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로크악기>에서 만나는 리코더의 다채로움
리코더의 모든 것, 한국바로크악기
너무나 편하고 익숙한 악기,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 연주한 리코더 중주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초등학교 이후에는 리코더를 듣거나 연주할 기회가 없었다. 우연히 들은 바로크 음악에서의 나무 리코더 연주는 숲 속의 새소리와도 같았고, 다시 리코더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초구 악기점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첫 악기를 리코더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악기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했던 악기가 리코더 아닐까. 리코더 하면 내게 바로 떠오르는 악기점이 바로 <한국바로크악기>이다.
<한국바로크악기>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리코더 장식장이다. 거의 100여 종에 가까운 리코더가 전시되어 있다. "와, 이게 다 리코더예요?" 찬찬히 진열장 안을 바라보다 보면 크기도, 모양도, 재질도 각양각색인 리코더의 향연에 빠져든다.
<한국바로크악기>는 1997년도, 우리나라에 리코더가 엔젤악기만 있을 때 시작했다. 국내에 원하는 리코더가 없는 경우 외국에 주문 편지를 쓰는 것만 한 달이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악기점을 하게 되었다고 이정숙 대표는 말한다. 현재는 리코더, 쳄발로, 트라베르소, 바로크 오보에, 바로크 클라리넷, 바로크 바순 등을 포함한
바로크시대 관악기 와 악보 음반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처음에는 리코더 붐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에 리코더 캠프를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과 2박 3일 진행도 했어요. 스웨덴의 유명한 리코더 연주자 단 라우린(Dan Laurin)을 초대해서 성남아트센터와 부산에서 연주회를 했었는데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고, 사람들 반응이 좋았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해외 좋은 연주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는데, 그 연주자가 한국에 이렇게 잘하는 애들이 있는지 참 놀랐다고 얘기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저희가 시작할 때는 한국에 리코더 전공도 없을 때였어요. "
교사용 교육 캠프, 유명 연주가의 초청뿐만 아니라 학생을 위한 마스터클래스까지 리코더의 음악의 보급과 확대를 위해 23년 동안 쉼 없이 노력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기존보다 리코더와 고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았을까.
리코더가 초등학생 악기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광준 과장은 그러한 인식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당연하다고 얘기한다. 처음부터 리코더 음악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교육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음악이 활성화되면서 리코더가 바로크 시대 악기라는 인식의 전환이 생기게 되었다.
바람을 넣으면 소리가 나는 리코더는 굉장히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누구나 할 수 있는 열린 악기이다. 리코더가 잡기 어려운 유치원생도 '떴다 떴다 비행기' 같은 곡은 왼손만으로도 연주 가능하다. 일반 리코더가 아직 큰 어린이의 경우는 오음계 리코더를 사용하면 편하게 연주 가능하다.
박광준 과장은 리코더가 본인에게 중매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악기 자체가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리코더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느낀다. 리코더 교육에 힘쓰셨던 김재근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 기증해주신 자료로 자료실을 만들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오산에 사는 초등학생이 비 오는 날 자료를 보기 위해 방문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리코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을 받은 에피소드가 많았다. 후원모임에서 직접 리코더 연주를 즐기신다는 브라질 대사, 독일어로 리코더 구조를 공부하면서 회식 자리에서 리코더를 연주한다는 판사 등 리코더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은 모두 <한국바로크악기>를 방문해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 바로크 악기>에서 추천하는 리코더 음악
이정숙 대표는 네덜란드 출신 에릭 보스 그라프(Erik Bosgraaf)의 리코더 연주를 추천한다. 에릭 보스그라프는 훌륭한 연주뿐만이 아니라 퍼포먼스가 느껴질 정도로 자신에 대한 표현을 잘하는 연주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2cxVYO7oRE
리코더를 시작하신 분들에게 작곡가 텔레만(Telemann)의 곡을 박광준 과장은 영순위로 소개하고 싶다. 텔레만이 리코더 연주자이며 작곡가였기 때문에 연주자가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 아직도 세계 초연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경우도 많아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I8KV4ftCk&t=659s
바로크 시대의 꽃이었던 리코더는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작은 음량 때문에 역사 속에서 150년가량 사장된 기록이 있다. 하지만 리코더의 음량을 키우기 위해 전자 리코더도 나오는 등 계속해서 리코더도 진화 중이다. 20세기에 고음악 부흥운동을 통해 리코더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처럼, 바로크 리코더는 순수하게 유지되면서 리코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리코더 음악 교육이 있지만, 점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정서적 차원을 음악으로 돌보는 여유가 학교생활에서 없어지는 게 아쉽다고 이정숙 대표는 말한다.
"저는 리코더가 사람 소리와 같다고 생각해요.
나무를 통해 전달되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는 심성을 아름답게 하죠."
나무가 사람 숨결을 만나 전달되는 따뜻하고 맑은 소리, 리코더는 마음을 아름답게 하고 청명하게 한다. <한국바로크악기>는 리코더와 고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물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에서 리코더와 고음악 관련된 소식지도 확인해볼 수 있다. <한국바로크악기>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바로크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