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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심사위원의 관점이 궁금하다면

평가의 관점을 잇다

by 한봄소리
그림책은 어린이가 만나는 첫 번 째 미술관이다
- Kveta Pacovska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서는 전 세계 일러스트 작품 외에도 심사위원의 관점을 볼 수 있는 Q&A 세션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원화보다도 심사위원의 코멘트가 더 흥미롭게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림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우위를 선정한다는 점이 항상 미스터리처럼 느껴졌거든요.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의 그림 비평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심사위원 코멘트를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에서 보았던 볼로냐 일러스트전의 심사위원의 말들을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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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일러스트레이터 전시에 선정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러 자질이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열려 있는지' 여부입니다. 독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이미지가 보는 이를 자극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하게 하는지 등입니다. 또,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키는 능력, 독특한 스타일,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로움을 봅니다. 일러스트가 보는 사람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거나, 우리가 살고 싶은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주거나, 우리를 겁먹게 하거나, 매력적이고 감동을 주는 세계를 보여주거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유모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도 소중한 자질이지만, 표현과 상상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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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다른 이력을 가진 심사위원에 비해 일러스트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나요?

혹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지원자의 작품을 판단할 위험이 있나요?


우리가 심사위원으로 일하는 동안, 일러스트레이터와 편집자들은 종종 각자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나는 딱히 대상 독자나 연령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편집자라면 고려하는 사항입니다. 그 외에도 편집자와 일러스트레이터들 모두 일러스트 분야에 관한 여러 스타일과 기법, 접근방식을 중시하고 존중했습니다. 공통적이었던 것은,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보는 것'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미술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로서는, 내 작품과 다른 모든 종류의 다양한 스타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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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그림책 연작을 출판하는 출판사는 한편으로는 작가의 창의성과 작품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의 필요성 사이의 중개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취하는 것은 어려운가요?


창의성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에는 이러한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주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즉 이미 성공을 이룬 것을 재현하려고 하지 않거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정 공식을 적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우선 나는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시장이 새로운 작품으로 포화되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름다운 책을 출판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든 신간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책에 있어서 최악의 운명은 단순히 '또 하나의' 책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를 놓치지는 않되, 비록 형식은 고전적이지만 의도에 있어서는 독창적인 작품을 보다 예술적이고 깊이 있는 제품들과 결합하여 제작하려고 합니다. 특히 후자는 서점이나 사서 같은 중재자 측의 광범위한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내게 어려운 부분은, 쉬운 길에 의지하지 않고 이 두 가지 경향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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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는 항상 동화책의 일러스트도 잘 그린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일러스트가 하나의 예술이며, 예술은 특정한 청중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이라고 믿습니다. 그 차이점은 주제에 있습니다. 어떤 주제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터는 이야기를 할 때, 잠재적으로 아동 도서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됩니다. 일러스트나 그래픽 아트, 현대 미술, 만화 분야의 출신인지, 작품이 비유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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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제출된 작품을 검토할 때, 어떤 반복적인 주제가 있었나요?

발견하고자 하는 주제들이 있었나요?


이번 선정 과정뿐 아니라 이전에도 반복되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의 표현 혹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동물 등입니다. 탈락한 일러스트 중에는 이 주제에 관한 것만으로도 카탈로그를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단지 경쟁용으로 제출된 작품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확실히 우위를 점한 시장의 경향으로 보이며, 이는 학생들과 젊은 전업 작가들이 이러한 주제에 끌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반복적인 주제는 자연, 특히 채소의 표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데, 물론 뛰어난 전문가들만이 식물학이나 식물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경험을 쌓고 관련 주제를 보다 깊이 연구해 왔습니다. 그들을 모방하는, 피상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을 따라 하고 반복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러한 자세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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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죽음, 질병, 사망 또는 전쟁 등 어려운 주제 들에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하나요?


왜 우리는 어린이들과 대화할 때 특정한 주제를 배제해야 하나요? 무엇 때문인가요?

성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피해를 입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내재화하지 않은 것은 우리 어른들의 편견입니다. 그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넓은 범위의 가능성을 제시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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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져야 하나요?

혹은 그럴 경우 일종의 자기 표절에 빠질 위험성이 있나요?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는 무엇보다도 개성이 있어야 합니다. 개성이란 단순히 말해서 특정한 스타일보다 더 나아간 것입니다. 나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나는 그 스타일을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성을 발전시킨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고 싶습니다. 그 개성은 영향과 매력, 다양한 경험, 미학적 성향과 선호 등 많은 다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물을 보는 개별적인 방식과 독립적인 개인적 판단, 자신의 길을 찾는 능력, 또한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까지 해온 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는 것입니다.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여러 스타일을 넘나들면서도 일정한 깊은 수준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작가일 뿐 아니라 자신만의 예술적인 개성을 갖추어 성숙한 작가라면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기술과 스타일을 주어진 프로젝트의 특정 요건에 맞추려고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곤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하나의 강렬한 스타일을 개발한 뒤, 그 어떤 프로젝트도 철저히 개인적인 창작물로 변형시킨 후 변형해 나가기도 합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괜찮겠지만, 나는 반복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가의 능력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창의적 미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스타일 문제를 어떻게 다루든 간에,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자기 표절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스타일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한 틀에 빠져 경계심이 느슨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해결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만약 작업이 마냥 쉽고 편하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아티스트가 매우 성공적일 때 특히 자주 일어나는데,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과 창의성의 위기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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