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큰일이다.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맛있는 대화까지 더해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이미 7시가 넘어가는 시계를 보며 사장님께 택시를 호출해주길 부탁드렸다. 삼겸살과 소주를 사주신 아저씨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음식점 사장님과 따님께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음식점을 나섰다. 택시 기사는 젊고 친절했다. 정한 숙소가 있냐고 묻길래 찾아봐야 한다고 했더니, 가장 번화한 곳에 내려줬다.
덜덜거리는 보라색 트렁크를 끌고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거리를 걸었다. 하루 호텔 비용을 10~15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내 예산에 맞는 호텔은 없었다. 여행의 원칙이 밤이 되면 돌아다니지 않고, 어딘가 들어가서 잔다 이므로 돌아다닌 호텔 중 저렴하고 위치가 좋은 28달러 정도의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 트렁크를 던져놓고, 1층 로비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폭풍 검색을 시작했지만 인터넷에서 원하는 숙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안되겠다, 내일 돌아다녀보자.
오전에는 숙소를 찾아보고 숙소를 정하면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응옥선 사당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구글맵을 보면서 돌아다녔다. 일주일 정도 호치민에서 지내서 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호치민과 매우 다른 모습의 하노이가 움직인다. 호치민은 여느 동남아국가들과 비슷한 느낌인데, 하노이는 사뭇 다르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 팔기 위해 거리에 나온 여인들도 많았다. 호치민에서는 극도로 많은 오토바이 때문에 첫날 길을 못 건너고 30분간 서있었는데, 하노이는 오토바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배가 고파 들어간 쌀국숫집의 쌀국수 맛도 호치민과는 사뭇 달랐다. 외국인인 나를 배려해 좀 더 많은 내장을 넣어주셔서 감사했지만, 내장이 가득 들어간 쌀국수를 받아 든 나는 난감했다. 구운 내장도 잘 못 먹는 나에게 국수에 담긴 비린내 나는 내장들은 100미터 장대 뛰기였다. 나는 눈을 살짝 감고 먹기 시작했다. 배려에 대한 답례는 비워진 그릇이다라고 마음을 먹으면서...
오전 내내 호텔을 수없이 다녔지만, 영 마음에 드는 호텔을 만나지 못했다. 마음에 들면 터무니없이 비쌌고, 적절한 가격이다 싶으면 위치가 너무 안 좋았다. 새침한 마음에 길거리에 있던 한 작은 여행사에 걸린 하롱베이 포스터를 보다가 직원과 이야기를 했다. 하롱베이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다 투덜거리면서 예산에 맞는 숙소를 찾지 못했다고 했더니, 예산이 얼마냐고 묻는다. 10~15달러라고 했더니, 방 하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가 보여준 방은 다락방이었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개별 화장실과 샤워 시설 그리고 작지만 LG TV가 있었다. 창문을 열면 다닥다닥 붙은 하노이 구시가지의 고단하고 일상적인 서민들의 집이 보였다. 마치 내가 빨강머리 앤이 된 기분이 드는 그런 방이었다. 가격은 14달러! 나는 마음에 쏙 든다고, 오늘 바로 들어와도 되는지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 Sure, Of course!"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