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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Feb 05. 2020

썸타듯이 면접 안내하기

설마 이렇게 안한다고 까이기야 하겠습니까만은-.

안녕하세요, 김지예입니다.

오늘은 제가 잊고 있었던 감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입니다. 저에게선 사라져 버렸죠. 언젠가는 있었을 '연애세포'와 함께 말입니다.


2012년 12월 16일(결혼기념일)에 퇴사했던 나의 연애세포.


하지만 종종 영혼 어느 구석에 숨어 있던 그 감성의 멱살을 끌고 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목 보고 짐작하셨죠? 네, 서류 합격자에게 면접을 제안할 때 입니다.


서류 합격자와 썸남 혹은 썸녀(저는 여자이므로 이하 썸남)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순간순간마다 설렘, 기대감, 호감 같은 것들이 출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의 경계도 늦추지 않죠.

이 사람 혹은 이 회사로 결정해도 될까, 괜찮을까, 내가 놓치고 있는건 없을까 하는-

미묘하고도 예민한 촉을 삐쭉거립니다.


그래서 서류 합격자가 거부할 수 없는 면접 제안을 하려면, 마음에 드는 이성과 썸타듯이 하면 실수가 적습니다.

(실수가 왠걸, 거의 백팔백중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숨어 있는 연애 세포를 잡아 앉히고 하나씩 살펴 볼까요.


[1단계: 운을 떼기] 면접 제안은 필수 정보에 디테일이라는 살을 붙여서 약간 과체중 느낌으로!


썸남이 "2시에 청담역에서 만나서 영화 볼까요" 라고 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청담역이 출구가 하나였나? 영화관이 있었나? 영화는 무엇? 영화만 보자는 건가?

저녁 약속도 비워둬야 하나? 영화는 2시에 만나서 바로 보러 가자는건가?


고민 끝에 그런 생각을 하겠죠.

'영화 뭐 볼지 안물어 보네. 현장에서 고르려나? 하긴... 여유있는 시간대로 표 사고 커피 마시며 기다리면 되지.'


그런데 썸남이 만나자마자 예매한 영화 시간이 다 되어 간다며 서둘러 들어가자고 합니다.

이때 모든 썸녀가 '어머 이 남자는 준비성도 좋지. 내 스타일이야!'라고 할까요?

누군가는 분명히 '내 취향은 어디갔어? 왜 지 맘대로 애매를 해? 아... 카페인 땡겨'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지, 몇시로 예매할지, 커피는 마실지 말지 미리 말해줬더라면 참 좋았겠죠.


이번에는 면접 후기 하나 보시죠.


개인 질문이 없는 점에 서운함을 느낀 지원자의 면접 후기



이 면접 후기에서 제가 주목한 점은 "개인적인 질문을 전혀 묻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자에 대한 관심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느꼈다는 사실입니다.

평소 자신이 경험해 본,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예컨대 1분 자기소개 같은) 면접 절차가 아니였던 거겠죠.

하지만 어떤 지원자는 같은 면접을 겪어도 '개인적인 부분보다 내 직무 역량에 집중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케바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썸타는 것과 같아요. 미리 말해주면 됩니다.

"이번 면접은 사전 과제에 집중한 PT 면접이며 1분 자기소개나 개인적인 질문은 전혀 하지 않는다"라고 말입니다.

모든 사람의 경험은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이심전심을 기대하기 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면접 대상자가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예측가능하게 하면, 최소한의 경험 방어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죠?

여기에 디테일을 더하면 방어선 지킴이를 넘어, 경험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면접 공지할 때에는 썸남과 약속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디테일을 챙겨 보세요.

면접 안내에는 3가지 유형의 디테일한 정보가 담겨 있으면 좋습니다.


놓치기 쉬운 당연한 정보: 면접 절차, 소요 시간, 대기 장소 등


대기 장소는 어디인지를 시작으로, 입실 이후 겪게 될 과정에 대해 시간 순서로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면접 절차, 각 면접의 유형과 특징, 소요 시간 같은 것들이죠.

예약해둔 자전거 타러 공원 가야 하는데 썸녀가 원피스 입고 오는 일이 없도록, 복장에 대해서도 알려주어야 합니다.


당연한 정보를 놓치는 이유는, 이런 정보가 인사 담당자에게는 너무나 식상하고 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우리 회사에게만' 당연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놓치지 마세요.


달라질 수 있는 부분도 사전 공지: 대기 시간, 면접 순서, 면접관 등


중요한건 '예측 가능성' 입니다.

안내했던 것과 달라져서 지원자가 '어... 어... 어버버....'하지 않도록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은 미리 알려줘도 좋습니다.

실제로, 안내 받은 것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면접관이 달라진다면 '이 회사는 채용 시스템이 후지다'고 생각할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지원자의 임기응변이나 대처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해도, 이런 방법보다는 좀더 업무 상황에 밀접하게 '설계 된 환경' 속에서 반응을 확인하시는 것이 적합합니다.


안좋은 경험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필수 공지: 찾아오는 길이나 입구가 헷갈릴 수 있음,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무실이 소란스러울 수 있음 등등


이제 막 생긴 신생 업체가 아니라면, 인사팀에게는 면접 안내 경험이 쌓여 있을텐데요.

이때 빈번하게 발생했던 '당황'들을 미리 안내해주면 어떨까요?

잡플래닛 같은 경우는, 입구가 건물 측면에 있으니 대로변에서 옆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점, 키카드가 없으면 엘레베이터를 탈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1층에서 연락 주셔야 한다는 점 등을 안내합니다.

종종 위아래 층에 이사나 공사가 예고되어 있으면, 해당 되는 날에 면접을 보셔야 할 분께 이런 부분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안내는 지원자가 '회사가 나를 배려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2단계: 선수 치기]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닙니다만" 오해 받을만한 부분이 있다면 미리 미리!


관계가 조심스럽고 자리가 어려울 수록 감각은 예민해집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썸남에게 안좋은 일이 있다면 단번에 알 수 있죠.

문제는 그것이, 안좋은 일이 있어서 인지, 아니면 내가 실수해서 인지 알수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면접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외로 노트북 타이핑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지원자가 많더라고요


회사 입장에서는 꾸준히 그래왔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지원자에게는 불쾌하게 읽히기도 합니다.


정말 별거 아니잖아요.


"저희 회사는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면접관에게 지원자의 서류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면접관이 지원자 분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제출하신 서류를 보고자 모니터를 자주 보실 수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면접 기록과 평가를 위해 면접관이 노트북으로 답변을 메모할 수 있습니다. 디테일한 판단을 위해 메모량이 다소 많을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마시고 이해 부탁 드립니다."

"이번 면접은 기존 면접자들의 피드백에 따르면, 다소 강도 높은 압박 면접으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직무 역량 확인을 위해 설계된 환경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면접관들은 모두 사전 교육을  통해 해서는 안될 질문에 대해 숙지하고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런 한두줄의 안내를 덧붙이는 것 말이죠.

정말 별거 아니죠?


[3단계: 굳히기] "오늘 어떠셨어요?" 보다 조금만 더 세련되게!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는 중요합니다.

지원자를 안내하는 것으로 면접을 시작하는 것처럼, 면접 이후 알아서 가라고 하지 마시고 채용 담당자의 관리 아래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는, 만의 하나 놓쳤을지 모를 오해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썸을 탈 때에도, 항상 오늘의 만남이 우리 사이를 좁혔을까 한걸음 멀어지게 했을까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죠. "오늘 어떠셨어요?"

그런데요, 이건 좀 식상합니다. 너무 형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조금 아쉽거나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도 저렇게 물어보는데 대놓고 "그거 후졌어요"라고 할 수도 없고요.


친절한 채용 담당자께서는 면접을 끝낸 지원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 어떠셨어요?" 라는 질문은, 안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안하고 싶은 질문은 이겁니다.


"혹시 면접 질문이나 면접 과정 내내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셨어요?"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의 관계를 생각하면, 지원자에게 하여금 평가하는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은연 중에 스스로 불편했던 점을 질문의 형태로 던질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거든요.


의외로 많은 지원자들이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면접 후기로 살펴 볼까요?


면접관의 사정에 따른 면접시간 지연은 꽤 흔합니다.  특히 경력직에서 말이죠.


면접관도 업무를 보던 직원 중 한명이기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면접 시간이 지연되었다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정중하게 사과로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이건 우리가 완벽하게 통제(또는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로 지원자가 집에 돌아가면, 저런 면접 후기가 우리 회사에 올라오게 되는거죠.


헤어지기 전에,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질문을 했다면 어떨까요?

분명히 "면접관 중 한분이 전화 통화로 좀 늦게 들어오셨는데 앞부분 면접 내용을 못들으셔서 걱정된다" 같은 돌려 말하기 스킬을 시전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눈치 빠른 채용 담당자들은 찰떡같이 알아 먹고, 이 상황에 대한 방어 설명과 대리 사과 스킬을 발동시키겠죠.

덕분에 저런 면접 후기는 우리 회사의 몫이 아니게 되고 말입니다.


간혹 후보자들은 "면접관님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는데 질문의 취지를 모르겠다"라는 피드백을 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채용 담당자가 답변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에는 당황하지 마시고 "왜 그런 질문 하셨는지 면접관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마무리하시는게 적절합니다.


혹시 지금, '어차피 그런 지원자들은 떨어진다. 나는 불합격자들은 신경 안쓴다'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주여-

후보자님은 떨어지면 더욱 무서운 소비자님이 된단 말입니다.

B2B 사업 하신다고요? 이를 어쩌죠. 

그럼 귀하의 회사가 떨어뜨린 후보자님은 어쩌면 거래처 담당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백번 양보해도, 최소한 인터넷 어딘가에 면접 경험을 쓰는 X-Candidate가 될 확률은 매우 높겠죠.

전 종교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더이상 주님 찾게 만들지 말아 주세요.





두둥...! 그저 우리 회사가 아니길 바랄 뿐.



혹시 이 그래픽을 보면서 소름이 돋으시나요?

지금 당장 잡플래닛에 들어가 우리 회사의 숫자를 확인하시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담당자님께서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훌륭한 채용 담당자이십니다.


면접 경험이 부정적이었던 합격자의 41.87%가 입사를 거부했습니다. (최근 3개월 기준)

그래픽처럼 전체 면접 경험 중 30%가 넘는 부정적 경험 수치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솔루션은 단순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요!


그럼 다들, 지원자와 함께 굿 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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