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J] 다들 어렵다지만 안 망하고 잘나갈 스타트업 알아보기
하수상한 시절이다. 펜데믹 시대 최대 수혜주로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던 스타트업인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꽤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곳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던 곳도, 심지어 유니콘급으로 떠오른 곳도, 몸을 사리는 중이다. 실제 문을 닫는 회사도 나오고 있으니, 시장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이 드러나는 중이다.
취업은 곧 투자다. 일할 곳을 고르는 것은 내 돈을 투자할 곳을 고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투자금은 내 시간과 경력이니, 투자처를 고르는 것보다 더 깊고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고, 지금 이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면밀히 살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지금이 위기라서, 오히려 거품을 걷어낸 알짜 회사를 가려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이럴 때 올라타야 함께 달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려운 시기라지만, 함께 성장할 스타트업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입사와 이직 전 체크해야 할, 이들의 특징을 찾아봤다.
결국은 돈이다. 그 회사, 총알은 얼마나 장전하고 있는가? 지금의 위기를 버틸만큼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가? '돈 많은 회사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알아보느냐다. 일정 규모 이상인 회사들은 재무제표 등을 공개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재무 정보를 알기가 힘들다.
스타트업의 경우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은 '투자금' 확보 여부다. 올해 하반기들어 스타트업 투자는 점점 줄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업체 '더 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지난 9월 총 97개 기업이 3832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집계됐단다. 8월 투자액이 1조3979억원이었다고 하니 73%이상 급감한 수준. 업계는 "일단 좀 살펴보자"는 보수적인 분위기라고.
물론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은 있다는 것. 글로벌 경기 전망이 어둡고 투자가 얼어붙는 와중에 깐깐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곳이라면 일단은 긍정적으로 볼 만 하다. 당장 투자를 받지는 못했더라도, 이미 투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해놓았다면 역시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때 하나 더 확인해야 할 것은 회사 규모 대비 투자금 규모다. 직원수 300명인 회사의 1억원과, 10명 회사의 1억원은 가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1년 내 투자금을 얼마나 받았는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본 사업으로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금을 받은지 1년 쯤 지났다면 각종 비용으로 투자금을 거의 다 썼을 가능성이 크다. 또 투자액 규모가 적더라도 최근 투자를 받은 기록이 있다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성장가능성을 업계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타트업들의 투자금 확보 여부는 스타트업 관련 사이트,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현재 기업의 위치와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투자금을 잘 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돈을 잘 벌고 있는가'다. 또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은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자를 보더라도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이 '성공방정식'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투자받기 좋았던 호시절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누군가는 '의도된 적자'를 말하지만, 의도했든 안 했든 적자가 쌓여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결과는 폐업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빠르게, 비대하게 키워낸 규모가 오히려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 요소로 떠오른 곳도 적지 않다. 당장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문을 닫는 기업도 있다. '내실있는 경영'은 언제나 중요한 가치지만, 지금 같은 때는 더욱 중요하다.
물론 '모든 적자 기업은 위태롭다'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적자라도 '질'이 중요하다.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산업군, 시장에서 그 기업의 현재 위치, 돈을 어디에 썼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 지금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하느라 적자를 보고 있다면 이 기업이 얼마나 더 지금의 적자를 견뎌낼 수 있을지, 당장 마케팅을 그만두더라도 지금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업계를 이끌고 있는 대체불가 기업이라면 지금의 적자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과정일 수 있다. 지금 이 회사가 쓰는 돈이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소모적인 비용'인지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무 상황에 이상이 생긴 것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1년 내 투자금 확보 여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이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기 마련이니까.
잡플래닛 리뷰에도 재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 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들에서는 "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다" "성장 중인 서비스"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반면 문을 닫은 기업들에서는 "몸집 키우기로 인한 재정난" "몸집 불리기를 했지만 수익성 없는 사업" "무분별한 사업 확장" "무슨 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음" "거래처에 나가야 할 돈을 하루이틀씩 밀려서 사무실로 자꾸 전화가 옴" "클라이언트를 오래 유지 못함" "급여 밀리는 것을 더이상 미안해 하지 않음" 등의 리뷰가 나왔다.
어려울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리더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지, 어떤 방향을 잡아 나가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나 작은 스타트업은 이들의 의사 결정에 회사의 흥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함께 일해보지 않는 한 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타트업 대표들의 유튜브 영상이나 인터뷰 콘텐츠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나 기술이나 사업성 등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 경영진에 대한 콘텐츠는 생각보다도 많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경영관이나 의견을 공개하는 경영진도 적지 않다. 이를 통해 경영진의 능력과 성향에 대해 짐작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구성원들의 대표와 경영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잡플래닛 리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CEO지지율이나 경영진 만족도 점수 등을 통해 수치화된 내부 평가를 엿볼 수 있다.
특히나 대표와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잡플래닛 이용자들이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최근 1년 간 문을 닫은 기업 리뷰를 살펴본 결과 적지 않은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맨날 바뀜" "대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기도 모르는 것 같다" "대표가 방향을 잃은 것 같다" "대표가 감정적이다" "책임감 없는 경영진" "경영진이 현장을 모름" 등의 평가를 남겼다.
'월급 줄 돈도 없으면서, 그 만큼 힘들면서 채용을 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잡플래닛 리뷰를 보면, 월급이 밀리는 와중에서도 채용을 하는 곳들이 있다! 잡플래닛에서는 "갑자기 문 닫을 거면서 왜 채용을 했나 덕분에 커리어 망했다"는 눈물나는 리뷰가 존재한다. '회사가 망해가는 와중에 채용공고를 낸다고?'싶을 수 있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이라는 얘기다.
회사의 위기를 가장 먼저 느끼는 이들은 회사의 구성원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이들은 퇴사를 선택한다. 이들이 퇴사를 하더라도, 회사가 곧 문을 닫을 상황이라도, 당장 일할 사람은 필요하니 회사는 채용을 한다. 실제 임금 체납으로 신고를 당한 한 사장은 "돈이 없어도 당장 일할 사람이 없으니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입사 몇개월만에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슬픈 사연은 이렇게 생긴다.
지금 뜬 이 채용 공고, 성장을 위한 인재 채용인지, 빠져나간 직원을 급하게 메꾸기 위한 것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먼저 확인해볼 것은 퇴사율이다. 각종 기업정보 사이트에서 국민연금 자료에 기초한 퇴사율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개월 들어 갑자기 퇴사율이 높아졌다면 회사 내부에 문제 상황을 의심해볼 만 하다.
또 잡플래닛에 회사 규모에 비해 최근들어 갑자기 많은 리뷰가 올라온다면, 회사에 어떤 이변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 진행 중이거나, 퇴사나 이직을 고민 중인 구성원이 많아졌을 수 있다. 특히나 "C레벨 전원 퇴사" "능력 순으로 탈출 중"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김" "회사 경영 방식의 문제로 좋은 동료들이 퇴사 중" "잦은 퇴사로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혼란스러움" 등의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면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해 보시길. 최근 1년 내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보인 리뷰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지금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잡플래닛의 뉴스레터, <주간 컴퍼니 타임스>에서 더 많은 직장인 필독 콘텐츠를 볼 수 있어요. (구독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