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직 상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대표 Apr 19. 2022

햇살 좋은 날, 커피숍을 갑니다.

일상.

얼마 전 20년 묵은 짐을 하나 덜어 냈습니다.



스무 살 즈음 뽑았던 첫 사랑니 이후로 치료 과정의 두려움은 남은 세 개의 사랑니를 덜어낼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마취를 아무리 하더라도 부수는 소리, 가는 소리가 두려워 치과에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 것이죠. 아마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던 중 4시간 간격으로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치통이 밀려왔고, 결국 치과를 찾게 되었습니다. 치과에 가면 가장 먼저 '눈탱이 맞지 않을까' 하는 것을 걱정하는 게 대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치과는 특히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마 아이들 때문에 갔던 곳에서 상세한 설명을 들었고, 사랑니는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서 빼야 한다는 얘길 듣고 인근 병원을 뒤졌습니다. 다행히 가까이 한 병원을 찾았고, 당일 바로 사랑니를 발치했습니다. 보통 한 번에 한쪽을 빼는 것이라 하더라고요. 아래쪽 아픈 사랑니는 힘겨운 사투로 쪼개고, 쪼개어 발치를 완료했고 윗 니는 쑥! 힘으로 당겨 빼내며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치통도 함께 날아갔죠.


오랜만의 병원이다 보니 그 옆으로 염증이 있는 이들과 임플란트 얘기까지.... 돈 들어가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리는 경험을 하고 아픈 이를 붙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씹지 못하면 삶의 질도 나빠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짧은 시간에 경험한 것이기도 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남은 일은 일종의 보수작업. 임플란트 보험도 다시 들고 해야 하니 꽤나 긴 시간 이런 고민이 이어지겠습니다.


-


이런저런 경험과 고민으로 아이들 픽업을 하고, 죽은소에 가서 쇼핑을 잠시 한 후.. 인근 메가 커피로 이동했습니다. 따신 햇살과 단 음식, 커피도 당겼지요. 이 때문에 마시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만... 한 동안 못 마실 술 대신 좋아하는 것을 먹어야 하는데 (덕분에 몸무게가 다시 빠지고 있습니다)... 커피가 대안이 된 것이죠. 그리고 나오며 꽃집에서 할인하는 꽃이 보여 집사람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따신 햇살을 온몸으로 쬐는 것이 저에겐 가장 큰 낙이자, 행복한 순간입니다. 잠시나마 고민도 덜고,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잠시 잊는다는 건 (누군가 도망가는 거라 했는데..) 충전을 위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일과 일상의 분리처럼 말이죠.



여러분도 볕 좋은 지금,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퇴직 후, 계획 있으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