오셨고, 그때 지인이 인근 병원의 의사 셔서 검사 권유를 했다고 한다. 그때쯤 고모님들이 치매로 고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연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회차를 보며 '아차'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극 중 여주인공인 채송화의 어머니가 손이 떨리는 증상과 함께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았고, 증상이 너무 흡사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주 초기 증상이었고, MRI로 확인한 결과 해당 병명을 진단받았는데. 이런 모습은 이후 아버지에게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확증이 더해질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건강검진을 받은 병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고 연락이 오거나, 식사 혹은 물건을 건네는 손이 엄청 떨리는 것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워낙 보수적인 성격이고 고집도 센 아버지라 자식들 말, 주변의 말을 들을 리 없었고... 진료는커녕 어떤 확인을 할 기회도 못 갖고 있다. 


사실 아파서 실려가지 않는 한 강제로 모셔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번 추석,

일부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본 전화기 속에는 치매 관련 앱, 수많은 메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당신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내가 치매요'하고 스스로 검사를 받고,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고 있고, 자주 보지 못한 친구분들 사이에서도 아버지의 이전과 다른 모습을 얘기하기도 하셨다니 답답할 뿐이다.


약이 치료는 아니지만, 조금은 늦출 수 있다고 하던데. 마음을 하루빨리 돌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



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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