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권력

아름다움과 사악함, 그리고 권력의 윤리

by 조범준

아름다움은 사악함과 맞닿아 있다. 그것은 마치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물과 같다. 처음에는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종이는 서서히 젖고, 결국 두 물은 섞이기 마련이다. 특히 그 거리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 경계는 급속도로 무너진다. 아름다움과 사악함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닮아 있고, 서로의 성질을 빌려 더 조용하고 더 은밀한 형태로 하나가 되어 간다.

아름다움의 주체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자각하는 순간, 다수의 사람들을 맹목적인 상태로 굴복시킨다. 그 힘은 명령하지 않고 설득하며, 강요하지 않고 허락받는다. 그래서 한 번 발현되기 시작한 아름다움의 권력은 제어하기도, 되돌리기도 극히 어렵다. 아름다움에 숨어 있는 사악함은 폭력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은은하고, 조용하며, 정당해 보이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의와 매력, 혹은 특별함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욕망은 본래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고개를 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욕망은 사회 속에서 충돌하고 제지당하며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욕망은 타인의 경계에 부딪히고, 규범에 의해 잘려 나가며, 결국 일정 부분 도태된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매개로 한 욕망은 다르다. 그것은 제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당화된다.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은 욕망을 죄가 아닌 특권으로 바꾼다.


그 결과, 아름다운 자들의 무례함과 잔인함, 이기적인 동물적 본능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합리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합리화는 개인의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변의 무리들 속에서 그것은 점차 하나의 성격이 되고, 하나의 관용이 되며, 마침내는 마치 당연한 도덕처럼 받아들여진다. 상대방들 역시 그것이 비윤리적인 폭력인지, 아니면 치명적인 아름다움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아니,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매력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되고, 특별함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으며, 결국 사회 전체가 함께 눈을 감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사실은, 아름다움의 권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만이 아니라 그 주체 자신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사회가 아름다움을 제어하지 못하듯, 아름다운 주체 역시 결국 그 아름다움에 잠식당한다. 권력은 사용할수록 익숙해지고, 익숙해질수록 의심되지 않으며, 의심되지 않는 순간 그것은 인격의 일부처럼 굳어진다. 그렇게 아름다움은 더 이상 외형의 조건이 아니라 삶의 기본값이 된다.

물론 극히 일부의 아름다운 자들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사악한 권력을 인식하고, 윤리적 죄책감으로 그것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그마저도 아이러니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 절제조차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위대한 선행처럼 보이며, 마치 신이 자비를 베푼 것처럼 과도하게 칭송된다. 그만큼 아름다움이 가진 권력은, 내려놓는 행위마저도 다시 권력으로 환원시킨다.

이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별 사례를 넘어, 개인이 능력으로 획득한 모든 권력의 본질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움은 단지 가장 직관적이고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권력일 뿐이다. 재능, 지성, 성취, 명성, 부—이 모든 것 역시 개인의 능력으로 획득된 권력이며, 그 작동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제는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쉽게 윤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가에 있다.

개인이 자신의 능력으로 획득한 권력은,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이유가 많아질수록, 윤리는 선택사항이 된다. 권력 앞에서 윤리는 언제나 손해를 전제로 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윤리란 권력을 갖지 않은 자의 미덕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에게만 요구되는 고통스러운 의식이다.

삶에서 개인이 갖는 권력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그것은 타인을 지배하는 능력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유혹을 끝까지 의심하고 견디는 일은, 극히 소수에게만 허락된 가장 어려운 인간적 과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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