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조거팬츠 착용 금지
자율복장인데, 왜때문에 입지 말라고 하시죠?
"잔소리 하나만 해도 되나."
집무실에서 보고 중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딱히 뜬금 맞은 멘트는 아니었다.
속에서는 '또 뭔 개소리를 하려나'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잔소리 해보라는 뜻이었다.
"회사에 왜 운동복을 입고 다니니?"
진짜 멍멍이 풀 뜯어 먹는 소리였다. 잔소리 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던 건 100만분의 1 확률일지라도 내 커리어를 위한 조언이겠거니 하고 한 행동이었다. 이런 개소리를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우리 회사 출근 복장은 비즈니스 캐주얼이 아닌 '자율 복장'이다. 내가 만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거나 남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오케이, 저런 잔소리 곱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출을 찾아볼 수 없는 회색 맨투맨, 회색 조거팬츠 복장이었다.
저 말을 한 상사는 'ㅇㅇ인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운동복을 입지 말라고 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운동복 아니고 조거팬츠다.'라고 했고, 조거팬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던 그 상사.. 그리고 잠시 몇 초간 웃더니 자기처럼 조거팬츠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운동복 입고 회사 다니는 줄 알테니 입지말라고 말을 마무리 지었다.
아직도 이해 안되는 복장 제재에 더 열불이 났던 건 저 말을 했던 맥락이 어이 없어서다.
저 말을 들었던 당시, 나는 생리통 때문에 오전에 의무실에서 한 시간 가량 누워있었다. 저 상사는 내가 의무실에 있을 때 날 찾았고, 의무실에는 왜 갔냐며 어디가 아프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래서 내가 "생리통이요."라고 했더니, 잠깐 헛기침을 하더니 "잔소리 하나만 해도 되나"하며 조거팬츠 금지령을 내리셨다.
정말 글을 쓰면서 복기를 해봐도, 저 멘트가 나올 맥락은 아니었는데.. 의무실 갔다 온 사람한테 저 말을 안하면, 디질 것 같은 기분이 드셨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