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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나무숲 Feb 20. 2023

뭐든 안되는 날

그런 날이 있다.

뭐든 안되는 날.


주말을 앞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나한테 폭풍이 몰아쳤다.

지옥을 벗어나고 싶어 휘갈겨 냈던 지원서들,

그것들을 받아낸 회사들이 이틀 동안 쉴 틈 없이 불합격 통보를 보내왔다.


내가 작년 말 부터 벼르고 있었던 것, 퇴사.

정확히 말하면 환승을 가장한 퇴사이지만 기회가 종처럼 보이지 않는다.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1월부터 써낸 지원서들. 계속 날라오는 불합격 통보.


1년 전처럼 무작정 휘갈긴 것도 아니고,

몇 안 되는 공고들 중에 고르고 고른 것들이라 충격이 더 컸다.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도 쓴 소식을 보내왔고,

꼭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좋다는 회사들도 똑같은 소식을 보내왔다.


쌓인 데미지에 힘을 잃었다.

번아웃이 왔다.

그리고 불안증도 도졌다.


너무 급하게 생각했다.

단숨에 해내려고 했다.


이건 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 2월에 달리라고 한 사주 선생님 때문이다.


맞다. 누굴 탓하고 싶다, 지금.


아.. 선생님.. 2월에 '죽었다' 할 정도로 노력하라고 하셨잖아요..?

4월에 결실을 본다면서?..


어찌됐든,

단거리 질주에서 마라톤으로 생각하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다.

천천히 내 몸 챙기면서 잘 달려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약간 마음은 편해졌는데..

오늘따라 왜 되는 게 하나도 없을까?


아이스 커피를 마시려고 꺼내놓은 얼음틀이 떨어져 바닥이 얼음 바다가 되질 않나..

(덕분에 얼음틀 모서리도 깨졌다.)


선물 받은 드립백으로 커피를 내리려는데

미숙한 손동작으로 까놓은 드립백을 놓쳐

커피 가루들이 조리대를 어지럽히질 않나..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러닝하는 걸 그만뒀다.


(하기 싫어서, 시간 없어서 핑계를 대는 것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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