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캄보디아, 뷰티플 앙코르와트
구립도서관에서 발견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의 구조, 비밀에 대한 책을 빌려서 읽다 흥미가 생겨 갖가지 책들을 읽으며 약 1년간 앙코르와트 사원을 공부했다. 책을 읽을 수록 실제의 앙코르와트가 더욱 궁금해진 나는 1년여 준비를 한 뒤 연말에 연차를 모아 10일 정도의 휴가를 내서 씨엠립으로 향했다. 당시에는 밤에나 도착하는 아시아나 국적기만 씨엠립 직항으로 있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직항을 타기로 하고, 나머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오랫동안 써치해둔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캄보디아는 입국하면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고 출입국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 캄보디아인들이 한국인에게 발급비용 이외에 적게는 1달러, 많게는 약 5~10달러의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각오를 했으나 입국하자마자 속된 표현으로 "뺑이도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긴장하며 적은 입국신고서를 제출하자 직원은 자세한 설명 없이 한 부분을 지적하며 잘못 적었다고 했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뭘 해야 하냐고 상냥하게 묻자 퉁명스럽게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니 내가 아주 사소한 부분을 안 적었기에, 볼펜을 빌려주면 적겠다고 했더니 화난 얼굴에 큰 목소리로 명령하듯 제일 뒤로 가서 다시 줄을 서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내린 몇백 명의 한국인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와우... 정말 기분이 나빴다. 나는 볼펜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사소한 것을 적고, 맨 뒤로 가서 다시 줄을 서서 약 30분을 기다려 다시 입국신고를 했다. 나는 일부러 그 직원이 있는 곳에 줄을 서서 그 직원에게 입국신고를 하고 나왔다. 줄을 서면서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을 해보니 돈을 달라는 신호였던 것인데 내가 못 알아듣고 맨 뒤로 가서 정말 줄을 선 것임을 깨달았다. 지적을 했을 때 얼른 돈을 내밀었어야 했다. 의아했던 건 나 이외에 어느 한국인도 그런 큰 소리 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리뷰에서처럼 돈을 삥 뜯는 일은 거의 없나 보다 생각을 하며 Baggage Claim에서 내 짐을 기다리는데 우연히 옆에 서 있던 청년들의 대화를 들었다.
" 야 나 2달러 줬다. 넌 얼마 줬어? " " 나는 1달러 줬어. 쳇.. "
아하, 그렇구나. 다들 조용히 돈을 뜯긴 거구나... 30분 늦은 것에 분하기 보다, 쓸데 없는 1~2달러를 뜯기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를 하며 그렇게 조금 늦게 게이트를 나와 미리 신청해 둔 게하의 픽업서비스로 게하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좀 늦어 미리 나와 있던 다른 두 명의 한국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게하로 이동했다. 나와 함께 차를 탄 친구들은 친누나와 친동생이라고 하는데, 아주 예쁜 누나와 아주 잘생긴 동생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하는 주인장 부부가 여행에 대한 다양한 인폼을 주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곳을 안내까지 해주어 인기가 많은 게하였다. 1년쯤 하릴없이 게하에서 생활하는 아저씨도 있었고, 여행 왔다가 게하에서 잡일을 해주며 지내고 있는 예쁜 여자 아이도 있었고, 그 여자 아이를 좋아해서 떠나지 않고 게하를 서성거리는 몇 명의 젊은 남자애들도 있었다. 내 나이와 여행 목적을 들은 게하 주인장이 나에게 했던 조언은 같이 앙코르와트 투어를 할 메이트를 찾아라 (뚝뚝 비용을 쉐어할 친구), 다른 외국인들은 3일에 걸쳐서 볼 곳을 한국인은 하루 만에 다 돌아버린다, 유적지를 느낄 새가 없으니 너무 빡빡하게 돌지 말고 꼭 가야 할 곳들을 위주로 루트를 잘 짜서 여유 있게 감상해라. 두 가지였다. 그러면서 마침 나와 동갑인 여자분이 있다고 같이 앙코르와트 투어를 진행하도록 다리를 놔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Q 양, 키가 작고 마르고 여행 고수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갑내기 여성분이었다. 그녀는 회사를 다니며 모아둔 모든 휴가를 한 번에 톡 털어 캄보디아에서 한 달 정도 지내다 갈 예정이라고 했고, 여기에 온 지 이미 15일 정도 지났지만 그저 하릴없이 동네를 돌아다녔고, 압사라 앙코르 댄스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앙코르와트 사원은 왜 안 갔냐고 하니, 뭔가 기회가 되면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여행 메이트가 나타났으니 이제 간다고 했다. [정말 재미있는 친구일세...]
우리는 밤에 맥주를 한잔 하면서 게하 평상에 앉아 게하 사장님께 필수 코스와 건너뛰어도 되는 곳들에 대한 정보를 들으며 같이 갈 곳들을 정리했다. 하루에 2~3군데만 가는 걸로 하고, 그 계획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꾸는데 둘 다 같은 마음이 되었다. 사실 1년여 동안 앙코르와트 사원을 공부하면서 나도 몇 군데 꼭 가야 할 곳들을 꼽아두고 있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