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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bsori Dec 23. 2022

세상 4무적인 리더들, 그 1편(무지하고 무식한 리더)

무지하고 무식한 그들에 대하여

생리통이 심한 분들은 알 것이다.

그 날에 일하기가 얼마나 힘든 지를.


사실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같은 성별이라고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평소 공감 능력 부자라, 내가 겪진 않았어도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상상을 하면 되려 내가 더 힘들어지는, 엄청나게 피곤한 사람이다.


학창 시절 때는 나와 비슷한 생리 주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렸어서, 생리 주기의 범위가 그렇게 다양한 줄 몰랐었다.


학창시절 기가 시간의 생리 주기 계산법에서 알려준 28일 주기를 넘으면 어디가 아픈거일 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 보니, 아무 문제 없이도 1년에 2-3번 하는, 불규칙적인 생리 주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었고, 주기가 3주 정도라 한달에 2번 생리를 하는 친구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주어지는 생리휴가가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나는 생리통은 심하지만 주기는 (그나마) 평균적이니 여성휴가(회사에 따라 보건휴가라고도 한다. 나는 여성휴가라고 하는데, 이는 처음 다닌 회사에서 여성휴가라고 했기 때문이다.)를 잘 활용하고 있다.


보통 생리는 둘째날이 가장 양이 많고, 통증도 심하다. 그래서 나는 둘째날에 여성휴가를 낸다.


내가 그동안 몸담고 있던 조직들은 갑자기 휴가를 내는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갑자기 아프게 된다. 특히나 내가 휴가 낼 정도로 아픈건 감기도 아니요, 생리통이다. 그래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여성휴가를 꾸준히 써왔다.


여성휴가는 진짜 급 내게 된다. 둘째날에 아픈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에 최대한 당일 아침이 아닌 그 전날 일과 중에 '휴가를 쓰겠다'고 말을 하려고 노력은 한다. 그러나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하루 전날 휴가를 쓴다고 하는 것도 '갑자기' 쓰는 휴가 사용이라고 말할 게 뻔하다. 그래서 새롭게 만난 리더와의 개인 면담 때 양해를 구했다. "생리통이 심해서 일년에 한번씩은 새벽에 응급실을 가고, 여성휴가를 써왔다"고. "최대한 하루 전에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어서 미리 양해를 구한다"고.


이런 내말을 들은 리더는

"우리 회사에도 그런 게 있었니?"라고 말을 했다.


이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 회사 조직문화 개판이라는 것을.. 보임한 리더가 이떻게 회사 휴가 제도도 모르나 싶었다.


그리고 리더에게 말하기 전, 성별이 여성인 선배들에게도 내가 이렇게 물어봤었다. "여성휴가 잘 사용하시냐."고.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댄다.


성별이 여성인 후배들에게도 물어봤었다. "여성휴가 잘 쓰냐."고. "우리 회사에도 그런 게 있냐"며, "다들 안 써서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 때 역시, 이 회사 개판이라는 걸 알았어야 하는 건데.. 그럼 무지한 리더에게 말하기 전 마음의 준비라도 했잖어!


그리고 그 무지한 리더가 빻은 소리를 얼마 전에 또 했다. 요근래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지 여성휴가를 사용했던 둘째날은 물론, 다음날인 셋째날에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꾸역꾸역 출근은 했는데, 통증이 나아지지 않으면 오후 반차라도 내야겠다 싶어서 리더에게 미리 말을 해야겠다 싶었다. 결국 나아져서 쓰지는 않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말을 한 순간 리더의 무식함을 또 알아버렸다.


"너무 배가 아픈데요. 약은 먹었는데, 안 나아지면 오후 반차 좀 내도 될까요?"

"그렇게 힘들어?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보는 건 어때?"


음.. 자궁을 떼라는 건가.

사실 저 말을 들을 당시에는 리더에 대한 기대가 워낙 떨어진 상태라 그랬는지, 컨디션이 진짜 별로라 그랬는지, 신경도 안쓰고 "일평생 못고친걸 어떻게 고치냐."라고 반문했는데.. 컨디션이 올라오니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화가 올라온다.


진짜 미친놈이다. 지금도 내 반문을 듣더니 멋쩍게 "그래?"하고 웃었던 그 얼굴이 생각난다!




이렇게 나는 무지하고, 무식한 리더와 생활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은 있다고 한다. 최악인 사람에게서도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라는 교훈을 얻는다는데, 흠.. 난 잘 모르겠다. 이 교훈을 얻기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나 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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