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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Nov 01. 2022

팀장 따돌림에 동조하라는데…막내인 저는 어쩌죠?

[별별SOS]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판, 해결책 없을까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입사 10개월 정도 된 신입이자 막내 사원입니다. 제게는 인턴 시절부터 잘해주시던 시니어 분이 계세요. 이 분을 A님이라고 할게요.

A님은 옆팀 분이신데요. 갑자기 재택근무로 전환될 때에도 잘 챙겨주셔서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몇달 전에는 팀장으로 승진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님이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고 계셨습니다. 팀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분이 있는데, 본인이 팀장이 안 되니까 회사 사람들을 들쑤셨는지 아무튼 그 분 중심으로 왕따를 당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요. 같은 팀 선배 몇 명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노선(?)을 정하라는 강요를 받고 있습니다…! "A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그러다 피해 볼까봐 걱정된다"면서요. 제가 전혀 몰랐다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얼른 입장을 정하는 게 좋을 거랍니다.

A님은 왜 왕따를 당하는지 모를 정도로 좋은 분이세요. 그런데 또 이런 이야기까지 들은 마당에 지내던 대로 지내도 괜찮을지 걱정됩니다. 전 그래봐야 막내고 솔직히 저까지 묶여서 왕따 당하는 건 너무 무서워요. 중고등학생 때도 안해 본 고민을 하고 있네요…. 어떡하죠?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사내 왕따라니. 별별이님 사연을 보고 '다 큰 어른들끼리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흔한 일이더군요. 앞에서는 친절하고 뒤에서는 뒷담화가 만연한 회사들도 있다고 하고요. 어떤 직장인들은 이런 걸 두고 "정치질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한다" "그것도 다 능력이다"라고 하던데, 글쎄요. 바쁜 현대사회에 굳이 윗사람들 기싸움하는 데 끼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 가장 쉬운 방법은 '모른 척'하는 것 같아요. 아마 별별이님의 동료분들도 대부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별별이님도 지금까지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모른 척이라고 해서 모든 상황을 방임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찰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시니어들 사이에서 어떤 갈등이 벌어졌는지, 어떤 시니어들이 어떤 주니어들을 붙잡고 같이 상황을 휘두르고 있는지, 조직 내의 거미줄 같은 관계부터 파악하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입사하신 지 이제 10개월 차라고 하시니 내부 상황을 확신하고 어떤 행동을 하기엔 아직 모르는 정보가 많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커리어를 쌓아가시되, 눈과 귀를 열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A님의 입장도, 나중에라도 꼭 들어보시고요.

나아가서는 이 문제가 어떤 개인들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 회사 전반의 악습인지 파악할 필요도 있어요. A님과 경쟁하던 시니어가 단순히 본인이 승진을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주도했는데, 그게 먹혔다? 입사한지 겨우 10개월이 된,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니어에게 '노선 정리'를 하라고 한다? 하나같이 치졸하고 이상하거든요! 별별이님이 아직 알지 못하는 개인적이거나 조직적인 문제들이 더 있을 거예요. 나중 가서 보면 '어쩐지 이상했어' 싶은 문제들이 말이죠.

사연만 놓고 보면 별별이님이 판도라의 상자를 지금 막 열어본 느낌이 드는데요. 인간 관계 문제는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만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 동료들에게 휘둘리지 마시고, 너무 지금의 회사와 동료들에게 매이지 마시고, 본인에게 좋은 선택을 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현실적으로 상사가 주도하는 집단 따돌림 상황에서 10개월 차 막내 사원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아요. 회사에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건 가진 권한과 실적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기엔 아직 모든 면에서 경험이 더 필요한 상태니까요. 또 소속팀에서 문제 없이 경력을 쌓으며 일을 해 나가야 하고요.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A팀장의 편을 들 수도, 그렇다고 소속팀 분위기를 거스를 수도 없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처럼 적극적인 동조는 피하되 그렇다고 대놓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누구 편'이 아닌 적당한 선을 지키는 정도가 어떨까 싶은 건데요.

섣불리 A팀장의 편을 들었다가 소속 팀에서 같이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고, 선배들의 알력 다툼에 괜히 나설 필요가 없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동조를 하는 것은 왕따에 일조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데다, A팀장님은 팀장으로 승진한만큼 오히려 조직 전체로 봤을 때는 업무적으로 뛰어나고 신임을 얻고 있는 분일 수 있어요.

관련 논문을 좀 살펴봤는데요. '직장 내 집단 따돌림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와 반 따돌림 대처의 효과'(유계숙, 2015)에서는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을 "직장에서 개인 근로자에게 최소 한 명 이상의 조직 성원들이 모욕·위협·처벌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부정적·공격적 행동을 권력 불균형적이고,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가함으로써 직장 내에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고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정의해요.

특히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은 실제보다 덜 보고하는 경향이 있대요. "사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거나,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을 거란 믿음, 비밀보장에 대한 우려, 희생양이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그 원인이라고 하는데요. 논문 조사 응답자 직장 중 66.4%가 집단 따돌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21.5%의 직장에선 대처 전략 자체가 없었다고 해요.

앞에서 별별이님께 편 들지 말고 중간 선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린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었어요. 경영진이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거나 피해자를 퇴사하도록 했다는 경우(경총 경영계 2012년 2월호)도 많다고 하고요.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집단 따돌림 해결을 위해서는 따돌림을 근절하려는 경영진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라고 해요. 신뢰와 존중, 공정성에 기반한 조직문화도 중요하다고 하고요.

그래서 경영진과 HR팀에서 어떤 사내문화를 이끌고 있는지, 또 사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살펴보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 주체는 당사자인 A팀장이어야 하고, 전제 조건도 A팀장의 의지예요. A님이 팀장이 됐을 정도면, 직장생활 경험치가 쌓인 만큼 본인의 상황을 모르진 않을 테니, 분명 생각도 있을 텐데요.

A팀장님과 진솔하게 대화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별별이님께서 만약 A팀장님이 마음에 걸리고, 당장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면요. A팀장님 입장에서 본인 입장 정리는 했더라도,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이 다른 구성원들에게까지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 줄은 모르실 수도 있고요. 난감한 사안일수록 직접 물어보는 편이 제 경험으로도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답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요. 여기서 중요한 건, 관련된 모든 결정에는 별별이님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겁니다.

회사 차원에서든 당사자들끼리든 잘 풀리면 가장 좋겠지만, 해결될 기미가 계속 보이지 않는다면 조용히 잘 다니다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이직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사회 생활에서 평생가는 관계는 드물고, 조직문화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더 좋은 회사는 분명 있거든요. 아무쪼록 별별이님의 직장생활이 순탄하게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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