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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실 구름에서 뛰어놀아요

상상력을 잇다

by 한봄소리

다시 태어난다면 구름이나 바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은 볼 때마다 신기하면서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죠. 구름은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저 위에 누가 있을까? 왜 저런 모습을 갖고 있지? 구름에 대한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구름 나라>라는 이름으로 엮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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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의 구름 나라는 표현 방식부터 독특합니다. 실제 사진과 그림이 콜라주로 엮여 있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진 앨버트는 구름 아이들과 하늘에서 놀게 됩니다. 높은 구름 위에서는 점프를 하고, 천둥이 칠 때는 악기를 두들기며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비가 올 땐 수영, 무지개가 뜨면 그림을 그리고, 강한 바람이 불면 달리기를, 비행기가 만든 구름길 위에서 걷기 놀이까지 날씨에 따라 놀이 방법이 계속 변하죠. 날씨를 활용해서 노는 구름 아이들의 모습이 유쾌합니다. 또 그들만의 magic words를 갖고 있어요.


Fumble gralley goggle ho hee,

Teetum waggle bari se nee,

Gargle giggle fiddle num dee


만지작 반지작 번지작 호 히!

비뱅글 미빙글 빙구리 세 니!

치카치 키키키 파티티 넘 디!


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 노래가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언어를 갖고, 나만 알 수 있는 비밀 친구가 존재하고, 나만의 아지트가 존재하는 것이 어린 시절에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하룻밤의 꿈처럼도 느껴지고, 날씨의 은유적인 표현 같기도 하고, 사후 혹은 태어나기 전 우리가 살던 곳은 이렇지 않았을까 다양하게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책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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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상상, 아이와 어른, 흑백과 컬러의 대비 등은 다른 존 버닝햄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에요.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로 구성된 <우리 할아버지>, 부모와 아이의 같은 장소, 다른 세계를 표현한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가 어른과 대비시켜 아이만의 호기심 많은 세계를 강조해서 보여줍니다. 나를 언제나 도와주는 친구 <알도>, 아무도 안 데려가던 늙은 똥개였지만 알고 보니 재간둥이였던 <내 친구 커트니>에서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특별한 친구의 존재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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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 <우리 할아버지>
존 버닝햄 <셜리 야 물가에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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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 <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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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 <내친구 커트니>


이 밖에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검피아저씨의 뱃놀이>,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서로 달라도 함께 하는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어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존 버닝햄의 첫 번째 그림책인데 깃털 없이 태어난 기러기 보르카가 외톨이가 되다가 결국 런던 큐가든에서는 온갖 이상야릇한 새들이 다 있어 차별 없이 행복하게 지내게 됐다는 얘기죠. 현실의 장소가 언급되다 보니, 큐가든에 실제 방문한 아이들이 보르카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훈훈했던 기억이 나네요.


88.JPG 존 버닝햄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천진난만한 아이들만의 세계가 존 버닝햄의 책 한 권 한 권에 모두 다른 모습과 매력으로 담겨있습니다. 상상처럼 보이는 것이 그 언젠가는 현실과 같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존 버닝햄의 작품들은 원서로 먼저 읽게 된 책들도 많아서 구름 아이들의 주문처럼 원서와 번역본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솔솔 한 재미가 있었네요. :)


외출을 자제하는 요즘엔 구름을 자주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나를 사로잡았던 구름이 보고 싶어 사진첩을 뒤적거려봤습니다. 아래 사진은 너무 아름다워서 차 안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기억해요. 아래 사진에서의 구름 속 아이들은 또 무엇을 하면서 뛰어놀고 있었을까 즐겁게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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