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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Nov 23. 2021

엑셀을 잘하면, 야근을 안 하게 되나요?

패캠의 광고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너무 진지했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최근 패스트캠퍼스의 광고를 보면 대놓고 야근, 연봉, 승진을 못하는 이유를 개인에게 묻고 있죠. '니가 안배워서 그런거야' 라는 조크 아닌 조크를 주며 자기 계발의 기회를 만들라고 푸시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엑셀 등 교육 과정에서 '치트키'인 양 배움을 강요하고 있기도 하죠. 


이는 마치 취업의 전부가 스펙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본질은 무시한 체 도구에만 집착하는 것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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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엑셀을 정말 잘하는 대리님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엑셀이 회계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뭔가 배우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자료 활용에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활용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기술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후에 생각해 보니 회사 업무에서 엑셀을 사용한다는 것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엑셀을 많이 쓴다 = 회사 시스템이 부족하다



회사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니다. 일의 흐름과 순서, 각자의 역할이 공장과 사무실에 딱딱 돌아갈 때 좋은 성과와 최고의 효율을 냅니다. 직무 역량을 더 중요시하는 조직의 특징으로 가는 것도 이와 무관할 듯한데요. 부서, 업무가 나뉘어 있는 것은 기업 크기에 따른 세분화의 결과라 할 수 있죠. 부품처럼 보일 수도 있고, 업무 리더십이 강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하튼 기업은 시스템이 기반이 됩니다.


그런데 시스템은 전산으로 만듭니다. SAP, 더존 같은 프로그램이 이를 뒷받침하고, 비쌀수록 정교합니다. 큰 조직일수록 정교함이 더해지고, 사람의 손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사람의 손이 많이 닿으면 에러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엑셀을 쓴다는 것은 손이 많이 가고, 잡무가 많고, 업무로드가 많이 걸리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즉 엑셀을 배우는 것이 이 시간을 줄여주긴 하지만... 이는 회사가 투자를 미룬 결과이기 때문이란 것이죠. 




야근도 그러합니다.

상사의 눈치 때문에 못하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퇴근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야근을 일부러 하기도 합니다. 광고는 회사의 의지가 담겨 있으니 패캠의 광고는 이 모든 것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편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고작 엑셀을 배우는 것, 배우는 것만으로 돌리는 것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워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자기 계발은 자신의 역량을 높이는 과정이니까요. 그러나 직장인의 삶은 다른 사람이 만든 집에, 룰이 있는 장소에 내가 들어가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정해진 바닥에서 어찌해도 바뀔 수 없는 시스템 혹은 관습 같은 것이 있는 것이죠.





취업을 할 때 가장 필요한 자격증, 외국어 점수, 공모전 경험이 무엇인가요 묻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는 본질이 전도된 질문입니다. 취업은 평생의 직무를 정하고,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잘할 수 있는 이유를 서류와 말로 증명하고, 확인하며 실패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본질은 '직무'입니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스펙은 도구입니다. 증명의 도구이긴 하나 직무 본질에 있어 도구가 본질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죠. 토익 900점이 영어를 못하면 해외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이고, 내성적인 사람이 제약 영업을 잘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도구를 갖추었다고 직무를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죠.




다시 돌아가면,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서 '야근이 필요 없는 회사'로 가야 합니다. 연봉을 높이려면 이직을 해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것이죠. 여기 있으면 그냥 그 일을 하면서, 같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그게 괜찮고, 견딜만하면 이직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직의 경우도 전 직원이 하진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무능해서 야근을 하는 것도, 승진을 못하는 것도, 연봉이 제자리인 것은 아니란 것이죠. 못 배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회사가 그런 겁니다. 자책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도전하면 됩니다. 저 광고가 이상한 것이고, 동의가 안 되는 것이지... 여러분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건 아니란 것이죠!



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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