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SOS] 30살 연상 상사(꼰대…)가 업무 외적으로 트집을 잡아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회사에 입사한 20살 직장인입니다. 평균 연령 40대인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사연을 보내게 된 이유는 제 상사입니다. 50대 대리인데요. 제가 마음에 안 드는지 사소한 일 가지고 트집을 잡아요. 업무와는 관계 없는 일들로요.
어제는 퇴근하려고 인사를 드렸는데, 못 들으셨는지 계속 일만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크게 한 번 더 인사를 하고 갔어요. 근데 오늘 아침에 오셔서는 "너 어제 왜 인사 안 하고 갔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전 분명 두 번이나 했다고 말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말이, "너 앞으로 말 그렇게 하지 마"였습니다.
이 외에도 "너 이렇게 하면 죽는다", "니가 어디가 예쁘냐" 등등 막말을 자주 하세요. 나이가 30살 이상 차이가 나니까 무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강약약강입니다. 그 대리 얼굴을 보기도 싫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일단 1년 정도 참고 경력을 쌓아서 이직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든 회사가 다 이런 건가요?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모든 회사가 다 이러냐'라고 물으셨으니 일단 그것부터 답해드린다면, 아뇨. 이런 상사는 드뭅니다. 물론 왜 저런가 싶은 사람들은 회사 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에든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진 않아요. 김치 속에 들어가 있는 생강 덩어리 같은 거랄까요. 음식을 먹을 때 딱히 맛을 인지하고 먹진 않지만 이로 씹는 순간 입안이 찌릿한 생강처럼, 사회에 존재하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다가 문득 대면하는 순간 '와…. 왜 저래? 일상생활 가능하신가?' 싶은 거죠.
그런 상사를 바꾸는 건 본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인 거고요. 연령대가 50대시라니 나이 차이가 있는 만큼 말이 통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불쌍히 여겨주세요. 별별이님한테만 그런 사람도 아닐 거예요. 아무리 강약약강이라고 해도 사람들에겐 눈과 귀가 다 있으니 "원래 저런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평가가 좋지 않을 거고요.
그렇다고 아주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인사에 깐깐하신 걸 보니 자존감이 영 낮으신 건지 무시당하는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 같고요. 이런 분들이 또 위아래 서열 관계에도 민감해서 나이도 어린 사원이 본인을 썩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느끼면 더 집요하게 괴롭힐 가능성이 있죠.
저나 주변 직장인들의 경험에 따르면, 날 이상하게 싫어하는 꼰대에게는 이런 태도가 적당했습니다.
①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남 갈구는 사람들은 서열 관계에 민감하니, 설사 인사를 안 받아주시더라도 큰 소리로 대접해드리고 트집잡힐 일 안 만드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남이 날 미워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다 나를 좋아할 순 없다는 걸 기억하고, 상대와 트러블이 나지 않을 정도의 노력은 필요합니다.
상사는 신입사원인 별별이님보다 조직 안에서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혹여나 "쟤 인사도 잘 안 하더라"라는 소문이라도 퍼지게 된다면 별별이님이 불편하게 될 거예요. 또 강약약강이라고 평가하신 것을 보면, 이 대리님 상사한테는 잘하는 분일 가능성도 높고요. 그 상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확실히 인사해 드리는걸 추천합니다.
② '제가 생각하기엔 아닌데 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님의 말이 옳습니다 님이 다 맞습니다 짱!'라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건 일할 때의 태도로는 부적절한 것 같고요. 업무 외적인 트집과 막말을 들었을 때 추천합니다. 대신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거나, 상대의 말을 대강 듣고 있다는 사인을 줘선 안 됩니다.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드리면 돼요. 상대 말이 내 생각엔 틀린 말이라도, 뭐 어쩌겠습니까. 조직 내에서는 상사인 것을요.
③ 그 양반이 직장 내에서나 내 상사지, 바깥에선 모르는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 사람을 대하는 데 나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마세요. 시간이 아깝습니다. 어차피 퇴사하면 만날 일이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나중엔 볼 일 없는 사람이니까'하며 관계를 망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치게 될지 모르고, 그의 인맥을 무시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1년 재직이 목표라고 하셨죠. 반드시 퇴직금을 등에 업고 더 즐거운 직장에서 일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별별이님 화이팅! 추석 명절도 즐겁게 보내세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평균 연령이 40대인 회사면, 별별이님처럼 저연차가 입사하더라도 경험이 쌓이면 바로 이직을 많이 하는 곳 같은데요. 반대로 이직 시기를 놓쳤거나,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게 익숙해졌고, 그게 좋아서 정말 고연차인 분들만 남은 것도 같고요. 어쨌든 나이 차이가 큰 만큼 생각하는 것도, 경험한 것도 많이 차이가 날 테니 별별이님께서도 고충이 많으실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느끼고 계셨겠지만 모든 회사가 절대 다 그렇지 않은데요. 산업이나 업무 특성상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이고 수직적이거나 반대로 수평적인 회사들도 있긴 하지만, 사연 속 50대 대리님은 단순히 그런 이유로만 치부하기엔 개인 특성도 강하신 것 같아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이 말처럼 그 대리님의 언어(막말)는 그 분의 세계가 어디쯤 있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자기 얼굴에 계속 침을 뱉고 계신 거랄까요. 하핫.
별별이님께서 이미 이직을 결정하셨으니, 남은 시간은 '유체이탈' 화법을 연습해볼 시간이라 여겨보시면 어떨까요. 이 기회에 타격받지 않을 내공을 단단하게 다져보는 거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덜 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아닌 환경에 놓여계시니까요.
문제는 마음이 병든 사람은 멀쩡한 사람들까지 병들게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감정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 대리님 때문에 소중한 내 감정과 하루를 망치지 말자는 거죠. 세상엔 정말 별별 사람들이 있는데, 매번 모든 감정을 쏟으면 금세 나가 떨어질 테니까요.
그 대리님은 자기만의 기준이 확고하고, 완고해 보여요. 강약약강인데서 보면 자존감도 높지 않은 것 같고요. "왜 인사 안 하고 갔어?"란 말에는 "내 앞에 와서 제대로 인사하고 갔어야지. 너 왜 나를 무시하고 갔어? 그건 내 기준에선 인사한 거 아니야"란 말이 숨어있는데요. 때문에 무슨 말을 했어도, '답정너'였을 거예요.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정도의 답을 원했을 거고요.
'답정너'인 상대의 말을 이해해보려 하거나 질문에 답을 하면 할수록 수렁으로 빠지게 되니까, 그 분이 무시하든 말든 원하는 답을 들려주되, 진정성은 티 안 나게 담지 않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속으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 진심은 아니야' 하면서요.
애시당초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겐 'AI보다 못한 로봇에게 답을 한다'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요. 게임 퀘스트를 깬다고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말이 쉽지 막상 나쁜 말 들으면 감정이 올라오게 되는 게 사람이라 쉽지 않은 거 잘 알아요. 그렇고 말고요. 하지만 그래도 이 내공을 획득하시면 한 단계 더 고수의 경지에 오른 느낌이 드실 거예요. 사회생활 만렙으로 가는 그 길에 첫 발을 내디디신 별별이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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