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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n 05. 2020

행복이란 작은 것

<환상의 마로나> 리뷰

강아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과의 관계와 행복


지난해 말 카페에서 커다란 강아지가 처음 보는 나를 너무나도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반가워했었다. 강아지가 내게 주는 이유 없는 환대와 따뜻함이 너무나 낯설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사회적으로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얼마나 나를 오픈해야 하는지, 아닌지 상황과 사람의 특징을 나도 모르게 살펴보아야 하지 않았던가.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매 순간 느끼는 걸까? 동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던 순간이다.


<환상의 마로나>는 다채로운 표정의 캐릭터로 보는 순간 바로 눈길을 끌었던 애니메이션이다. 코로나로 침체되어있는 영화 시장 속에서 독특한 관점의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다니, 봄날의 단비처럼 반가웠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포스터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 발랄함과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표현적 움직임 속에서 강아지 마로나가 바라보는 관계와 행복의 이야기가 쭉 펼쳐진다.


해외포스터와 국내 포스터의 강아지 표정이 다른 것이 재미있다. 국내는 '행복'을 의 느낌을 더 강조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마로나는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엄마 품을 떠나 인간 주인을 만나면서 마로나의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사실 태어났을 때 마로나는 처음에 9로 이름이 불렸고, 주인이 바뀌면서 계속 이름 또한 바뀐다. 마로나는 죽기 전까지 3명의 사람을 만난다. 곡예사 마놀, 건설업자 이스트반, 소녀 솔랑주가 마로나와 함께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주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마로나의 가족으로서의 역할과 행동 또한 달라진다.


마로나의 이야기는 마로나가 차와 부딪혀 죽기 전에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플래시백 형태로 진행되는데, 무채색의 마로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과 거리 풍경들은 한결 같이 현실과 다른 색과 형태, 그리고 움직임을 갖고 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볼로냐 일러스트전에 출품된 그림책을 넘겨 보는 듯했다. 특히 곡예사 마놀의 움직임에 대한 표현은, 일반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표현의 매력을 보여준다. 강아지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바라보았던 시선의 높이보다 낮은 풍경을 보여주는 점도 새롭다.



마로나의 생은 결국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누구를 어디서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점은 사실 사람들 세계에서도 비슷하다. 하지만 좀 더 가족에 강하게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는 반면, 마로나와 같은 반려 동물의 일생은 부모와 형제보다 그 이후에 주인이라 불리는 사람과의 만남 자체가 항상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이런저런 욕망을 갖고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사람들과 달리, 마로나는 침착하고 담담한 캐릭터이다. 관조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관찰하고 행동한다. 때로는 마로나가 사람보다 더 성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행복에 대한 마로나의 정의는 간단하다.


Happiness is a small thing, almost nothing, a saucer of milk, a big wet tongue, a nap, a place to bury a bone, a hand, a smile.


우유, 크고 축축한 혀, 낮잠, 뼈를 숨길 장소, 나를 만져주는 손길, 그리고 미소


마로나는 버려지고 숨어있고, 쫓아다녀야 하고, 때론 떠나야 했던 사실 녹록하지 않은 삶이었다. 그렇지만 우연한 인연 속 마로나가 찾고 느꼈던 행복처럼, 아무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기 쉬운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https://kakaotv.daum.net/v/v78b80T0eLeGGrUUTskMYss@my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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