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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Aug 23. 2022

쉬고 싶은데 공백기는 겁나요…어떡하죠?

[별별SOS] 퇴사하면 백수 기간이 길어질까봐 두려워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안녕하세요. 6년차 직장인이 된 30대입니다. 제 직종은 경력이 길어질수록 이직이 어렵고, 갈 곳도 좁아요. 지금 제 연차는 그 마지노선에 도달해있고요. 언제부터인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오더군요. 아침마다 잦은 복통이 나타나고, 괜찮다가도 갑자기 이유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요. 번아웃 증상이었어요. 

일단 쉬고 싶어요.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생각없이 쉬어도 되는건지 고민이 돼요. 이직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하기는 어렵기도 하고, 저와도 맞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놓친 자리들을 생각하면 너무 아까워요.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해도, 내년은 돼야 가고 싶은 곳에 자리가 날 것 같아요. 하지만 제 나이도 있고 취업난이라 공백기가 길어질까봐 겁나요. 6개월까지 쉬는 건 괜찮은데 그 이상은 두렵습니다. 

일을 계속하자니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감과 짜증도 감당해야 하고, 혹시나 가고 싶은 곳에 자리가 나도 일을 하느라 또 놓치게 되겠죠. 이젠 저도 제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도피하고 싶은 걸까요?






⭐10+년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스트레스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것 같아요. 특히나 직종 특성상 업계에서 갈 곳이 적으면 더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일단 별별이님이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업계 채용 상황 같은 건 사실 개인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별별이님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우선순위로 두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당장은 복합적인 것으로 보이는 번아웃의 원인을 찾고 휴식하면서 스스로를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아 보여요. 퇴사로 인한 공백기가 두렵다면 휴직을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어떤 일도 별별이님 건강보다 중요하진 않거든요.

공백기가 두렵다고 하셨어요. 이직도 고민 중이시고요. 우선 이직은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게 좋아요.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 회피를 위한 이직으로 자칫 더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이전 직장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라면 새 직장에서도 문제가 반복되거나 오히려 심화될수도 있고요. 이직 자체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같은 문제면 익숙한 직장이 나을 수도 있는 거죠. (관련기사: 면접관이 물었다 "공백기간이 긴데…뭐했어요?")

공백기 이직은 불안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어요.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는데 모아둔 돈도 점차 줄어들고 이러다 영영 취업 안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별별이님 뿐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면 불안한 마음이 들 거예요.

저는 더 고연차일 때 6개월 이상 공백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요. '나'를 우선순위에 놓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보내려 노력했어요. 일하느라 고갈됐거나 미처 업데이트 못한 역량을 채우는데 시간을 썼고요. 쌓아두기만 했던 책도 읽고, 구매만 해둔 온라인 강의들도 들었죠. 운동도 하고요. 물론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죠. 그럴 때면 '난 된다. 역량이 충분하다'고 스스로 이야기 해주기도 했어요.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어요.

직종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별별이님은 경력 채용 수요가 많은 5~7년차에 속하시는 만큼 그리 길지 않은 공백기에 잘 취업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직업이신지 몰라서 조심스럽지만, 업계 내 이직 수요가 적어서 문제라면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고요. 요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스타트업들 중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경력을 인정해주는 곳도 많거든요. 

그러니 자신감 가지시고 건강 회복부터 집중하셔서, 좋은 컨디션으로 이직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지난 번 별별SOS에 번아웃과 관련된 사연이 올라오고 나서, 별별이님을 비롯한 많은 직장인 분들이 번아웃과 관련한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그만큼 많은 직장인들이 번아웃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퇴사와 이직이 번아웃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직을 하고 나서도 이전과 똑같이 마음이 힘들어서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가장 현명한 걸까요? 직장인 경력 10년 차 이상, 선배 직장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6년 차라고 하시니까 30대 초반이신 것 같아요. 원래 그 나이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한 시기를 보내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오는 건 노력없이 그냥 흘러간 거지만, 30살은 내가 선택한 나의 인생을 살다 맞이한 거니까요. 그러다보니까 아무 계획 없이 무언가를 내려 놓기가 무섭죠.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그냥 놓아버리는 건 도피가 맞아요.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41살이 되어서도 잘 모르죠. 진짜로요. 사람이 다 그래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내가 왜 지쳤는지를 아는 거예요. 내가 왜 지금 힘든지를 알아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에너지가 떨어지면 에너지를 채워야 해요. 에너지가 떨어졌는데, 이직이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감당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뭘 먹다가 지금 위에 얹혔는데 먹어서 밀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틀린 거죠.

또 번아웃 때문에 쉬게 되면 6개월이 아니라 3개월만 쉬어도 극복이 안 될 수 있어요. 극복이 되더라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죠. 본질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퇴사와 이직을 천천히 준비해보되, 상담을 받아보고 운동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체력을 키우는 걸 가장 추천합니다.

하지만 '일단 다 모르겠고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휴직계를 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방법이 퇴사밖에 없는 것 같다면 퇴사를 선택하는 것도 존중해요. 그게 스스로 판단하기에 가장 나은 선택이라면,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돌보는 거라는 걸 잊지 마시길요."






⭐지나가다 사연 보고 마음이 아파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직장생활 4년차 쯤이었나, 별별이님과 비슷한 나이였을 것 같아요. 출근을 하려고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저 차에 뛰어들면 병가 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근이 너무너무 하기 싫었거든요. 

문득 '나는 왜 내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까지 싫은 일을 하며 보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 하던 때가 있었는데, 왜 이렇게 싫어진 건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물론 '월급'이라는 거대한 이유가 있기는 한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이직을 한다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계속 다니기는 싫고, 퇴사를 고민했죠. 물론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만 두면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다시 회사를 다시 다닐 수 있을까, 이러다 영원히 쉬게 되면 어떻게 하나, 굶어 죽는거 아니야?!까지. 아마 별별이님 마음 속 고민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미래고 뭐고, 미래가 오기 전에 죽겠는데 어떻게 해요. 그래서 그만 뒀어요. 아무 생각 없이 무턱대고요. 맞아요. 도피를 한거죠. 힘들 때 도피 좀 하면 어때요? 내가 힘들다는데, 힘들 때는 좀 도망가도 괜찮지 않아요? 

결론은 1년 쯤 놀았어요. 그때 놀랐던 것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였어요. 일에, 회사에, 사람에 치어 자신을 돌보기 위해 잠시 멈춤을 선택한 사람들이 연차, 나이, 직종 상관없이 적지 않더라고요. 이때 만났던 백수들 지금 어떻게 지내냐고요? 40대에 15년쯤 회사다니다 번아웃으로 퇴사한 A씨는 플로리스트가 됐고, 30대에 퇴사한 B씨는 다시 공부를 시작해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러 떠났고요. 물론 다시 회사로 돌아간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고요. 

중요한 건 저마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 다시 자기 길을 찾아 가고 있다는 겁니다. 나이와 연차가 새로운 무엇을 시작하는데 큰 방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퇴사가 답'이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번아웃의 원인에 따라 답은 다를 거예요. 당장은 회사가 원인인 것 같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퇴사는 좋은 선택이 아닐 거예요. 무작정 '잘 될테니 그만둬'라는 얘기도 아니예요. 퇴사 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별별이님이 나이나 공백기간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 같아서요. 직종 특성이 있긴 하지만, 별별이님은 이제 30대에요. '나이가 있다'고 했지만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딱 좋은 나이죠. 저도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정말 그래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별별이님 사연을 보면 별별이님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계신 분인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길을 충분히 찾아나갈 수 있는 분인 것 같고요.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데, 아픔이 일상이 되도록 그냥 내버려두기에 별별이님은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만 더 믿어 보시길.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면 마음 가는데로 좀 해도 괜찮지 않아요?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사느라 돌보지 못했던 자신을 좀 돌봐주세요. 

아! 한가지 더.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개인적으로 당장 운동을 시작하는 걸 강추합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시작한게 운동이었는데요. 회사 다니느라 못했던 것, 내 시간을 온전히 날 위해 쓰는게 뭘까 생각하다 시작한 게 운동이었어요. 그때 가장 좋았던 것은 내 시간을 온전히 날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거기다 조금씩 체력이 좋아지는게 느껴지니 뿌듯하기도 하고, 당장 눕고싶고 잠만 자고 싶었는데 이런 피곤함도 조금씩 사라지는게 느껴졌어요. 몸에 근육이 생기면 마음에도 근육이 생기더라고요. 

당장 원하는게 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좀 움직여 보는 것은 어때요? 긴 시간, 큰 돈 들일 필요도 없어요. 요즘 날씨도 좋잖아요. 속는 셈 치고 하루 30분만 걸어보세요. 제발요. 시작은 힘들겠지만, 딱 1달, 아니 1주일만 해봐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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