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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pr 03. 2019

슬픈 현실을 만든 잘못된 선택

영화 <바이스> 리뷰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을까. 어떤 것을 택해도 그저 미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은 생각지도 않은 수많은 파급효과를 낳기도 한다. 세월호 사건 때 학생들에게 빨리 배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누군가 얘기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  


현실이 더 드라마 같을 때가 있다.  <바이스>는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실화'임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이것은 실화다, 그는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권력자였으므로 혹은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딕 체니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조용하고 순종적이었던 그의 성격이 정부기관 간부의 눈에 띄게 되어 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게 된다. 여기까지 딕 체니는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부시가 대통령인 시절에 부통령을 하며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권력을 통해 수많은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 작은 선택의 파문이 세계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영화는 보여준다. 명분 없는 이라크 전에 수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고, 전쟁과 폭력의 위협은 더 확산된다.


미국에서 멍청한 대통령으로 부쉬 (요즘에는 트럼프)가 언급되곤 하는데, 부쉬의 이면에 있었던 딕 체니 영향력을 <바이스>는 신랄하게 보여준다. 마치 박근혜와 최순실 스토리의 미국판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최근 회사에 온 리더의 결정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개인적 상황과도 맞닿았다. 리더의 작은 선택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지, 리더의 선정이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바이스>는 리더의 선택이 갖고 온 비통한 현실에 대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딕 체니의 전기 영화처럼 그의 성장과정과 일대기를 쭉 설명해간다. 특히 가족 관계를 강하게 보여주면서 정치인으로서의 딕 체니가 아닌 일반 사람으로의 모습을 강하게 보여준다. 일반인으로서의 딕 체니는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일반적인 가장일 뿐이다. 하지만 정치적 권력이 있는 위치에서 쉽게 결정한 행동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았다는 사실을 가볍고 코믹하게 스케치한다. 특히 제삼자의 입장에서 딕 체니의 전기를 설명하는 내레이션 인물의 정체가 누구였는지를 극 후반에 유머러스하게 밝혀지는데, 이처럼 영화 곳곳에 묻어있는 블랙코미디의 비꼬는 재미가 영화 곳곳에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순간의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설명할 때만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은 세상을 나쁘게 만든다. 리더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비판하기 전에, 그 리더를 만들거나 선택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는지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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