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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 J Aug 03. 2023

신혼생활 시작... 과 동시에 인터뷰 준비도 시작!

실리콘 밸리에서 살아남기 #4

배우자와 함께 24시간 살다 보니, 살면서 나 자신에 이렇게 까지나 객관화할 기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행동과 습관들에서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로 시작했다. 서로의 틀려 보이는 점들을 지적하고, 의견이 다른 점에서는 약간의 마찰도 생겼다. 다들 결혼하면 사소한 걸로 싸운다고 많이들 얘기했는데, 연애와 결혼이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한 번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사소한 것들로 다투는 우리를 보며 그 말이 정말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양파대 쪽파로 싸움... 디테일은 쪽팔려서 생략^^;;;). 그렇게 우린 "나와 너는 다르다"로, 그리고 마지막엔 "그런 나와 다른 너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보인다"까지 가게 되었다. 20년, 30년 넘게 다른 인생을 살다 결혼하며 한집으로 합친다는 건 쉽지 않은 듯하다.


H와 있으면서 알게 된 나의 본성 중 하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작을 할 준비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시작도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타이밍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 일일수록 이런 나의 성질이 도드라졌는데, 이번 인터뷰준비도 1) 결혼식이 완전히 끝이 나고 2) 함께 살 집으로의 이사가 끝나고 3) 새해가 되면 인터뷰 준비 시작하자 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전까지는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라고만 철저하게 생각하며 인터뷰 준비를 어떻게 할지 계획들만 열심히 세웠고 실질적인 공부는 하지 않았다. 새해가 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대회를 멋지게 준비하는 것처럼 나도 제대로 인터뷰에만 포커스를 맞추리라고 생각했다.


2023년 새해가 드디어 밝았고, 조금은 게을러 보였을 수 있는 어제의 나와는 작별을 고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려 했다. 아침엔 운동, 공부 전엔 성경, 오전, 오후 시간 단위로 계획을 잡아서 알고리즘공부와 시스템디자인 공부를 2-3개월 내에 완벽히 마치려 했다. 3-4월부터는 인터뷰 시기에 돌입, 무. 조. 건. 6월이 끝나기 전에는 오퍼를 받아내리라고 다짐하였다. 대학교때와는 결이 다르게 인터뷰패스용 공부를 하여 기술 면접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게 철저히 준비하려 했고, 여러 오퍼를 받아서 네고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인터뷰 준비와 또 다른 방향으로, 현재 마켓의 실상황을 알고자 미국의 IT 업종 실직률도 알아보고, 실직된 개발자들이 얼마 만에 재취업하는 지도 디테일하게 알아보았다. 당시 미국의 mass tech layoff 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고, M&A 쪽 회계업무 보는 지인도 요즘 인수합병 건수가 적어졌다는 얘기를, 또 미국 스타트업 업계도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아 졌다는 얘기,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한 Y Combinator의 Demo Day (투자 이벤트)에 초대받는 스타트업수도 40% 나 줄였다는 얘기등, IT 업계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얘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당시 굉장히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취직에 대한 데이터를 찾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레이오프 된 사람들의 평균 구직기간이 3-4개월, 길게는 6개월 내외였다는 얘기가 많았고, 더 나아가서 주로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여전히 오픈되어 있는 IT job posting 이 IT 인력보다 여전히 많다고도 했다. 해고 뉴스만 봐온 나에게 이러한 정보들은 꽤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인터뷰 보기 시작할 때쯤에는 마켓이 회복하여 다시 기업들이 활발히 고용하길 기도하며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고, 자주 "학생 때의 열정을 떠올리자"며 나 자신을 격려했다. 한때 열심히 공부할 때는 금요일 저녁시간을 빼곤 항상 공부만 했었다. 크게 친구들도 많지 않았는데, 몇 안 되는 친구와 학교, 도서관, 식당, 집만을 쳇바퀴처럼 오가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인터뷰 준비에만 힘쓰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열정으로 가득 차있는 마음가짐은 하루하루 지나가며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먼저 책임져야 할 배우자가 있었다. 경제적인 책임은 현재 하지 못하지만, 정서적인 책임, 삶의 서포터 역할은 할 수 있어야 했다. 감사하게도 배우자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H 역시 결혼은 처음이고, 남과 24시간 붙어있는 것도,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 모두 share 해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애할 때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었던 날것 그대로의 H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픈이 되었는데, 옆에서 H를 마냥 지켜만 보기보단 이런저런 도움을 주려 노력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아할 땐 환기를 시켜줬고, 당 떨어질 땐 초콜릿을, 편하게 요리할 수 있게 (H는 요리가 취미다) 설거지는 내 몫등, 내가 공부하는 기간이라고 학생 때처럼 가만히 있기보다는, 배우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노력하였다. 싱글일 때와 다르게 나만 생각하기보단, 옆에서 이 시기를 함께 지나갈 H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두 번째로는, 생각보다 몸과 두뇌가 예전 같지 않았다. 학생 때는 부딪혀보는 걸 즐겨하고 카페인과 노력으로 몸을 혹사시키며 공부했는데, 지금은 허리도 약해져 있었고 (ㅜㅜ...), 커피도 2잔 이상 섭취하면 오히려 몸이 힘들어했다. 오랫동안 공부와 멀어져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진 지금, 예전에 들었던 "공부도 할 때 바짝 해야 한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현재의 몸상태를 고려하며 공부하다 보면 익숙해지며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였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루틴에 완벽히 맞춰지는 건 어려웠다. 2023년을 시작하는 벨이 울리면 곧바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일찍 일어나 일찍 자고, 최대한의 능률로 인터뷰 준비에 매진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ideal 한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나씩 바꿔나갈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정시에 기상하고, 일과 스케줄을 짜서 거기에 최대한 맞춰 움직이고, 목표를 정해놓고 최대한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한편으로 정말 감사했던 건,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H가 무엇보다도 나에게 맞춰주려 노력하고 있었고, 또 그녀가 일을 한다는 점이었다. H 가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dependent로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들어올 때 income verification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주로 household income 이 한 달 렌트비의 2배에서 3.3배 이상이 되어야 함).


우리의 신혼생활은 상상했던 것보다는 쉽지 않게, 하지만 반대로 감사함이 넘쳐나게 시작했다. 이 과정을 지나가며 느끼는 건, 지금 이 시기를 잘 보내는 게 미래에 정말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기도하며 같이 인내하고, 서로 격려하며 위로해 주고, 인터뷰 볼 때마다 나의 작은 아픔과 행복을 함께 느끼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만 H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H의 삶도 나를 통해 풍성해질 수 있게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가끔은 H도 마음이 힘들어할 때면 내가 최선을 다해 다시 행복할 수 있게 해 주고. 이런 반복되는 과정들 속에서 좋고 힘든 일들을 함께 기도하며 이겨나가는 것이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한 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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