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성공적으로 보냈습니다.

왜 이래! 나 이메일 보내는 여자야!

by 잡주부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는 대다수의 30대 여자들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나를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나를 잉여인력으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울증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자 나는 더 바쁘게 움직였다.

유난스러우리만큼 깔끔하게 살림을 했고 아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엄마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 했다.

더 바쁘게 정신없게 분 단위로 나눠가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래.. 우울증 네까짓게 무슨 수로 나한테 오겠어.. 내가 지금 우울이고 나발이고 느낄 새도 없이 바쁜데...'

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머리를 대기 무섭게 잠에 빠져들었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나는 또 그렇게 어제처럼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이메일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잡주부님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꼭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 어? 뭐라고? 나랑 꼭 함께하고 싶다고?

내가 한번 해줘??!!


임신 출산 육아 기록을 남긴 블로그는 출산 후에도 꾸준히 유지했고 바쁘고 치열한 내 일상 중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렇게 점차적으로 성장한 내 블로그에 자사의 제품 리뷰를 부탁하는 업체의 메일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부탁을 했고 말끝마다 잘 부탁드린다며 다음에도 꼭 함께하고 싶다며 나를 애타게(?) 원하는 듯 보였다.


뿌듯했다.


가끔은 신랑에게 허세 가득 담긴 말투로

'아.. 너무 피곤해ㅠㅠ 그냥 잤으면 좋겠는데.. 오늘까지 마감이야.. 얼른 해주고 끝내버려야지..!'

라며 신랑은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혼잣말이지만 좀 듣고 반응하라는 듯 크게 떠들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일.


회사를 다닐 땐 하루에도 몇 통씩 아니 수십 통씩 주고받았고 아무런 감흥이 없던 일이었는데 집에서 살림하며 육아하는 엄마는 도통 이메일을 쓸 일도 없었으며 내 이메일 받은 편지함은 늘 광고메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더는 받고 싶지 않은 메일은 수신거부를 했고 스팸메일도 하나씩 지우며 편지함을 비웠다.

잡주부를 찾는 메일이 스팸메일과 함께 휩쓸려 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 네, 진행하도록 하죠' 이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이게 뭐라고 오늘도 나를 너무나 뜨겁게 하고 뭉클하게 만든다.


이메일발송.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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