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삶의 지루함에 대한 에세이
몰입이라는 감각에 대하여
지금의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막연한 불안 속에 놓여 있다고 느껴진다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이론’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몰입이란 개인의 역량과 주어진 목표가 적절히 맞물릴 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깊이 빠져드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목표의 난이도에 비해 개인의 능력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우리는 쉽게 지루함과 무관심에 빠진다. 반대로 목표는 지나치게 높은데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가 삶을 지배하게 된다. 삶의 많은 순간들은 이 두 극단 사이를 오간다.
통속적으로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의 이미지 또한 이 도표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도 안에서 정해진 목표를 무난히 수행해 나가는 삶은 겉보기에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개인의 역량에 비해 목표 의식이 낮아질 경우 지루함과 권태를 낳기 쉽다. 이는 지나치게 야심찬 인생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데서 오는 나태함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일이 없는 예술가의 불안 역시 이와 닮아 있다. 불확실한 수입, 예측할 수 없는 성공의 기준,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자신의 높은 인생 목표에 비해 현재의 실력이나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증폭된다. 불안은 무능의 증거라기보다,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상태일 수 있다.
칙센트미하이의 도표를 기준으로 본다면 해법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삶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스스로에게 더 높은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예술가의 경우에는 하루하루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제도는 우리의 나태함과 불안을 친절하게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 또한 이론 하나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목표의 조정이 아니라 습관의 변화다. 나태해지고 불안해지는 삶의 패턴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목표는 언제나 추상적인 구호로 남기 쉽다. 스스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몸으로 체득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인생을 건 거대한 목표가 아니라, 테니스 한 게임의 승리, 30분 달리기의 완주,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순간처럼 짧고 분명한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순간의 고통을 견디고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은 불안정한 심리를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회로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은 몸에 축적된다.
등산을 할 때 정상만을 바라보며 오르면 오히려 더 쉽게 지친다. 하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보다 훨씬 높은 곳에 도달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높은 인생의 목표보다, 달성 가능한 작은 성공 과제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편이 훨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시스템 속에 놓인 예술가의 삶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루하루 자신만의 작은 성취 루틴을 만들고, 때로는 단순한 성과가 분명한 일을 병행하며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을 축적하는 것. 그 감각이야말로 불안과 나태를 잠재우고, 다시 몰입의 상태로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