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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Jun 02. 2022

번아웃으로 퇴사 고민,
제가 나약한 걸까요?

[별별SOS] 입사 1년 차의 번아웃, 이대로 퇴사해도 괜찮을까?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안녕하세요. 퇴사를 고민 중인 1년차 주니어입니다. 사실 고민을 한지는 꽤 됐고, 최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이 상하기 시작하면서 결심을 하게 됐어요.

아직 1년 차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상황이에요. 반년 정도를 더 버티면 2년 차라는 명함은 달 수 있지만, 지금 건강과 멘탈은 표현 그대로 쿠크다스 상태입니다. 특히 연차를 내고 쉬는 와중에도 회사에서 업무연락이 왔을 땐 눈물이 핑 돌 정도였어요. 매 휴일마다 일어나는 일이고 이게 1년 넘도록 이어지니 이제는 익숙해지는게 서글프더군요. 조언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 상사의 폭언도 더해, 최근에는 스스로 번아웃이 왔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내가 너무 나약한가 하며 끝도 없이 땅을 파기도 하죠.

번아웃 때문에 퇴사하고 싶은 저, 너무 나약한 걸까요?





⭐10+년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저도 주니어 시절 정신도, 건강도 망가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서 공감되는 사연이었어요. 건강을 얘기할 때 몸과 마음을 함께 얘기하듯이 어느 것 하나에 탈이 나면 같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몸이 아프면 집중해서 일하기 어렵고,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우면 신체증상으로 또 나타나기도 하는 게 몸이니까요.

사회초년생이라면 버텨볼 수 있다면 버텨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부딪히고 버티면서 쌓이는 내공이란 게 있거든요. 별별이님 말씀처럼 내가 나약한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사실 쉽지가 않고요.

그래서 시그널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여기서 4개 이상 해당되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해요.


*속이 텅 빈 것 같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자주 느낀다.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중력이 자꾸 떨어진다.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쳤다고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해 진다.
*회사에서 항상 긴장되어 있고 압박감을 느낀다.
*업무를 수행할 때 무기력하고 싫증이 난다.
*어떤 일을 하는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꾸 실수할 것만 같다.
*짜증이 많아지고, 초조하고 불안하며 여유가 없다.
*면역력과 회복 능력이 떨어지고 불면증, 두통, 소화불량이 만성화 되었다.
 
-<우린, 조금 지쳤다>(박종석 저, 정신과 전문의)에서 발췌



별별이님 사연을 보면 여기에 해당되실 것 같은데요. 2016년 고용노동부 근무혁신 실태조사에서 직장인 74%가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와 자료 요청에 시달리고, 그중 60%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어요. 프랑스는 '로그오프법'이란 이름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만들어 퇴근 후엔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요. 독일도 그렇고요. 우리나라는 입법 시도는 계속 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인데요.

분명한 건 별별님이 나약해서 겪는 문제가 아니란 거예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직장 내 괴롭힘(예방, 대응 매뉴얼)에 해당될 수도 있는 폭언까지 듣고 계시다니까요. 그러니 시기의 문제일뿐 퇴사는 언젠가 해야 하는 상황 같아요. 현실적인 고민을 해 보자면, 우선 경력이직을 원한다면 최소 2년 정도는 다니는 게 좋아요. 현재 커리어가 이직에 매력적이라면 '여기서 얻을 건 경력기술서에 쓸 한 줄 커리어뿐'이란 마음가짐만 가져보는 겁니다.

박종석 전문의는 저서에서 번아웃이 오면 마음 일기를 써보고, 운동하고, 아침식사를 꼭 챙겨먹으라고 조언해요. '될대로 돼라'는 마음가짐을 먹어보는 방법도 있어요. 폭언하는 상사는 대체로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경우가 많으니 강하게 굴어보는 거죠.

출근해서 해결해도 될 일인데 휴무일에 연락을 해 왔다면, 휴대폰을 꺼버리거나 답변하지 않아보는 거예요. 그걸로 타박하면 '떠날 건데?' 하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대답을 해 보고요. 그 누구도 별별이님의 자존감을 깎아내릴 권리는 없거든요.

다급하고 중요한 일로 연락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어요. 권한도 없는 주니어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얼마나 존재할까요. 그런 일은 상사 혹은 관리자가 책임지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 분들이 직급수당 받고, 월급도 더 많이 받는 것에는 그런 값도 포함돼 있으니까요.

두세 달 노력 했음에도 나아지는 게 없고 '무리하고 있다. 한계다'라는 생각이 들면 버티고 아니고를 따질 게 아니라 즉시 멈춰야 해요. 당장 구직이 가능한가? 신입도 괜찮나? 구직 준비 기간 동안 금전적으로 버틸 수 있는가? 등등의 고민도 물론 필요한데, 우선해야 할 것은 나 자신, 그리고 건강이니까요. 건강은 한 번 갉아먹히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상했던 시간 그 이상이 필요거든요. 내가 있어야 그 다음도 있다는 것, 꼭 기억하시고 별별이님의 건강한 직장생활이 어디서든 행복하게 이어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첫 회사에서, 첫 퇴사를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첫 퇴사'라고 하면 왠지 막연한 공포감이 드는 것 같아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지금 내가 이대로 그만둬도 되나? 쭉 쉬게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들고요.

나 스스로가 너무 나약한 게 아닌가, 고민이 든다고 하셨죠. 하지만 사연을 읽어보면, 휴일에도 들어오는 업무 연락, 상사의 폭언 등 실질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건 높은 확률로 별별이님이 변화시킬 수 없는 문제고요. 본인이 실제로 많은 부분으로부터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나약하긴, 버텨!"라고 한다면 남의 기준으로 본인을 몰아붙이는 거 아닐까요. 별별이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이미 한계라고 외치고 있는데 말이죠.

혹시 직장상사나 주변 사람들이(부모 포함!) "넌 왜 이것도 못 버텨?"라고 말한다면, "그건 네 생각이지"라고 흘려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건 정말이지 그 사람들 생각일 뿐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개인적인 것이라, 남들은 몰라요. 나만 알고 있기 때문에 오직 나만이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자기 평가에 관대해집시다.

제가 당장 "퇴사하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건 무책임한 조언이 될 거예요. 저 또한 별별이님을 잘 모르는 남이니까요. 하지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지금 그 회사를 나간다고 해서, 2년 차까지 경력을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전체 인생 곡선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건 아녜요. 사실 경력 1년 차나 2년 차나 채용 시장에서는 비슷하게 볼 거고요.

이 회사를 나간 이후엔 어떡해야 할지 걱정된다면, 실체없는 공포감으로 끙끙 앓을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아보면 어떨까요.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직무 교육을 찾아본다든지, 나의 내면을 더 돌볼 수 있는 운동이나 여행, 독서 모임, 외부 세미나를 찾아보는 것도 좋고요. 일과 회사는 내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의 도구일 뿐이니까요. 우리, 회사에 휘둘리지 말자고요.

다만 퇴사를 정말 하는 게 맞는지 결단이 서질 않는다면, 왜 퇴사를 하고 싶은지 한번쯤 회고하며 기록해보길 추천해요. 퇴사하고 싶은 이유는 여러가지일 수 있죠. 일이 너무 많아서일 수도, 같이 일하는 동료를 더 이상 참아줄 수가 없어서일 수도, 회사가 성장가능성이 없어 보여서일 수도, 업무적으로 배울 점이 없거나, 직무 자체를 바꿔보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요.

이런 기록은 내가 심적으로 지쳐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문제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 도움이 돼요.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과 글로 정리해서 보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이 문제가 정말 이 회사만의 문제일지, 이 다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일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기회도 될 거고요. 또 '이 다음 회사를 고를 때 이런 회사만큼은 피해야겠다'는, 나 자신을 위한 레슨런이 될 겁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든 별별이님의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응원해요.





⭐지나가다 사연 보고 남 일 같지 않아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연차를 내고 쉬는 중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매 휴일마다 일어나고, 상사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폭언을 일삼고, 이런 상황이 1년간 지속되고 있는데, 지치지 않을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1년을 꿋꿋하게 버텨냈다니,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 별별이님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견뎌내지 못하는 자신이 나약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나약하다는 기준은 뭘까요? 나에게 힘든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힘들지 않은 일일 수도, 나는 힘들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일 수 있잖아요. 기준은 상대적인 것, 중요한 것은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퇴사를 결심하고 나면 "이런 나약한 정신으로 다른 곳에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사람 아마 있을 겁니다. 퇴사 통보를 했더니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얘기도 많고요.(남 괴롭히는 사람들이 꼭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되묻고 싶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그딴 식으로 하면 안 짤리고 버틸 수 있을까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회사', '폭언을 일삼는 상사'인 거잖아요. 제대로 된 회사라면 당연히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별별이님은 이런 회사에서도 1년 이상을 버텨냈는걸요.

몸과 마음이 상하고 있는데, 무작정 버티는 것이 강인한 걸까요? 퇴사는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요. 각종 현실적인 문제들이 겹겹이 둘러쌓여 있죠. 당장 월급이 끊기고 다른 곳에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등등 얼마나 많은 고민이 떠오르나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가 지금 번아웃 상태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나 자신을 위해 과감하게 퇴사를 결심하는 것이 더 용기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잖아요. 이 회사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불확실의 세계로 자신을 던져가며 노력하는 것은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선택 아닐까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살펴보면, 위의 다른 분들 조언처럼 퇴사를 결정할 때는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긴 합니다. 퇴사는 현실이니까요.

경력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재직 중 이직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하긴 합니다. 다른 회사와 처우 협상을 할 때도 유리하고요. 다만 경력 이직은 주로 3~5년 차를 중심으로 이뤄져요.

이 말은, 별별이님의 회사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직을 할 때 경력 1년 6개월이나 2년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 연차라면 신입으로 지원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1~2년 정도 경력이 있다면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죠. 2년 전에는 합격하기 힘들었던 회사라도 지난 1년여간의 고생 덕분에 지금은 합격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회사에 따라 지금 회사보다 신입이 처우가 더 좋을 수 있고요. 중요한 것은 지금은 어떤 목표라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연차라는 겁니다. 지금이 기회일 수 있어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지금 이 회사를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주변 직장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차피 그만둘 회사, 월급 루팡이 되겠다. 이직 준비를 위한 돈을 받기 위해 잠시 머물러 있을 뿐, 잘 있어라 나는 곧 나간다."
"오호 휴일에 업무 연락을 하신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일을 지키는 것은 나의 권리. 다 기록해놨다가 퇴사하는 날 신고해서 추가 수당으로 받아내야지. 통화 기록 저장, 오늘 한 일 캡처."
"상사의 폭언을 들어주는 것은 월급에 포함돼있지 않음. 선을 넘어서면 직장 내 괴롭힘. 폭언이 시작되면 바로 녹음 시작. 증거를 수집해 복수하리라."


당장 신고를 하고 복수를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마인트 컨트롤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별별이님이 겪은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할 만한 일이라는 것, 당신은 결코 나약하지 않다는 것,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당신 앞에는 수많은 기회가 펼쳐져 있다는 것, 꼭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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