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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Nov 29. 2023

수능날, 슬펐던 작년의 기억

작년 아들의 입시를 기억하며

오늘(2023년 11월 16일)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있는 날이다.

어느덧 1년이 지난, 작년 큰아들의 수능과 대학입시가 떠올라 펜을 든다.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1년 전.


작년 11월 17일은 큰 아들놈이 수능을 치르는 날이었다. 아들은 수시전형에 맞춰서 대학입시를 준비해 왔었다.


현재 대학 입시제도는 크게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으로 나눠지는데 수시전형은 고등학교 내신성적과 생활기록부로 전형이 이루어지고 정시전형은 수능 시험 결과만으로 전형이 이루어진다. 단 수시전형에서도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대학들은 수능 최저 기준을 두어 수시 지원자에게도 일정 수준의 수능 점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들은 내신 등급을 나름 상위권으로 유지하고 있어서 인서울 중위권 이상 대학은 무난히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던 차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싼 돈 주고받았던 입시컨설팅에서 소위 입시 전문가라는 컨설턴트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며, 컨설턴트가 안정적이라며 점지(?) 해 준 대학들도 인서울의 중위권 이상에 들어가는 대학들이었다.


당시 컨설턴트가 지정해 준 대학들에 모두 복수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원 대상 대학들은 모두 수능 최저 기준이 있는 학교들이었다. 아들은 각 대학이 제시한 수능 최소기준 맞춰서 수능을 준비하고 작년 이맘때 수능 시험을 보게 되었다.



수능점수가 발표되던 날,

회사에 출근해서 조마조마하며 연락을 기다렸는데 다행히 지원한 모든 대학의 수능 최저를 맞췄다는 와이프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뛸 듯이 기뻤으며 이 날까지만 해도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입시의 최종 결과는,

.

.

.

.

.



수시 광탈이었다. ㅠㅠ


지원한 수시 전형에 모두 떨어졌으며, 남은 건 수능 결과로 정시모집에 지원하거나 재수를 택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수시 전형에 떨어졌으니, 고등학교 3년 동안 공 들였던 내신성적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었다.


수시전형을 선택한 학생들은, 수능 최저 기준에 맞춰서 수능을 준비하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풀(full)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자신 있는 몇 개의 과목만을 선택하여 전략적으로 시험에 임하게 된다.


왜냐하면 수능 최저라는 것이 전체 과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 과목의 등급합산(예를 들어, 3합 5라는 기준은 3과목의 등급합이 5등급 이하여아 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본인이 자신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해서 최저 기준을 맞추는 방식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그 과목들에만 집중해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다시 말해 점수에 신경 쓰지 않는 과목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수능 최저 기준만 맞추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내신등급과 생기부로 입학전형이 이뤄진다.


수시전형을 준비한 아들 역시, 수능 최저에 맞춰서 정시를 준비했기에 전체 수능 점수는 본인의 수시등급에 비해 1~2등급가량 낮아져 버렸다. 내신등급을 더 이상 활용하지 못하니 이 정시 등급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선천적인 피부질환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 고3 시절에는 증상이 심하게 악화되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팔, 다리 접히는 부분과 등과 목에 심한 아토피 증상이 있었으며 이 증상은 수험생활로 인해 극도로 악화되었다.


하루는 아들의 등을 보며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사람의 등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얼룩지어 있었으며 피부가 벗겨진 부분은 진물이 흐르고 밤에 잘 때는 자신도 모르게 여기저기 긁어서 다시 상처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아들의 수험생활은 평범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몇 곱절은 힘들었을 거라 짐작한다. 사실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그 고통을 알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공부해서 내신 성적을 잘 관리했었는데, 결과가 이렇다 보니 본인은 물론이고 와이프와 나도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는 덤덤히 뒤돌아 생각해 보지만, 작년 이맘때는 정말이지 괴로운 나날들이었다.


와이프가 근래 며칠간 악몽을 꾼다고 한다.

수능일이 다가오니 작년 기억들이 잠재된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것 같다.


당시 우리 부부는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서 힘든 것보다 몸 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은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입시를 준비해 온 아들이,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것에 큰 슬픔을 느꼈었다.


한동안 아들은 불 꺼진 제 방에 털어 박혀 두문불출하였다.  입시에 대한 좌절감과 더불어 심해진 아토피로 외출을 꺼려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고3 생활을 마무리했다.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

지금 아들은 지방거점국립대 중 한 곳에 다니고 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시 성적으로 대학 몇 군데를 지원했으며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추천해 준 국립대에 합격해서 지금 1학년 생활을 하고 있다.


참고로 전공 학부는 내가 고민해서 정해 준 곳으로 했는데, 미래 유망 분야 학부로 선택해서 들어갔다.


지방이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1주일에 한번 집에 들러 얼굴을 보여 준다.


"재수할 생각이 없냐?"라고 작년부터 은근히 떠 보고 있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다. ^^;

담임선생님도 너무 아깝다며 재수를 권했는데 먹히지가 않았다.


아들!

1년이 지났지만, 입시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밤새 아토피로 진물이 터지고 가렵고 따가운 와중에도 묵묵히 잘해 줘서 너무 대견해.


잠잘 때 몸을 긁지 않도록, 침대에 손을 묶어 달라던 너의 말이 너무 가슴이 아팠단다. 몸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끔 너의 머리를 감겨줄 때 여기저기 심하게 갈라지고 굳은 너의 엎드린 목을 보며 아빠로서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네가 너무 가여웠단다.


이제부터 너도 성인이니 너의 모든 결정을 존중할게.

다만 실패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지, 도전하지 않는 핑계로 삼으면 안 된다. 알겠지?


사실 사람들은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단다. 너도 어른이 되면서 깨닫게 될 거야.


지금 새로운 도전을 향하고 있는 너를 응원한다! 넌 멋진 어른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림출처: 강풀의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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