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SOS] 취준 다시 하고 싶지 않은데 일은 힘들고…어떡하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안녕하세요. 1년간 취준한 끝에 첫 회사에 취직한 20대 중반, 3개월 차 신입입니다. 어렵게 취직한 거라 최대한 오래 다니고 싶은데, 일이 너무 힘듭니다. 어느 정도 각오도 하고 왔는데 조금 지치네요.
관리 및 운영 업무로 지원했다보니 거의 내근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사하니 외근도 잦고, 심지어 영업 지원까지 추가로 맡게 됐습니다. 성격과도 맞지 않고요. 제가 맡은 고객사만 10개가 넘는데 일도 다 떠맡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해요. 홍보물 제작, 고객사 관리, 보고서, 청구, 이벤트 기획 및 운영, 검사 분석에 영업 수주까지 다니려니 너무 버겁습니다. 직원 수가 적어서 일을 분배할 수도 없습니다.
2개월 하고도 2주 정도 일했는데요. 집에서 근무할 때는 새벽 2시까지 일하고, 회사에서는 막차 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일하는 날이 많습니다.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업무를 대체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출근 해야 합니다. 휴가를 써도 일해야 하고요. 상사는 평소보다 바쁠 때라고 하시는데, 그게 아니어도 꾸준히 바빴어요. 중간 관리직도 없어서 일을 여쭤보거나 사수 역할을 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회사 동료들도 좋고, 일도 싫진 않지만 너무 힘들어서 매일이 탈진 직전입니다. 월급 가지고 투정하고 싶지 않은데 교통비, 식비를 제외하면 거의 병원비로 들어가고 있어요. 이대로 그만두면 물경력이 될 것 같아 고민이에요. 취준 기간 동안 힘들었어서 정신과 약물을 지금까지 복용중이라, 다시 제가 그 시기를 견뎌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을까요?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별별이님 사연을 읽으면서, 남의 얘기 같지 않아 한숨을 푹푹 쉬며 읽었어요. 제 주변에도 별별이님과 같은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그만큼 20대 중후반은 한참 치열하게 사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다닐 시기죠.
제 주변 직장인들은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어느 정도 사회를 맛본 친구들이 대부분인데요. 그 이력이 무척 다양해요.
이제 3년 차인데 이직만 4번 경험했다는 친구, 취준 기간은 짧지 않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오래 고민한 끝에 30대 초반에 첫직장에 입사한 친구, 2년 째 야근과 주말출근을 견디다 못해 '탈업계'를 꿈꾸고 있는 친구, 다른 업계에서 몸을 갈아 일하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꿈을 펼치고 있는 친구 등등 말이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양상은 더욱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두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공통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버틸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는 거예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20대는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겪는데요. 사실 이건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기도 하고요. 그와 동시에 '내가 버틸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기준은 남들이, 내 친구가, 부모가, 상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정해야겠죠. 사연을 읽어보니 별별이님은 그 한계에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데 이를 악 물고 버티고 있는 것 같고요.
취준이 망망대해라면 힘든 회사 업무는 거센 파도 같아요.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건 나 자신이지만, 회사는 아니에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도에 휩쓸려 건강과 정신을 망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그 회사가 그럴 가치가 있나?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회사도 내가 힘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물경력이라고 하셨는데, 사회초년생 시절의 짧은 경력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별별이님, 너무 버티지 마세요. 신입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3개월 동안 격무에 시달렸다면 충분히 인내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금전적인 문제가 걱정된다면 월급 없이 3개월 정도는 쓸 수 있는 생활비는 마련해두고 그만두는 걸 권해요.
또 20대 중반이라면 자신을 다그치지 않아도 괜찮아요. 2018년, 모 취업플랫폼에서 상장사 571곳이 채용한 대졸 신입 직원 연령을 집계해보니 평균 30.9세였대요. 최근에는 취업난과 팬데믹으로 신입사원 연령은 더 높아졌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 조금만 더 관대해지는 게 좋겠습니다.
별별이님이 더 잘 일할 수 있는, 더 상식적인 근무환경을 가진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길 바라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회사가 크지 않은 곳에서는 일당백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저도 사회초년생 때 별별이님처럼 사수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맡아서 일해보기도 했고, 정신적으로 나름 잘 버티는 편이라 참으면서 일했지만 결국 건강에 탈이 났어요. 처음 겪어보는 몸상태에 놀라기도 했고요.
지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초반에 탈출했을 것 같아요. 특히 3개월도 안 된 시점이라면 더더욱요. 여러 시그널들이 많았고 느낌으론 분명 아니란 걸 알았는데, 주변 상황들도 영향을 미치면서 탈출 시기를 놓쳤고, 결국 조금만 더 버텨보자 결심한 경우였는데요.
마음을 다잡고 '경력이 쌓일 때까지 버텨내자, 이렇게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 그만큼 버티는 내공이 쌓일 거야'하면서 버텼어요. 그 안에서 또 나름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도 했고요. 힘든 만큼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고, 그러면서 일 내공을 스스로 많이 쌓았던 것 같아요.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으니까요.
별별이님은 3개월 차니 그만두기에 적기인 상황이에요. 더 일하면 저처럼 발을 빼기도 애매한 상황이 오거든요. 경력을 쌓으려면 최소 2~3년은 현재 회사에서 일을 해나가야 할텐데, 별별이님의 마음은 이미 '힘들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입에게 사연 정도의 업무 부담이 주어지고,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회사인 것도 맞고요.
특히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면 버텨낼 역치도 많이 낮아진 상태여서 걱정도 돼요. 업무 강도를 보면 과로로 인한 산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고요. 물론 산재는 실제로 인정되려면 요건이 좀 더 복잡하긴 하지만, 그런 정도로 만성 과로 상황 같아 보여요. 어쨌든 건강은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나빠지고 회복하려면 정말 오래 걸리거든요.
지금 필요한 건 그만두든 아니든 스스로를 한 번 믿어보시는 게 아닐까 해요. 그만둔다면, '충분히 취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자기 암시도 하면서요. 별별이님이 부족해서 취업이 길어진 게 아닐 확률도 높거든요.
각 회사들은 그 시기에 매번 필요한 인재가 달라져요. 하필 별별이님과 회사 채용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이력이 더 돋보일 회사들이 분명 있는데 찾지 못한 걸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거나 주변의 조언을 구해서 다시 한 번 자기소개서를 점검하고 써보면서, 자신감을 더 쌓아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혹시 도움되실까 해서 자소서, 면접 꿀팁 링크를 가져왔어요.)
만약 계속 다니는 선택을 한다면, 역시 '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서 활용해보시면 좋겠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몸도 더 쉽게 아프니까요.
그리고 마냥 버티기만 해선 안 되고, 현재 업무여건(인력 충원, 업무 분배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졌다는 걸 알리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도 반드시 어필하세요. 상사가 ‘알잖아. 회사 어려운 거. 다들 힘들어' 이런 식으로 들은 척도 안 한다면 그건 진짜 탈출해야 하는 신호예요. 혹시 모르니 출퇴근 시간 기록 같은 객관적 자료들도 평소에 잘 챙겨두시고요.
어떤 선택이든 몸과 정신이 건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선택하시고, 잘 회복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별별이님은 충분히 해내실 수 있는 사람이니까 스스로를 믿고 응원 많이 해주세요. 파이팅입니다!
⭐그때 나도 힘들었지 생각나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별별이님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3개월만에 그만두면 이 시간이 물경력이 되지 않을까, 취업 준비 기간이 너무 힘들었기에 다시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20대 중반에 3개월 근무, 벌써 물경력 여부를 생각하기엔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오히려 '아직 어린 나이에 회사 생활 경험이 있구나'를 보여주는 시간이지, 물경력을 논하기엔, 글쎄요. 이 시간이 물경력이 될지 여부는 앞으로의 시간에 달렸을 겁니다. 이 회사에서 경험과 성과를 얼마나 쌓고,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이를 생각해봤을 때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물경력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을 테고요.
별별이님은 소속 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힘드셨던 것 같아요. 지금 업무가 너무나 힘들지만, 취준 시간을 견디는 것 역시 힘든 일이라 더 고민이 되는 것 같고요. 정말 힘든 시간인 것 맞죠. 당장 퇴사 후 불확실한 취준생이라는 상황에 처하는 것, 누구나 힘들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래서 힘든 일을 견디고 회사를 다니는 것, 다시 취준생이 되는 것, 어떤 선택이 더 좋겠다 선뜻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별별이님의 성향과 상황, 또 회사에 따라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도 다를거고요.
그래서 어떤 선택이 좋겠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다만 선택을 할 때 이런 점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은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라면 이런 점을 고민한 뒤 결정할 것 같거든요.
동료나 일은 싫지 않지만, 업무가 너무 과중한 상황이라고요. 혹시 업무가 좀 더 익숙해지면 시간이 많이 줄어들 일인가요? 아니면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아 아무리 일이 익숙해져도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인가요?
입사 3개월 차면 아마 업무에 적응하는 중일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낯선 회사, 낯선 사람들, 처음 하는 일까지, 힘들 때죠. 누구나 힘든 시간일 겁니다. 만약 익숙해졌을 때 한결 편안해지는 업무라면 지금의 힘든 시간은 저절로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야근도 조금씩 줄 것이고요. 하지만 절대적인 업무량이 문제라면 지금의 업무 강도를 얼마나 더 견뎌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현재보다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은 건데요. 이건 회사 선배들을 보면 어느정도 짐작해 볼 수 있어요. 지금 선배들의 모습이 별별이님 미래의 모습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오래 일한 선배들 역시 업무에 치여 힘든 상황이거나, 오래 일하긴 했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물경력인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선배들은 수월하게 업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거나, 커리어를 닮고 싶은 선배가 있다면 버텨볼만 할 것 같고요.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도 별별이님이 선택한 그것이 '정답'이라는 거에요. 그러니 불안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든 일이겠지만,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요.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선택지를 찾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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