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이야기-
처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막막함에 질문만 읽었을 뿐이데 곧바로 멘털이 나가버리곤 한다. 입사 지원 동기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고, 입사 후 포부는 정년 때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데, 이 단순한 답변을 1,000자, 5,000자 쓰라고 하니 막막함이 밀려온다. 어떻게든 글자 수를 채워 넣으려 하다 보니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집안 배경을 소개하게 되고, 실제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도 불가한 어릴 적 부모님의 말씀까지 소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중에서도 다음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설득할 상대는 누구인가?’
이 내용은 면접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한다면 특히, 당장 자기소개서 제출이 급하지 않은 1~2학년이라면 위 물음에 깊게 고민하여 답을 찾아 보길 바란다.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이력서(자기소개서) 준비와 면접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면접은 자기소개서 내용을 다시 한번 검증함과 동시에 글로써 표현되지 않는 매력, 숫자로 채 드러내지 않는 진짜 실력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한 장치 일 뿐이다. 반대로, 자기소개서 작성에 깊은 고민과 함께 정성스러운 답을 준비했다면 특별한 면접 준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수월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당신이 설득할 상대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게 된다면 사실 앞으로의 내용은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취업준비생인 당신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검토하는 채용 담당자라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말 그대로 이력서를 읽고, 채용 과정을 진행하며 합격 가부를 결정한다.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자. 이력서(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그룹은 어떤 사람 들일까? 대기업에서는 HR 부서에서 채용 담당하는 팀의 대리~과장급 일 것이고, 조금 작은 기업으로 가면 저자와 같이 담당 직무의 관리자급이 진행하게 된다.
이 정도 위치의 사람들이 본인들 마음대로 채용의 합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할까? 본질적으로 이력서(자기소개서) 합격 여부의 기준은 ‘근거’이다. 다시 말해서, 채용 실무진이 합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근거란,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왜 이 지원자를 합격시켰는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 해야 하며, 이는 곧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용 담당자 본인을 방어해 주는 수단이 된다.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합격에 대한 ‘근거’를 보다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결정하기 위해서 소위 필터링 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탈락한 인원은 탈락한 근거가 명확해야만 하겠다.
예를 들어, 해외 영업 지원자 A와 B가 있고, 둘 중 한 명만 채용을 하게 된다.
A의 경우, 서울 유명 S대학을 나오고 괜찮은 학점과 어학점수, 게다가 2회의 입사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 지원자다.
B의 경우, 지방 P 국립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경험한 지원자이다.
당신이 채용 담당자라면 누굴 선택하겠는가?
아래 두 채용 담당자는 상급자에게 다음과 같은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채용 담당자: 김채용]
합격: B
이유: 창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되고 이는 자사 영업관리 직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됨. 반면, A 지원자는 2회 입사 경험이 있으나 근무 기간이 짧아 자사에서도 금방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경향으로 판단됨.
[채용 담당자: 이 면접]
합격: A
이유: 짧지만 회사 근무 경험이 있어서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S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여 경영기획 직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함. 반면, B 지원자는 짧은 창업 기간 동안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경영 기획 직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됨.
지원하는 회사가 속한 산업, 직무, 회사의 규모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지원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된다. 그러기에 사실 취업의 당락에 대한 절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당신이 설득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에 대한 고민만 조금 더 깊게 하더라도 절반의 성공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이 내 글을 보았을 때, 합격의 근거를 적어줄지, 불합격의 근거를 적을 지를 한 번쯤은 예상하면서 글을 써 내려간다면 훨씬 더 좋은 자기소개서가 나오지 않을까? 반대로, 자기소개서를 읽는 상대의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쓴다면 과연 합격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아직까지도 화목한 가정과 가훈을 자기소개서에 담아내고 있다.
이제 물어보자.
당신의 글을 읽는 채용 담당자가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급자에게 합격에 대한 근거로 제출할 수 있을까?
[채용 결과 보고서]
부장님, A 지원자는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서류 전형 합격을 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