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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슨 Jun 13. 2021

얀센 백신 맞고 왔습니다

시원하게 이틀 앓았습니다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가 대상이었던 얀센 백신을 맞고 왔습니다. 


언론에 의하면 대략 100만회분(1,012,800회분)이 들어온다고 했으며 30세 이상의 예비군과 민방위는 약 350만명(3,578,000명) 이므로 해당자 모두가 신청하고, 접종 당일 노쇼가 없다면 3.5대 1 수준의 경쟁률이 예상되었습니다. 한편, 예방효과 측면에선 화이자: 95%, 모더나: 94.1%인 것에 반해 얀센 예방효과가 66%대 수준에 불과해 물백신일 것이라는 우려도 컸습니다. 


자, 거기까진 언론의 이야기. 백신접종 대상이 된 아저씨들의 현실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유독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준 군대(?)를 다녀온 터라 훈련받던 동기들과의 단톡방이 아직도 살아있는데요, 얀센백신 덕택에 간만에 다같이 수다떠는 재밌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6월 1일 자정을 기점으로 접수가 가능했는데, 군대 동기들의 단톡방은 전일 23시 30분부터 뜨거웠습니다. 누군가는 무조건 맞겠다고 했으며, 누군가는 모더나와 화이자를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귀찮아 했습니다. 


그렇게 다가온 백신접수 개시 직전.

단톡방의 누군가가 "어? 55분에 신청 해봤는데 되네?" 하면서 캡쳐를 보내주었고, 대기하고 있던 자들, 대기하고 있지 않던 자들, 그 중간 어딘가의 회색분자들은 모두 이성을 잃고 야수의 심장으로 접수사이트를 광클릭 하기 시작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일단 사이트를 못들어가


언론이 어떻게 우려하던 백신을 향한 그들의 함성은 그 어느때보다 힘찼습니다. 몇 주간 지속된 고된 훈련(코로나) 끝에 초코파이&포카리스웨트&따순물목욕(백신)을 주는데 정원의 30%만 선착순으로 준다? 선착순은 못참지.

예약이 문제가 아니라 접속 자체가 안됐습니다. 앞선 대기인원들 모두 빠지고 나면 겨우 내차례, 그런데 클릭 한두번 잘못해서 튕겨나가기, 재접속을 서너차례. 마음이 급해지니 화낼 시간도 없습니다. 결국 핸드폰&노트북&공기계핸드폰까지 3종세트로 풀 무장하여 제대로 다시 덤볐습니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인드지요. 일을 이렇ㄱ


출처: 중앙일보 기사 2021.06.01 https://news.joins.com/article/24071307


겨우겨우 12시 20분경 신청을 했습니다. 회사 근처 병원으로. 단톡방의 다른 예비군 아저씨들도 신청할 사람들은 꽤 했더군요. 호들갑은 종료되었습니다. 숨차는 전우애를 다시금 느끼는 현장이었습니다. 비슷한 환경으로 명절연휴 KTX 예매, 수강신청, 콘서트 티켓팅 등이 있겠네요.



그리고 우리의 호들갑이 무색하게 

그 시각 자고 있던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여유있게 접속하여 여유있게 예약을 완료했습니다.

.

.

.


이틀간 진짜 앓았습니다


백신 접종 자체는 싱겁게 끝났습니다. 주사맞는 거 자체는 뭐 저 혼자만 긴장했지, 다른 백신맞는거와 하등 다를게 없더군요. 심지어 아래층 약국도 타이레놀 재고 없음 그런거 없고, 바로 줬습니다. 그렇게 백신을 맞았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분 맞은 사람들이나, 의료계쪽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백신맞고 끙끙 앓았다던데, 저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맞는 순간에야 엄살을 동반한 통증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꼭 사라고 하니까 사둔 타이레놀도 그냥 비상용으로 보관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그래도 몸관리를 했는데 이정도는 기력으로 버티는고만? 하고 그냥 잊고 그날 하루를 생활했습니다. 접종 한 지 딱 10시간이 지난 때까지는 말이죠.


*~^^ 정확히 10시간이 지나자,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이 ^^~*


근육통, 두통, 허리통증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이것봐라? 했습니다. 타이레놀 두 쪽 삼키고 나니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이 들었는데...새벽에 깨고, 식은땀 줄줄, 고열, 목마름, 추운데 더워서 에어컨틀기, 하...이게 아픈거 티내자고 하는게 아니라 진짜 난리를 치게 되더군요. 그리고 아침 일찍 회사에 전화해서 오전 쉬겠다고 했습니다. 만 2일 딱 넘기고 난 시점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저는 얀센 맞고 휴가 쓰면서 여유롭게 후기나 남길 줄 알았는데, 정말 나이브한 생각이었습니다. 확실히 알았습니다. 백신휴가는 "권고"사항으로 멈춰선 안됩니다. 


백신맞고 다음날인가 접종 증명서가 카톡으로 날아왔습니다.


백신휴가는 꼭 받아야 합니다


노사관계같은 주제로 몰고가려는 게 아니라, 백신휴가는 진짜 필요합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휴식"이 필요합니다. 휴가를 받든 비번이든 주말이든 어떤 형태라도 좋으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일을 하면 안되는게, 위험해서 그렇습니다. 저는 사정상 일을 좀 손에 잡았지만 집중 자체가 안되는 겁니다. 특히 운전, 정밀작업, 위험한 일(공장 제조업 등), 인테리어 작업, 코딩, 돈계산 등등...아닙니다, 그 어떤 업무가 되었든 백신 맞고나면 꼭 쉬세요. 작업에 불량률이 나는 것도 그렇지만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같이 백신맞기에 동참한 예비군 지인들도 충분히 공감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서


얀센 백신이 어떻고 어떤 백신은 어떻고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뭐든 얼른 맞고 싶었던 거죠. 몇달 정도의 순서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 안으로는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접종을 마칠 수 있게 한다고 하니 계획대로 잘 진행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던 이시국.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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