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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ug 05. 2020

베토벤이 연주한 피아노를 만나다

1819년 존 브로드우드가 제작한 베토벤 피아노 연주기

올해는 1770년 12월 17일에 태어난 베토벤의 찬생 250주년 되는 해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베토벤 관련 연주나 행사를 찾기 쉽지 않다. 베토벤의 피아노 음악은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내게 특별했다. 다른 작곡가의 곡보다 베토벤의 곡은 신기하게도 감정을 토하기 편했다. 베토벤의 곡은 봄날의 간지러움부터 겨울의 광폭함까지 다채로웠다. 천재 모차르트는 하늘에서 내려왔고, 노력과 고뇌로 음악을 작곡한 베토벤은 땅에서부터 올라왔다는 표현이 있다. 베토벤은 수많은 영감과 위안을 음악을 통해 내게 전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구매한 베토벤 티셔츠와 머그컵


<그랜드 일번지>의 서상종 대표님이 피아노 박물관을 준비하시면서 컬렉션 한 고 악기 중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악기는 일명 베토벤 피아노였다.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하며 특별히 정말 실제 악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피아노 앞에 있는 작은 종이에는 "BROADWOOD G.P.F. 1819 this is exactly the same model as given to Beethoven"라고 적혀있다.


존 브로드우드가 베토벤에게 헌정한 피아노와 같은 모델 (1819년 제작)


"베토벤의 귀가 자꾸 멀어져 가는 암울한 시기, 세계적인 피아노 제작자 존 브로드우드가 자신이 만든 피아노 중 가장 좋은 피아노를 1818년에 베토벤에게 헌정했어요. 그 당시 베토벤은 비엔나에서 조카 양육문제, 귀가 멀어져 가고 있어 작곡도 연주도 안 하고 정말 암울하고 어려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 당시 이 피아노를 만나요. 그 당시 베토벤이 피아노 헌정을 받았지만 세금을 내야 되는데 사실 세금 낼 돈이 없어요.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정부에서 특별히 허가를 받아 받게 됩니다. 이 피아노를 만져 본 순간 너무 놀라죠. 베토벤 소나타 32 곡 중에 28번, 29번을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라고 부재가 붙어 있는데 그 당시에 베토벤 소나타 29번을 1악장 2악장까지는 작곡이 됐는데 완성이 안 됐었어요. 아예 손을 딱 놓고 있었어요. 그때 이 피아노를 만나서 완성시킨 게 함머클라비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qzDUOiyYz0

존 브로드우드의 피아노를 만난 후 작곡 완성한 <함머클라비어> 피아노 소나타


"이 피아노는 영국 런던의 콜트 클라뷰 컬렉션이라고 조그만 컬렉션 박물관에서 쓰던 악기인데 그 박물관 운영자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 부인되시는 분이 한 10년 동안 박물관을 운영하는 유명한 피아노 공방이었는데 거기도 이제 정리하게 되어 2018년 6월 달에 경매가 떴어요. 제가 정말로 이걸 잡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온라인 경매를 했죠. 이 피아노는 베토벤에게 기증했던 똑같은 모델의 피아노이고 1819년에 만들어졌어요. 작년이 제작된 지 200년 된 해여서 연주를 많이 했고요. 올해도 베토벤 탄생 250주년에 특별하게 쓰일 피아노인데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많이 쉬고 있습니다. 201 살을 먹다 보니까 요 쪽에 허리 척추도 좀 나가고 그 좀 이렇게 소리 나는 부분도 찢어지고 그래서 사실은 컨디션이 많이 주저앉아 있지만 그래도 연주할 때 너무너무 좋죠. 베토벤의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보신 적 있나요 베토벤이 귀가 먹어서 너무 암울할 때 피아노 뚜껑 위에다 귀를 대고 이 진동을 느끼면서 연주하는 장면 있죠. 너무나 감동적이죠. 바로 이 피아노입니다."


베토벤 피아노를 설명하고 있는 서상종 대표


https://www.youtube.com/watch?v=524VlYD0PVw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이 귀가 안 들려 피아노 진동을 느끼며 월광을 치는 장면


베토벤 피아노를 설명 중이시던 서상종 대표님이 갑자기 내게 월광 소나타를 이 피아노로 연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앗.. 제.. 제가요.. 저 잘 못 치는데...' 너무나 영광스러운 기회였지만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베토벤 레퍼토리 곡이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 것 또한 베토벤이 내게 준 기회 일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았다. 페달이 왼쪽과 오른쪽에 두 개가 있는데 현대 피아노와 다른 구조로 되어 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페달은 고음 쪽이 울리고, 왼쪽은 저음이고 이게 우나 코다(una coda)에요."


두 페달을 모두 밟아야 저음과 고음이 모두 울린다고 했다. 월광 1악장의 시작 부분을 조심스럽게 연주를 시작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몰랐던 특별한 경험, 소중한 순간이었다.



"정말로 어떻게 하면 베토벤 당시에 느낌을 재현해볼까.. 그래서 많이 늙은 할아버지이지만 제가 이렇게 고쳐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소리가 너무 달라요. 많은 그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는 많은 레이블이 있지만 이 피아노에 소리만큼 특별해요. 톰 베힌(Tom Beghin)이 그 당시를 재현하며 만든 CD 가 있거든요. 들어보시면 아마 특별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될 거예요. 이 피아노는 영국식 메커니즘의 초기 거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LJuNgjb2HcY&t=198s

톰 베힌의 베토벤 월광을 베토벤 피아노로  연주하는 영상


베토벤 시대에 연주되었던 피아노와의 만남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으로 소소히 베토벤을 추억하고 싶어 하는 내게 더없이 특별한 시간이었다. 한 음악가의 인생과 음악이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영원한 감동을 안겨준다.


❝ Wahre Kunst bleibt unvergänglich 진정한 예술은 잊혀지지 않는다 ❞⠀

- 베토벤이 작곡가 루이지 케루비니를 만나 전했다는 말


베토벤처럼 피아노의 진동을 가까이 느껴보고자 했던 시간


***

<반려악기 탐구생활> YouTube 채널에서 베토벤 피아노의 소리를 들어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oyeKnBgdSKk&t=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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