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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ug 02. 2020

피아노 소리의 비밀을 찾아서

<그랜드 일번지>에서 만나는 피아노 제작자의 삶과 열정

피아노와 함께 한 인생 46년, <그랜드 일번지> 서상종 대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해 온 내게 피아노는 늘 악기 이상의 평생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피아노는 나를 포용해주고 한 마음이 되어 소리를 만들어 낸다. 악기는 또한 참 정직하다. 연습하는 시간만큼 연주가 더 좋아진다. 피아노는 음악의 즐거움을 내게 처음 알려 준 고마운 존재이다.


다음 인터뷰 주제 악기로 피아노를 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한국바로크악기>의 이정숙 대표가 추천을 해주셨다. "그랜드 일번지의 서상종 대표님을 만나보세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이정숙 대표가 대단하다고 언급하시는 분이라면 과연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다. 인터뷰 일자를 잡고 서상종 대표 관련 기사와 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의 팬이 되어버렸다.


악기점을 운영하시는 음악 장인분들은 악기 판매가 목적이라기보다 정말로 음악을 사랑하고 좋은 악기를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평생 꿈과 열정을 펼치신 분들이다. 서상종 대표는 피아노의 모든 것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피아노의 기술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최초로 개발하신 김영수 선생님 문하생으로 입문하신 이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의 전속 조율사로 일했고, 피아니스트의 대부 정진우 교수님의 제안으로 떠난 독일 기술 연수에서 세계적 피아노 제작자 클라우스 훼너(Klaus Fenner) 를 만난다. 이후 클라우스 훼너가 삼익 피아노를 독일형 피아노로 만드는데 함께 참여를 하고,  <그랜드 일번지>라는 야마하 공식 대리점 대표이자 피아노 제작과 조율을 계속 활발히 하고 있다.  



서상종 대표는 기존 피아노의 정제된 소리가 아닌, 원초적이고 생생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국악용 피아노인 '피앗고'를 임동창 피아니스트의 요청으로 제작한 바 있다. 과거 피아노 역사 속에서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는 비르투오소적 음악가들이 제작자를 찾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달라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 릴레이션십을 통해서 피아노가 계속 발전해 온 것처럼, 연주자와의 소통을 통해 사람에게 잘 맞춰진 좋은 소리를 고민하고 만들어 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Ym9lYrjUy8M

임동창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중 휘모리


피아니스트는 건반과 손가락 테크닉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피아노에서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명품 브랜드여도 좋은 소리가 아니죠. 피아노 기술자는 음악적으로 어울리는 좋은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해요. 피아노의 구조와 울림통을 체크하고, 각 부품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정말 빠른 터치를 구사해도 잘 기계가 작동하는지,  고음의 화려하고 구슬 굴러가는 듯 예쁜 소리, 저음은 저음답게 정말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 봄처럼 하얀 멜로디도 나야 하고 음악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아야 좋은 소리예요.



피아노 연주자의 근육이 다 달라요. 결국 팔의 근육으로 소리를 컨트롤하는데, 근육이 약한데 억지로 무거운 피아노를 연주하면 안 되죠. 그래서 저는 피아노를 사용하는 학생의 터치하는 팔의 근육 구조를 보고 근육에 맞추어 피아노 터치 강도를 맞춰 주거든요. 피아노 터치는 정말 몸에 맞추듯이 맞춰야 해요. 피아노의 감촉은 피아니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 이어야 돼요. 터치의 무게감을 정말로 화려하고 반응이 좋게 만드는 것 중요하지만 무게를 잘 맞춰야 됩니다.


스타인웨이, 야마하와 같은 중고 명품 피아노의 오리지널 부품을 전부 수입 후 다시 세팅해서 새것처럼 만드는 리빌드 피아노(Rebuild Piano) 산업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 한 서상종 대표는 그랜드 피아노를 수리센터와 해외에서 수집한 고악기를 복원하기도 하고 살롱 콘서트도 하는 고악기 공방도 운영하고 있다.    



고악기 공방은 마치 피아노 보물창고와 같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이 활동했던 당시에 제작된 귀한 피아노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피아노 박물관 설립을 위해서 대표님이 하나 둘 고악기를 컬렉션 한 노력의 결실 덕분이다. 비엔나식 메커니즘의 고악기는 날렵하고 가벼운 터치로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양 사람들한테 잘 어울리는 메커니즘을 가졌다. 서상종 대표는 5옥타브짜리 비엔나식 메커니즘의 고악기를 다양한 연주가 가능한 6옥타브로 현재 개발 중에 있다.



1974년 피아노에 입문한 이후 4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피아노와 평생을 함께 해서 행복하다는 서상종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피아노 기술자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기술과 신뢰를 회사 운영 철학으로 삼는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물론 장인 정신이란 무엇인가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랜드 일번지>가 앞으로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http://grandpiano.co.kr/


***

<반려악기 탐구생활> YouTube 채널에서 서상종 대표님의 피아노와 함께 한 46년 동안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ZUXL9zBCaZc&t=286s


https://www.youtube.com/watch?v=8E8VmmdEHGU&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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