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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범준 May 27. 2024

이별에 대한 단상

다소 어린 나이부터 나는 많은 이별을 해왔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20살 때 나와 영원의 이별을 했고, 그 이후로도 친했던 친구와 형님들 그리고 연인들과 다양하고도 수많은 이별을 견뎌내며 살아왔다.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이별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난 어느 날 문득 어느 순간 때로는 모든 순간 지난 이별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사랑했던 그 모든 사람들과의 순간들을 떠올리곤 한다. 사랑 그 영원한 것. 그 허망한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이러니한 아름다운 신기루. 그것을 잃고 나서의 허탈함. 그것은 일과 사람 그 모든 이별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존재하지 않는 ‘이별’ 혹은 ‘사랑의 상실’에서 오는 시림은 형체가 없지만, 마치 아주 강한 형체를 갖은 듯하다. 존재 하지 않지만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지구상의 어떤 민족들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그럼 이별이란 단어도 없을까. 아니면 그들에게도 누군가를 잃는 것에 대한 상실감은 있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정의 내려진 이러한 이별에 대한 상실감과는 사뭇 다른 어떤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같지만 조금 단순한 이별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린 아주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이별의 공허를 느낀다. 그건 인류가 살아오며 아주 디테일하고 정교하고 다양하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에 대해 정의하고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로 인해 우리는 그것의 상실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괴롭고, 지옥 같은 이별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나는 안개 낀 거리를 지나며 그 하얀 알갱이가 나의 폐 구석구석 박히는 것 같은 매우 불편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문득 원치 않는 이별의 순간을 걸어가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사람과의 이별은 마치 수천, 수만, 수조 개의 하얀 알갱이가 가득 나의 폐 안에 들어 찬 채 더 이상 맑은 숨이 들어갈 틈도 없는 상태에서 그 하얀 이물질로 가득 메워진 나의 폐를 느끼며 하루 종일을 버텨 내는 기분과 같았다. 나는 이 답답함의 근원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 몸을 내려다보지만 그저 삐쩍 마른 갈비뼈만 보일뿐 내 몸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 그저 아주 불편한 느낌. 그 불편한 느낌에 숨조차 쉬기 힘들 뿐이다. 이내 참지 못하고 배를 손으로 쓸어내려 보지만 아무런 나아짐도 없다. 나는 분명 엄청난 불쾌감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관적인 내 몸은 그대로일 뿐이다. 그런 아이러니한 나의 모습에 나는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하다 결곡 내 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 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내 속은 허옇고 뿌연 그 멍청한 미련의 알갱이들로 가득 차 아주 작은 틈도 없이 날 숨 막히게 할 뿐이다. 형체 없는, 이미 달아나버린 사랑은 마치 허옇고 뿌연 안개를 마시는 것 같다.

형체 없이 강렬하게 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리고 서서히 조이고 있던 목덜미를 놓아주기도 혹은 더욱 새게 움켜쥐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실망시키고, 또 다른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다신 못 볼 사람처럼 이별하고, 그 차가운 말투와 눈빛들을 느끼고, 그 사랑했던 모든 순간들이 멀어지는 순간들이 이별이다. 망망대해를 두 손 꼭 잡고 함께 헤엄치다 손을 놓는 순간 눈에서 점점 멀어진다. 어느 순간 상대방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어진다. 다시 보고 싶어도 다시 찾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바다 어딘가에 둥둥 떠다닐 너를 그리워 하며 또다시 어둔 바다를 홀로 헤엄쳐야 하는 것. 이 드넓은 바다에서 한 번쯤 마주치지 않을까 하며 헛된 꿈을 꾸게 하는 것. 그 헛된 희망이 결국 내 인생이고 삶의 원동력일 수도 있겠지만, 바보같이도 멀어져 버린 그 모든 신기루들이 여전히 난 그립고 사랑스럽다. 언제쯤 나는 이별과 애착 그 멀 디먼 간극을 단념하고 덤덤해질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사랑이야 말로 경제를 발생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조직인 가정을 구성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 수학적으로 접근해 보자고 다짐해 보지만 나의 이 감성적인 뇌는 오늘도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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