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사
저는 회계학과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입학부터 회계만 관심이 없었죠. 4학년까지 마케팅 과목들에 더 관심을 두기도 했었고요. 학점 관리도 잘 못해서 3쩜 극초반이기도 합니다. 토익은 700점 조금 모자란 수준… 첫 취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구매, 영업 등 회계 말고 좋은 기회를 잡을 뻔도 했었지만 최종 약 일 년 만에 취업한 곳은 물류기업 사업부 회계 담당자였습니다.
# 기업의 정보
물류/해운회사, 현재 약 3500억 매출
입사에 전공이 굉장히 중요하다
1년의 취업 후 알게 된 취업 불변의 진리는 전공의 중요성입니다. 전공은 직무를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최소 기준이고, 출발점이죠. 예를 들면, 직무 질문을 전공자에게 우선 하게 되고, 답변 여부에 따라 전공의 유리함 여부도 판가름 납니다. 비전공자라면 ‘왜’ 회계를 하게 된 건지를 묻고, 검증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동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왕이면 더 하고 싶은 사람, 더 잘 알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죠.
사업부 회계는 뭐가 다른가?
회사 크게 와 성장에 따라 개인에서 조직까지 회계 역할이 주어집니다. 사업부 회계는 다양한 사업 일부를 하게 되고 이 결과가 모여 전체 결산을 하게 되죠. 보통은 개인 > 팀 > 개별 팀 > 영업지원과 팀 > 사업부와 팀 > 등등으로 결산 프로세스를 현업에서 종합까지 설계 관리하게 됩니다.
제가 실제 했던 일은,
국내외 항구의 경비를 정산, 송금하고 이를 부가세 신고까지 관리합니다. 매출의 경우 세금계산서와 인보이스, 정산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배를 빌려 쓰다 보니 이에 대한 비용도 정기적으로 송금합니다. 이런 과정은 회계 전체의 일부죠. 그래서 사업부 회계를 지속하면 해당 사업부 특성 (일종의 작은 회사)만 이해하게 됩니다. 전체를 볼 수는 없죠. 시간도 걸리고요.
다만 1년 차 회계 담당자는 이를 통해서 기본적인 매출/매입의 과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기초를 닦기 좋은 기회인데요. 전공 여부 상관없이 업무 자체가 신입 회계에게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부끄럽지만 이때 부가세란 것을 처음 알았고, 세금계산서도 처음 보았습니다. 영세, 면세, 과세 등등의 것들도 그때 알았죠. 사실 알았다기보다 듣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죠. 이는 실무와 전공의 괴리이기도 합니다. 법인세도 허덕대면서 배웠던 전공 시절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더불어 이런 과정은 '전공 기본'을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회계는 여느 업무와 다르게 기준이 있고, 세법이 버티는 업무입니다. 그래서 이론을 잘 이해하면 업무가 수월한 것이죠. 적응 기간을 최소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1년 만에 부적응자로 퇴사를 하게 되었고, 중고 신입을 준비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경험들이 득이 된 것은 '회사'를 이해한 기회가 되었고, 회계가 밥벌이 수단이 되겠다는 당시는 우울한 사실을 직감하는 계기도 됩니다. 빛이 들지 않는 친구 자취방에 함께 살며 1년을 고생한 시발점이 되기도 하죠. 한편으로 회사 생활의 실제를 보면서 앞으로 저의 우울한 경력 생활을 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짧지만 조직 부적응자로서 회사 생활이 어떨지 앞날이 훤히 그려지는 계기라고 할까요? ㅎㅎㅎ (농담입니다)
이렇게 1년 만에 회사를 나와 1년 몇 개월 만에 지방 중소기업에서 다시 회계를 시작하게 됩니다. 중고 신입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