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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준생LAB May 23. 2019

2. 펫 푸드 영업 에세이(2)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고객의 정보를 얻다.

 다음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 20분. 여름에 진입하는 날씨는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손에 쥔 핸드폰이 가는 길을 안내하며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도착지는 ‘M’ 애견 카페로, 북적한 홍대 거리 내 소박한 잔디 마당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매장에 입성하자마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매장 입구 바로 옆 냉장고에 애견용 수제간식들이 빽빽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눈에 봐도 직접 만든 것 같은 ‘핸드메이드’의 향기가 풍겨왔다. 혹시나 해서 카운터 앞 아르바이트생에게 말을 건넸다.


 필자: ‘수제 간식은 여기서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사장님: ‘네 저 바로 옆 공방에서 수제간식 클래스를 여세요’


아아,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필자: ‘제일 잘 나가는 수제 간식은 어떤 게 있나요?’


 아르바이트생은 당황한 듯 애써 밝게 대답해주었다. ‘저기 종류별로 하나씩 담겨있는 간식 패키지가 있는데 그걸 이용해 보세요’


 뒤돌아 보니 수제 간식이 종류별로 하나씩 담겨있는 패키지가 있었다. ‘아하, 이런 모둠 구성은 처음 이용하는 고객님들께 괜찮겠구나’ 하며 창 밖을 보니, 그제야 수제 간식을 제조하는 공방이 보였다.

또. 또. 또. 그러게 왜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이렇게 헛걸음을 하는지, 벌써 두 번째 허탕이었다. 그래도 이번 허탕에는 깊은 깨달음이 있었다. 대표님에게 ‘초심자 모둠 상품’를 제안하자


 북적한 홍대 인파 속을 가르며 다음 도착지는 2층에 위치한 G 애견카페. 고작 세 번째 방문지였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걸어가는 발걸음이 당당했다.


제품이 잘 나가서 많이 있지는 않았다.


 하나 그것은 내 착각에 불과하단 것을 곧 깨달았다. 문을 열자마자 자유롭게 뛰놀고 있는 대형견들과 가득 찬 손님들에 압도당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우물쭈물 사장님이 거취를 여쭤봤다.

대형견들 사이에 있는 거대한 분이 사장님이라는 말에 나는 눈이 커졌다. 저 포스 넘치는 분과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

 사장님: ‘예예, 이쪽으로 와서 얘기해요’


 풍채와 어울리는 쿨한 목소리에 압도당하며 우리는 사장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제일 먼저 꺼낸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사장님: ‘에휴.. 어쩌다 이 시장에 발을 들이신 거예요? 요즘 이 시장이 워낙 경쟁이 세서..’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게 될 풋내기가 걱정되었는지, 사장님은 펫푸드 시장의 소위 ‘피 터지는 경쟁’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주셨다. ‘대형견’ 애견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애견 간식에 대한 수요가 많으신 편이었다.

 

 한참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 우리의 제품을 꺼내 보이자마자 사장님은 또다시 한숨을 쉬셨다.


 사장님: ‘에이, 요즘 사람들은 이런 패키지 디자인 신경도 안 써요. 차라리 양이나 질에 더 집중하세요’


 사장님은 그렇게 쿨한 음성으로 또다시 팩트 폭행을 이어가셨다. 멘털이 반쯤 나간 나는 ‘아하 그렇군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잠깐잠깐 이야기가 멈추는 타이밍이 올 때마다 사장님은 다양한 팁을 알려주셨다. ‘바이럴이 중요한 시대니 00을 집중적으로 뚫어봐라. 사실 애견 간식이란 소형견보다 대형견의 수요가 더 많다. 간식의 크기가 사료의 크기와 같으면 안 된다.. 등등’  


 사장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꿀팁이 가득한 생생정보통을 능가했다. 이것이 리얼한 생소리구나. 마지막으로 사장님께 명함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대형견 애견카페에서 빠져나왔다.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며 오늘 방문한 애견카페들의 특징과 사장님들의 인터뷰를 취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실한 사전조사 때문에 네 곳 중 두 곳이나 허탕을 쳤지만, 그래도 마음 넓으신 사장님들 덕분에 양질의 생소리를 얻을 수 있었다.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했다. 그 속에서 얻게 되는 정보는 인터넷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정보였다.

 이렇게 쌓인 정보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의 방향성이 수정되는 것이구나. 중간에 서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 다음 주의 고객 조사지 동선을 짜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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