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우리를 함께 잇다
오늘을 함께 사는 우리를 응원하며
언제 '사람 관찰'을 해봤을까요? 일상에서는 서로 각자의 일상으로 바쁩니다. 발은 목적지를 향해 달아나고,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꽉 차있죠.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지만 이 또한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내 생각만으로도 버겁고 바쁩니다. 하지만 가끔씩 공원에 산책하러 가면 그제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다채로운 표정과 활동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하늘과 대지의 여유로움이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느껴집니다. 산책을 즐기는 이유는 자연과 타인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로움 때문입니다. 나를 비워낼수록, 신기하게도 다시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이명애 작가님의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는 특별한 주인공도 스토리도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현대인들의 일상 속 움직임의 궤적만이 담겨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 공간에서 우리를 엮어주는 것은 '노란 선'입니다. 노란선은 우리의 발자국들이 담기는 여러 공간들의 추상적 표현입니다. 보도블록, 횡단보도, 계단, 로프, 물속, 버스 안...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천여 명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토록 서로 다른 복장, 몸짓, 직업의 사람들인데도 노란 선 위에서 남이 아닌 '우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생의 현장 속에서 다른 몸짓과 표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중에 한 명이 나였고, 나일 수도 있고, 현재의 나이기도 합니다.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찬찬히 드려다 봅니다. 남녀노소, 우주인에서 스쿠버다이버까지, 휠체어를 탄 아이부터 곰의 탈을 쓴 어른까지 사람들의 모습이 다채롭습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을 법 듯한 사람들이 하얀 종이의 노란 선 위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거기서 느껴지는 의외의 익살스러움과 재미가 있습니다. 책에는 작은 일기예보와 관련된 텍스트가 적혀있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반짝 추취가 찾아올 예정입니다."로 시작되어 "날씨였습니다"로 끝나는 텍스트는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청각적인 생동감을 안겨줍니다.
너와 나를 우리로 이어주는 노란색 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심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준 최근 코로나 사태가 떠오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온라인으로라도 주변 사람들과 연락하고 지내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주 확인하라고 하죠. 우리를 연결시키는 보이지 않는 노란 선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일은 맑겠습니다>가 무명의 공동체를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연결시켰다면, 나의 지인들과는 어떤 형태의 선으로 연결되어있는 걸까요. 사람을 가깝게도, 멀게도 만드는 연결과 관계의 힘과 형태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이명애 작가님의 다른 책 이야기
이명애 작가님이 글그림을 모두 작업한 그림책으로는 <내일은 맑겠습니다> 외에도 <플라스틱 섬>, <10초>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섬>은 알록달록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 바다 위 섬에 사는 새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그림책입니다. 새는 플라스틱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지요. '알록달록한 것'과 함께 살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환경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전달해줍니다. <플라스틱 섬>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10초>는 추상적으로 10초의 흔들림과 놀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책 전체를 다 읽고 나야 10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죠. 10초에서는 직접적으로 환경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가둬진 공간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통해 자연과 생명 보호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들게 합니다.
그림 스타일로만 보면 각 책의 주제에 맞추어 다양한 표현을 볼 수 있지만 <내일은 맑겠습니다>, <플라스틱 섬>, <10초>에서 공통적으로 군상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다른 개체가 모여 또 하나의 우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 방식의 독특함과, 작가가 책에 담고 있는 자연과 일상에 대한 관찰과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밖에도 글 작가는 따로 있고, 그림 작가로만 활동한 책으로 <물개 할망>,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등이 있습니다. 좋은 책은 나만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제겐 <물개 할망>이 그랬습니다. 다채로운 바다의 따스한 설화와 가족 간의 사랑이 묻어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 바다의 푸르름과 해녀의 강한 아름다움, 할머니와 손녀의 정겨움이 보는 동안 푸른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은 어린이의 엉뚱하고 천진한 상상력으로의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책입니다. 언제라도 꺼내 읽으면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죠.
몽 식구들의 하루
좋아하는 그림을 보면, 나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받게 됩니다. 제가 추구하는 '액숀 리딩 -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행동해보기'에 맞춰서 <오늘은 맑겠습니다>의 오마주 버전으로 몽 식구들의 하루를 그려보았습니다. 몽이들의 아웃라인을 집에 있는 '검은색' 펜들을 다 모아서 그려보았습니다. 붓펜, 연필, 목탄, 볼펜, 플러스펜, 만년필 등등 계획된 드로잉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실험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낙서하듯 슥삭슥삭 그렸더니 엉성함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그 엉성함이 재밌어서 좋네요.
여러분의 오늘 하루 날씨는 어떤가요? 우리 감정의 날씨는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맑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