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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ug 05. 2020

피아노 박물관을 꿈꾸는 보물창고

<그랜드 일번지> 서상종 대표의 고악기 공방

피아노 박물관 설립을 준비하며 해외에서 수집한 피아노 시대악기를 한자리에 볼 수 있는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 있다. <그랜드 일번지> 서상종 대표의 고악기 공방이다. 포르테피아노를 수집해서 복원하기도 하고, 살롱콘서트도 열리는 이 곳은 피아노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깜짝 놀랄 정도의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쳄발로, 스퀘어 피아노를 비롯하여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이 쳤던 시대의 명악기와 스타인웨이와 같은 현대 명품 피아노도 있다. 이 곳에 있는 피아노만 찬찬히 둘러봐도 피아노의 역사와 변천사를 알아볼 수 있다. 


요하네스 줌페의 1792년 제작된 스퀘어 피아노


제일 처음 만나 본 악기는 요하네스 줌페 쇠네 (Zumpe Shöhne)가 1792년에 제작한 스퀘어 피아노이다. 그 당시 피아노는 왕족과 귀족이 저택에서 길고 화려한 피아노를 만든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민중을 위해서 작은 공간에서 만드는 피아노를 개발한 사람이 요하네스 줌페이다. 지금과 달리 아주 특이한 소리가 나서 바흐를 비롯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이 스퀘어 피아노로 재현이 가능하다. 올해로 228년이 된, 공방에 있는 피아노 중 제일 오래된 악기다.


우측에 보이는 악기가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쳄발로, 클라브생)의 악기도 구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하프시코드의 경우 기타의 피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플랙트럼(Prectrum)이 현을 뜯으면서 소리를 낸다. 현을 뜯게 되면 소리를 크거나 작게 낼 수 없어 다이내믹하지 못하고 단조롭다. 이런 음악적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이탈리아의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 포리(Bartolomeo Cristofori di Francesco)가 해머를 달아서 치는 힘에 따라 소리 강약 표현이 되도록 1709년에 만들어진 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피아노(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 )다. 


안드레아 슈타인이 제작한 모차르트 피아노


안드레아스 슈타인이 1789년도 제작한 악기를 1982년에 카피한 일명 모차르트 피아노도 만나볼 수 있다. 슈타인은 소리를 계속 울리게 하는 댐퍼(damper) 페달의 기능을 하는 니 레버(knee lever)라는 페달장치를 고안했다. 니 레버는 무릎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것으로 동작한다. 현재 발로 밟아 조절하는 페달과 다르다.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서도 안드레아스 슈타인의 피아노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아버지, 제가 그동안 슈패트(Späth) 피아노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안드레아스 슈타인(J. A. Stein)의 피아노를 우선을 주고 싶습니다. 내가 어떤 터치로 쳐도 표현이 다양하고 특히 무릎에 달려있는 소리 울림 장치는 제가 표현하는 그대로 표현해줍니다."


피아노는 구조에 따라 영국식 메커니즘과 비엔나 메커니즘으로 구분된다. 영국식은 해머가 크고 무거워 뒤에서 올라와 큰 소리를 내는 것에 반해, 비엔나 메커니즘은 해머가 작고 날렵하여 해머가 앞쪽에 있다. 비엔나 메커니즘은 날렵하고 가벼운 터치로도 연주가 가능하고 소리도 말하듯이 부드럽다. 광주에서 독일 오페라단이 모차르트 마술피리 공연을 하러 왔을 때 비엔나 메커니즘으로 된 이 모차르트 피아노를 수소문해서 찾아왔다. 서상종 대표가 광주까지 ktx로 모차르트 피아노를 특송 해서 오페라에 사용되도록 했던 추억이 있는 악기다. 


제작된 지 201년 된 베토벤 피아노


존 브로드우드(John Broadwood)가 1818년 베토벤에게 헌정했던 피아노와 동일모델인 1819년산 브로드우드 오리지널 피아노 (BROADWOOD G.P.F. 1819)는 런던 코베 피아노 콜렉션 (Cobe piano collection)에서 세계적 포르테피아노 명 연주자들로부터 사랑받았던 피아노로 1819년 제작해서 헌정한 피아노이다.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도 나왔던 피아노로,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이 피아노와 함께 완성시켰다. 일명 베토벤 피아노인데 베토벤 탄생 250주년 해인 올해 특별하게 쓰일 악기임에도 코로나 때문에 많이 쉬고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 


쇼팽이 사랑한 피아노, 세바스티앙 에라드 제작 피아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사랑했던 피아노는 단연 세바스티앙 에라드(Sébastien Érard)가 제작한 피아노이다.  그는 빠른 연타를 하기 위해 더블 에스케이프먼트(double escapement)라는 새로운 기능을 착안했다. 영국식 메커니즘의 대표 제작자로, 화려하고 예쁘고 장중한 모던 피아노의 시대를 열었다. 에라드가 만든 피아노는 현재의 피아노와 거의 똑같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기술적으로 완성을 한 셈이다.


자동 피아노의 효시인 카바레 피아노


이 밖에 피아노 롤이 돌아가면서 자동으로 연주되는 카바레 피아노, 네덜란드에서 온 베토벤의 브론즈, 

풍금이 연상되는 펌프 오르간, 방 한구석에 놓고 쓸 수 있는 작은 쳄발로, 164년 된 스타인웨이 초기형 피아노 등 세계 곳곳에서 콜렉팅 된 진귀한 피아노를 만나 볼 수 있었다. 


현재 서상종 대표는 안드레아 스타인의 딸, 나네트 스트라이허(Nanette Streicher)가 1814년에 만든 피아노를 새롭게 제작하고 있다. 5옥타브여서 낭만파 곡까지 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 6옥타브로 음역을 더 넓게 하고 소리도 더 크게 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 제작자와 올해 협업해서 완성을 할 계획이다. 가벼운 터치로도 연주가 가능한 비엔나 메커니즘은 동양사람들에게 잘 어울린다. 현재 개발하는 피아노를 통해 피아니스트가 더 좋은 소리와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그는 바란다. 


내가 만든 피아노 소리가 누구로부터 사랑받는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거든요. 
그런 행복한 생각이 좋은 피아노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생겨요.
피아노 제작자로 평생을 해 왔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피아노 박물관을 만들어야지 꿈을 꾸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해요.
피아노는 제게 그냥 내 몸과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아마 피아노 기술자를 하지 않을까 해요.
운명처럼 만나는 동반자 



1814년에 제작된 피아노를 6옥타브로 제작 계획 중인 서상종 대표


***

<반려악기 탐구생활> YouTube 채널에서 '모차르트 피아노'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r5SaRi9tssY&t=18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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