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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Feb 16. 2020

범죄의 품격 feat. 영국식 갱스터

영화 <젠틀맨> 리뷰

젠틀맨(신사)의 품격은 범죄 액션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영화 <킹스맨> 이 정장 핏을 뽐내며 매너를 중시하는 새로운 영국식 첩보물의 장르를 열었다면, 영화 <젠틀맨>은 정의를 지키는 쪽이 아닌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의 입장에서 범죄의 품격을 얘기한다. 기존의 갱스터 영화는 이탈리아 이민자와 미국을 배경으로 거대한 조직의 흥망성쇠에 대한 연대기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젠틀맨>은 영국을 배경으로 마약 범죄 조직의 정글과 같은 암투를 새로운 화법으로 참신하게 풀어간다.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스토리텔링


사립탐정인 플레처가 마약왕 믹키 피어슨의 오른팔인 레이먼드를 찾아가 거액의 액수를 요구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이야기하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진행된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플레처가 꾸며낸 거짓말일까. 화자가 있는 상태에서 전개되는 줄거리는 화자의 기억과 진술의 번복에 따라서 같은 장면이 재 구성된다. 스토리텔링 속에 현실과 상상이 다층적인 프레임으로 공존한다.



영국식 갱스터의 위트 있는 스타일  

기존 갱스터 무비는 피가 넘치는 액션신이 난무했다면, <젠틀맨>에서는 총보다는 언어나 다른 방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장면이 많다. 총의 개수와 인원의 수로 들이대는 싸움보다는 힘을 절제하고 트릭을 많이 사용하는 형식이다. 영국을 무대로 '젠틀맨'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여유로움과 강함이 주인공 마약왕 믹키에게 있다. 대신 대화 안에서의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수위는 꽤 높은 편이다.  <알라딘>, <셜록홈스>에서 봤던 가이 리치 감독의 몽롱하고 화려한 장면 연출이 인상적인 부분도 많고, 매튜 맥커너히, 찰리 허냄, 콜린 파웰, 휴 그랜트 등 명배우의들의 개성과 조화 또한 작품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뉴미디어와 범죄의 만남

영화에서는 범죄조직 외에 체육관의 운동선수들이 히든 치트키처럼 등장한다. 이들은 운동복을 입고, 격투기로 싸우며, 힙합 노래를 부르고, 공격하는 현장을 유튜브로 라이브 중계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범죄조직이 무채색의 정형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들은 다채로운 원색의 힙합 스타일만큼 어디로 튈 줄 모른다. 유튜브로 영상을 올린 일이 범죄조직에 큰 피해를 입히는 장면은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요즘 시대만의 특징을 잘 살렸다. 범죄 때문에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명해지고 싶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유튜버들이 연상되었다.



영화 <젠틀맨>은 감독과 배우가 주는 시너지 만으로도 기대를 가졌었는데,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 구성과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영화였다. 갱스터 영화의 요소가 비슷하더라도 캐릭터의 구성과 스토리텔링의 형식의 변환이 장르 영화를 벗어난 개성을 만들었다. 품격을 젠틀맨만 지키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어떤 것을 품격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품격을 지키고 있을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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