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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Feb 08. 2021

필패 신드롬
(feat. 저성과자를 만드는 리더)

일 못하는 게 저 때문만은 아니잖아요


필패 신드롬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필패 신드롬'입니다. 반드시 패한다(必敗)는 이름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이 신드롬은 아무리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못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실제로 무능해져 버린다는 현상을 일컫는데요. 구성원 자체의 역량이 부족해 성과가 저조한 경우도 있겠지만, 여기선 상사가 그 문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본래 리더라 하면 구성원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역할인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유능하던 직원도 일을 못하게 만든다는 걸까요? 자질이 부족한 리더? 부하에 앙심을 품은 리더?


악마 같은 리더가 무능한 직원을 만드는 걸까요?


필패 신드롬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장 프랑수아 만조니장 루이 바르수 교수에 따르면 부하 직원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선한 의도를 가진 리더가 무능한 직원을 만든다고 합니다. 어느 날 문뜩 부하직원의 능숙치 못한 일처리가 눈에 띄어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에 전보다 더 지켜보고,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고, 개입하게 됨에 따라 부하직원은 자존심이 상하고 업무 의욕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건데요. 단계별로 나누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을 무능하게 만드는 5가지 단계


[1단계] 어떠한 계기로 상사는 부하직원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조금 더 지켜보고자 감독을 강화한다.

[2단계] 이를 눈치챈 부하직원은 자존심이 상하고 업무 의욕이 조금씩 떨어진다.

[3단계] 그런 부하직원을 본 상사는 더욱더 그 의심을 강화하고, 전보다 더 많은 감독과 개입을 한다.

[4단계] 부하는 업무에 소홀해지고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진행하며, 적대적인 태도로 반발을 하기도 한다.

[5단계] 상사는 내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하고, 부하직원은 무능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상사가 의심을 시작하게 된 이 '계기'는 늦은 업무 속도,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등 성과와 관련된 경우도 있지만, 걸음걸이가 마음에 안들거나 웃음소리가 거슬리는 등 매우 주관적인 것도 포함이 된다고 합니다. 성과와 관련된 경우라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겠지만, 웃음소리가 마음에 안든다고 업무 능력을 의심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겠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래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나와 같은 성향의 집단(in-group)은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성향의 집단(out-group)은 배척하게 되는데요. 상사 역시 무의식적으로(혹은 의식적으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인 그룹과 그렇지 못한 아웃 그룹을 분류해 인 그룹에겐 무한한 신뢰와 자율권을 부여하지만, 아웃 그룹에겐 사사건건 간섭하며 통제하는 등 다른 태도로 대하게 됩니다. 슬픈 건, 아웃 그룹으로 분류되고 나면 그걸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확증적 편향(confirmatory bias) 자기 충족 예언(self-fulfillment prophecy)이 그 원인인데, 확증적 편향이란 자기의 주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장점만 골라보고, 단점은 흐린 눈 하며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필패 신드롬을 만드는 상사 역시 아웃 그룹에 속해있는 직원이 좋은 성과를 보였다 하더라도 그걸 그의 능력이 아닌 단순한 우연이나 운으로 치부해버리고 맙니다. 또한 자기가 예언하고 바라는 것이 실제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자기 충족 예언에 따라 상사의 부정적인 생각이 실제로 부하직원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도 하고요. 

 계속되는 상사의 의심과 간섭, 개입에 따라 업무 의욕은 점점 더 사라지고, 주도적인 일처리보단 시키는 일만 하는 기계적인 사람이 된 부하직원은 상사의 태도에 반발하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태도를 보이더라도 상사는 그런 부하직원을 보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더 확신하게 되고 부하직원은 그 확신에 성과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그럼 어떻게 해?


 필패 신드롬에서 벗어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요? 만조니 교수는 먼저 상사가 자신의 행동 때문에 직원이 무능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인 만큼 정말 중요한 얘기죠. 내가 확증적 편향에 빠져 부하직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지속적으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뻔한 얘기지만 소통이 빠질 수 없죠.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서로의 기대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민주적인 소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하직원 역시 성심성의껏 그 소통에 임해야 하고요. "나는 당신을 돕고 싶다"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필패 신드롬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만조니 교수는 말합니다. 


덧붙여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최초 신념의 기반 자체를 재정의하는 방법을 제시했는데요. 필패 신드롬의 반대 개념인 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를 통해 평범했던 직원일지라도 상사의 기대를 충족하는 유능한 직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필패 신드롬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바꿔볼 수 있을 겁니다.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에 영향을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예측한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


 직원을 유능하게 만드는 5가지 단계


[1단계] 상사가 직원의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믿어준다.

[2단계] 직원의 자존심과 업무 의욕은 점점 상승한다.

[3단계] 상사는 직원을 더 인정해주고 코칭해준다.

[4단계] 직원은 점점 의욕이 상승하고, 업무 성과가 나오며 상사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5단계] 그 직원은 유능한 직원으로 바뀐다.




마무리하며...


구글 전 CEO 에릭 슈미트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필패 신드롬은 무섭다. 필패 신드롬에 빠진 직원들은 자신을 자를지도 모르는 상사에게 불평하는 대신 동료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필패 신드롬에 빠진 조직은 불평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상사와 부하 간의 문제를 넘어서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필패 신드롬. 혹시 내가 이 신드롬에 빠져있진 않은지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 자료 ▼

[매경 MBA] 베스트 직원이 최악으로…'필패 신드롬'

[지식채널e] 직원을 무능하게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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