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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Dec 19. 2019

주52시간제,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김유나

안녕하세요, 잡플래닛 HR Labs 김유나입니다.

글솜씨가 있는 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브런치에 첫 글을 게시하자니 기대 반 걱정 반이 됩니다.

여러분에게 이 글을 읽는 시간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제 첫 번째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모니터링’

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잡플래닛에는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기업 관련 리스크 콘텐츠를 포착하여 흐름을 보여주는 아주 엄청난(?) 시스템이 있는데, 저는 그 시스템을 운영·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보다 보면 아주 흥미롭습니다. 왜냐고요?

잡플래닛에는 양도 워낙 방대하지만요,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것도 가지가지♬ 라지만 이렇게까지 가지가지할 수 있나 싶은 구구절절한 사연급 기업 리뷰들도 무수히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이렇게 데이터를 보다 보니, 기업 담당자분께 ‘이것 만큼은 꼭 주의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잡플래닛에 유입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여 사내 주의가 필요한 ‘이 달의 이슈’ 리포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 ‘주52시간제’

2020년 시작과 함께 지켜봐야 할 주제로 '주52시간제'를 선정했습니다.

주52시간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이름 아래 야근, 수당, 업무 재분배, 연봉 등등 한순간에 바꾸기엔 함께 논의되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아 단어의 무게감이 꽤나 묵직합니다. 원래는 2020년부터 50~299인의 중소기업도 주52시간제를 적용해야 해서 2019년의 연말이 다가올수록 말이 많았었는데, 2020년을 앞두고 정부가 2019년 11월에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더 말이 많아졌습니다(?!)

- 50~299인 기업에 1년 간의 계도기간 부여(사실상 시행 연기)
-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경영상의 이유 포함)


기업은 :) 근로자는 :( 표정을 보이며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주52시간제는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시행 중이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요. 드물지만 일부 중소기업에서도 제도 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주52시간제가 실제로 기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2019년 11월 주52시간제 관련 잡플래닛에 유입된 기업 리뷰의 '단점' 부분을 분석해보았습니다. (주52시간제가 장점인 리뷰는 잘 지켜지고 있다는 거니까 지나가겠습니다.)




2019년 11월 주52시간제 관련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 중 '단점' 분석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초과근무 이슈가 67.57%의 비율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후 보상 이슈가 17.57% 의 비율을 보이고 운영실태는 14.86% 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시행되었다고 해서 '2017년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연간 근로시간이 긴 나라'라는 오랜 명성(?)이 쉽게 깨질리는 없죠. 왜 우리나라가 1위가 아니지? 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꽤 될 텐데, 그것은 아마도 야근, 잔업과 같은 비공식적인 업무가 공식적인 근로시간 산정에 포함되지 않아서..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 이런 것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주52시간제가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건, 개인에게 할당된 절대적인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잡플래닛 주52시간제 관련 단점 리뷰 워드 클라우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업무량, 보상, 운영(제도)실태와 함께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초과근무(업무량)

야근, 주말근무, 빠른출근, 늦은퇴근, 출장, 일몰아주기, 주6일, 12시간, 카톡업무 등등.. 초과근무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주로 보입니다. 2명분의 업무를 하고 있어서 인력 충원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네요. 그런데 리뷰를 들여다보니,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가 느끼는 '업무시간'과 '업무영역'의 개념적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시간(9-6 기준) 이후 1-2시간 야근은 야근이라고 말하기엔 그저 애교스러웠다면,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주52시간의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세상의 요즘 것들은 30분도, 1시간도 야근이라고 느낍니다. 업무시간 외에 발생하는 업무 메신저 활동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느끼고요. 뭘, 그 정도 가지고~ 라고 그들을 타박(?)하기엔,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그들이 틀린 말 한 건 아니긴 해요.


보상(수당)

보상은 수당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수당없음, 무급, 무보수 등의 키워드를 통해 야근수당이 없는 기업들도 많다는 점이 추측되고요. 야근수당이 있기는 합니다만, 특정 시간 이후 근무분에 대해서만 수당을 책정해주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것을 알맞은 보상으로 봐야 하나 싶은데, 주 60시간 근무에 주 52시간이 초과된 8시간분에 대하여 복지포인트라는 편법으로 6시간당 5만원 지급하는 회사도 있더라고요(허허).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건 야근이 당연시되어왔던 기성세대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운영(제도)실태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새롭게 도입된 사내장치 활용에 대한 작은 고발(!)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근무시간을 측정하는 별도의 전산, PC-OFF제, 퇴근카드, 지문 등 여러 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요. 새로운 장치의 등장은 직원들에게 주52시간 레알 실현에 대한 기대를 심어줬을 텐데, 그 장치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여 오히려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었습니다. 연관 키워드를 살펴볼까요? 조기퇴근, 비업무시간, 눈치야근(!), 시간조작(!!), 52시간기록용리포트(!!!)... 관련 리뷰 한번 보고 가실게요~

"일거리 몰아주기. 52시간 근무 지킨다면서 일을 미어터지게 줘서 10시까지 야근하다가 퇴근하고 그러다 초과근무 나올 거 같으면 비업무시간을 찍던 조기퇴근을 하던 해야 해요. 하지만 일은 그대로. 일이 많아서 야근하는데 그건 신경 안 쓰고 왜 근무시간 많냐 뭐라 뭐라..."

관리 시스템에서는 주52시간이 지켜지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비공식적인 업무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또 재밌는 키워드, 없던야근발생...? 리뷰부터 먼저 보시죠.

"52시간제도 생긴 뒤로 야근 더 많아짐. 나한테 남는 업무는 아님. 군대식 분위기. 일 하나 터지면 눈칫밥. 퇴근도 못하고 그냥 계속 윗분 퇴근할 때까지 그냥 앉아있음. 팀장들은 숨어서 날새는 날도 있음. 군대식이라 꼰대 문화. 옛날에는.. 나 때는..."

업무량이 많아서 퇴근을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일도 없는데 상사의 눈치 때문에 전에 없던 야근을 더 하기도 했습니다. 주52시간제는 일주일 동안 52시간을 채워서 일하자는 제도가 아닌데 말이죠. 이 기업은 주52시간제에 대한 이해가 다소 잘못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 등장 안 하면 섭섭합니다. 라떼는 말이야~ 부장님, 지금은 라떼가 아닙니다.






글을 마치며..

잡플래닛의 리뷰를 통해 주52시간제의 실황을 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물론 이 제도를 잘 지켜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도 있습니다만, 기업 리뷰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주52시간 언급량이 더 많은 걸 보면 아직은 나아가야 할 길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주52시간제 보완책이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 엇갈린 평을 받고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현재 중소기업은 올해 안으로 주52시간 근무를 위해 '정말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선 급한 불은 꺼졌다라기 보다,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는 실제 적용의 어려움을 알고 기간을 더 드릴테니 1년 내에 준비를 잘해달라는 부탁과 당부의 의미로 보면 어떨까요?


사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던 우리나라의 야근문화, 눈치문화가 제도 도입으로 당장 변화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당장 제도를 도입해야 돼!! 일단 해!! 라는 다급한 마음보다는, 현실을 고려하면서 인식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우리 회사에 다음과 같은 인식이 여전히 깔려있는 건 아닌지 한번 확인해 보시면 어떨까요?


- 주52시간제를 주52시간을 채워서 해야 하는 근무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단 시간 내에 이~따만한 업무를 해결하라고 쪼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 야근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 야근을 안 해도 되는데도 눈치를 주는 상사(관리자)가 있는 건 아닌지

- 야근하는 사람을 능력 있고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더불어 주52시간제에 대해 회사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동상이몽을 하지는 않을 거니까요.



2020년, 숫자가 정갈하니 보기 좋은 모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2020년에는 2020이라는 깔끔한 숫자처럼 군더더기 없는 한 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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