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인가
가극 <부부 이야기> 관극하고 왔습니다
가극의 현대적인 대중화 시도가 돋보이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뛰어난 연주와 배우들의 음악적 소양에 감탄을 하며 보았습니다. 현대 설치 미술 같은 무대 연출과 그 위에 얹어진 클래시컬한 음악이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장르인데, 현실감 있는 가사와 유머가 극의 재미를 한껏 올려 주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 같은 무대 쟁이 말고도 일반 관객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하며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흥미도 결국 어떤 ‘감안’이 아니었나. 내가 과연 무지성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여 가극과 뮤지컬의 경계가 없는 사람이었더라도 이 극이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이 실험극이고, 특정 예술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아주 훌륭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중극이라고 하기엔 대사와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주는 아이러닉 한 흥미가 떨어지고 다소 직관적인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당연한 일상을 한 시간 반동안 오페라 가수를 통해 마치 직관적으로 보고 듣고 온 기분이라 플롯과 전체적인 흐름이 다소 식상한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가극이라는 점에서 주는 아이러닉 한 흥미 일수는 있겠지만 일반 소비층에서 관람할 경우엔 그저 이야기 혹은 뮤지컬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뻔 한 느낌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혹자들은 음악에서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현대화에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혹은 사멸하여 새로운 장르로 그저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한스 짐머가 하는 음악은 클래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고전 클래식을 현대화하여 그 명맥을 아주 분명하고 멋지게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스 짐머의 음악들은 고루하고 지루하지 않습니다.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시대를 앞서가고 촌스럽지 않습니다. 오늘 관람한 극의 옆에서 전시했던 샤갈의 초현실주의 그림들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색감과 직관적으로 주는 느낌은 굉장히 대중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예술은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세기를 넘어선 아름다움을 간직해야겠지요.
결코 쉽다고 예술이 아니며, 결코 어렵다고 예술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한마디를 만들어 내는 게 예술인 것 같습니다.
프랑스가 계급과 제도를 타파한 민주화 운동을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인류는 사회학 적으로 윤리적으로 많이 늙어 갔습니다. 결혼이란 제도에 회의를 느낄 만큼 개인주의적이 되어 왔고, 자식을 부양하는 것에 회의에 들 만큼 덜 본능적이 되어 갔지요. <부부 이야기>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제도와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지는 인류는 순진하게도 결혼과 배우자에 대한 원망에 허우적 댄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장면에 배우의 슬픈 눈빛은 어쩌면 인류의 동물적 본능에 반하는 개인적 자유와 윤리적 회의에 대한 원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극 <부부 이야기> 가 클래식 대중화의 큰 한걸음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