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 Jobplanet Jan 21. 2020

입사를 포기하겠습니다

그 이유가 '연봉'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예입니다.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이 말은 지원자만큼이나 인사담당자도 좋아합니다.

저 말을 했다는건(물론 사후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드디어 채용 미션이 끝났다는 말이니까요!

빨리 뽑아줘요, 언제 오나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등 현업 실무자들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돌맹이가 되어 날아드는 시간을 견디고, 드디어 끝! 채용 끝! 이니까요.


그러니 최종 합격자의 입사 포기는 미칠 노릇입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막 한숨 돌리게 되었는데, 지금껏 여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람이 투자되었는데!!


그들은 왜 오지 않겠다는 걸까요?


잡플래닛에 지난 3개월 간 들어온 면접 후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합격하고도 입사를 포기한 사람은 전체 합격자 중 17.7%나 됩니다.


면접 응시자 중 합격자는 65%. 그 중 17.68%는 입사를 포기합니다.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 10명 중에 2명이 입사하지 않겠다뇨. 생각만해도 식은땀이 흐릅니다.


면접 경험이 입사 여부에 영향을 주고 있는듯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면접 경험 별로 합격자의 입사 여부를 살펴 볼까요?


면접 경험 별 입사 거부율


진실은 여기 숨어 있었습니다.

면접 경험이 보통이었거나 긍정적이었던 것과 달리, 부정적이었다고 느낀 합격자들 중 무려 41.87%가 입사를 거부했습니다.



부정적인 면접 경험

드디어 범인을 잡았습니다.

이놈이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영원히 고통 받는 채용 담당자가 되고 말겠죠.

원인을 찾기 위해, 입사 포기자 면접 후기를 텍스트 마이닝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어떤 키워드가 많이 나왔는지, 어떤 내용으로 이어지는지 살펴 보니, 원인은 약 3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 면접관이 문제! "면접관님, 지원자 쫒아내라고 거기 앉혀 둔거 아닙니다ㅠㅠ"


어이없는, 불쾌한, 이해할 수 없는, 모욕적인


이 단어들은 부정적인 면접 경험 중 '면접관'과 함께 언급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단어입니다.

면접관이 어떤 행동을 해서 저런 표현들이 나왔을까요?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건 인사담당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몰지각한 면접관'입니다.

애석하게도 이 분들은 지위가 높은 경영진이거나 수익 기여도가 높으신 분들입니다.

누구도 앞을 막을 수 없는 분들이죠.


이 분들은 해서는 안될 말과 질문을 면접 자리에서 던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자친구랑 단 둘이 여행 가본 적 있냐", "결혼하면 퇴사하는거 아니냐", "사는 집은 자가냐 전세냐 월세냐", "실력에 비해 너무 꿈이 큰거 아니냐" 등등의 질문은 실.제.사.례 입니다.


면접관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질문은 문제가 됩니다.

1년 전만 해도 그냥 문제였지만, 이제는 법적인 문제가 되죠. 채용 절차법이 시행되고 있거든요.


매우 안타까운 경우는, 면접관의 의도는 그게 아닌데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어떤 면접관은 "이 일은 정말 힘들고 어렵다,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야근도 할 수 있냐, 1년도 못버티고 나갈거면 차라리 지금 그만 두는게 낫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분명 잦은 퇴사에 본인도 지치셨을거고 지원자에게 충분한 의지와 현실 감각을 심어주고 싶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면접보러 온 지원자 입장에서는 다르게 들렸을거에요.


충분한 설명 없이 '얼마나 아는지 보자'는 식의 퀴즈형 면접이나 멘탈을 테스트 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억지형 압박 질문도 면접 경험을 부정적으로 만듭니다.


어떤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많습니다.


면접관이 원래 그런 사람이든, 표현 상의 문제로 실수한 것이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교육'입니다.

사실 면접관쯤 되는 분들이 알고도 그러는건 아닙니다.

해서는 안되는 말과 해도 되는 말,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나 질문을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면접관이며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미리 알고 간다면, 면접관이 면접이라는 '라이브'에서의 실수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두울, 채용 과정 상의 문제! "나쁜건 아니에요. 조금... 무신경했을 뿐."


갑질, 함흥차사, 무시, 대기, 소비자


채용 프로세스 상에서도 부정적인 기분을 느낍니다.

특히 충분한 설명 없이 면접 전 장시간 대기하게 만들거나, 채용 공고에서 확인한 것과 채용 절차가 다른 경우, 그리고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상황도 지원자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특히 결과 통보 지연 시에는 지원자가 기업에 결과를 문의하기도 하는데요, 이때 대응하는 채용 담당자의 자세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이상의 환경을, 지원자는 '갑질'이라고 받아들이곤 합니다.

빈출 단어에 '소비자'가 있는게 의외죠?

맥락은 "지금은 지원자지만 나도 돌아서면 이 회사의 소비자이다" 입니다.


사실 면접관이 문제가 될 때에는, 지원자 입장에서 '저 사람과는 일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채용 상에서의 타격은 크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채용 과정 상의 문제가 불거지면, 지원자는 이 문제를 '이 회사의 문제'로 받아 들입니다.

그래서 회사 자체에 등을 돌리고 마는거죠.


이 부분은 면접관 교육보다 개선안의 난이도가 높습니다.

우선 개선 포인트를 인지해야 하는데, 누구도 대놓고 피드백을 하지 않으니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제3자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대응이 늦을 수록 문제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유가 애매한 입사 포기자가 늘어나는듯 하면 곧장 행동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세엣, 간접 환경의 문제! "앗! 여기는 좀..."


소음, 대기실, 욕설


채용 과정도, 면접관도 문제 없는데, 면접을 위해 방문한 회사의 첫 인상이 안좋은 경우입니다.

특히 면접을 위해 대기 중인데 마땅한 대기실이 없어서 사무실 한복판에서 기다렸다던지, 대기하는 도중 회의실 혹은 사무공간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거나 심한 경우 욕설이 들리는 상황... 


딱 봐도 각이 나오시죠?


사실 함께 일하는 관계에서는 한번쯤 그러는 것, 본심이 아닌 것을 아는 납득 같은 것들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처음, 우리 회사에 면접 보러 오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하나의 에피소드가 입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평소 지켜보시기에 우리 회사 환경에도 그런 리스크가 있다면,

        첫째, 먼저 지원자들의 대기실을 마련하여 공간을 분리해 주세요.

        둘째, 구성원들에게 면접 일정을 알리고 배려를 요청해 주세요.




최근 선진적인 채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 중에는 채용을 담당하는 팀의 이름을 CX팀(Candidate eXperience Team)으로 변경한 곳이 많습니다.

그리고 채용을 인사팀의 일이 아니라, 전사적인 이벤트 또는 프로젝트로 포지셔닝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어쩌면 전통적이고 수치 중심적인 채용 관점에서는 후보자의 경험이라는 것이 소소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업이 반드시 잡아야 할 인재를 잡기도 전에 놓치는 1순위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탐내는 인재일 수록 아주 사소한 이슈만으로도 등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은 팩트니까요!


HR Labs의 면접관 교육을 놓쳤다면 여기서 다시보기 ▶ https://www.jobplanet.co.kr/contents/events

잡플래닛 HR Labs 웨비나 : 지금 면접하러 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채용마케팅 : 우리 회사의 매력을 잘 알리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