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by 조범준

물속을 떠다니다, 작은 지푸라기 하나 보이면 물속이 불편한 눈을 부릎 뜨고 서는 미친 듯이 그 지푸라기 하나 부여잡았습니다. 그 지푸라기가 수면 위로 조금이라도 날 띄워 준다면 그 작은 희망이 나에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잡아야 했거든요. 어느 날은 그것보다는 조금 큰 작은 봉투가 손에 잡히기도 했어요. 어딘지도 모른 채 팔을 휘적이다 보면 그런 작은 행운도 오더라고요. 그럼 그 작은 봉투 하나로 전 수면 위로 올라가 잠시라도 숨 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어요. 어느새 나라는 무게는 그 작은 봉투의 부력으로는 더 이상 수면 위의 맑은 공기를 내 것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밑으로, 더 밑으로 가라앉을 뿐이었습니다.


수면 아래에는 수도 없는 제가 사냥해 놓은 물고기들의 전시품들이 가득합니다. 그 당시 어떠한 포부로 가득한 채 사냥터에 나가 날카로운 작살로 찍어 잡아 저의 전리품으로 전시해 놓았지요. 어느 날 문득 가라앉아 보니 그 깊은 나의 심연에는 그러한 전리품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어떤 소신에 어떤 확신에 그것들을 그렇게 가득 잡아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몇몇은 기억이 나더군요. 그때도 그저 잘 살아 보고자, 그저 뭍으로 올라가 숨 한번 쉬려면 저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확신과 기대였던 것 같아요.

필요하기도, 필요 없기도 해요. 그때의 열정이 지금은 틀리기도 그땐 맞기도 한 것처럼요. 비겁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허우적거려도 그저 내 삶을 위해 허우적거리고 싶어요. 때로는 행운 가득한 큰 풍선이 나를 한껏 숨 쉬게 해주기도 하겠죠. 하지만 어느 날 가라앉아 저 심연에 나의 전리품을 바라보는 일도 썩 나쁘진 않아요. 그것들도 결국 나의 삶의 흔적들이니까요. 그것들도 결국 다 내 모습이니까요. 볼품없는 전리품들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말이죠.

지푸라기를 잡는 기분은 어찌 보면 행운이고 저찌 보면 불행입니다. 우리의 삶은 바라보는 대로 보이는 거거든요. 물속을 허우적거린다고 생각하면 미친 듯이 괴롭지만, 떠다닌다 생각하면 너무나도 편안할 수도 있거든요. 바람이 분 다고 손을 내저으며 미친 녀석처럼 허공에 주먹질을 해도 바람은 그저 불뿐입니다. 그냥 시원한 바람을 즐기시면 됩니다. 오늘 하루도 내 삶이 작은 지푸라기 같은 행운으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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