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on - Allman Brothers Band Museum
서던 락(Southern Rock)은 말 그대로 미국 남부의 락을 의미한다. 1960년대 비틀즈를 비롯한 영국 음악이 British Invasion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유행이었는데, 이에 자극 받은 미국 밴드들이 점차 미국 만의 사운드인 포크, 블루스, 재즈, 락을 새롭게 시도하면서 조금씩 발전 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를 처음으로 한 밴드가 미국 남부인 플로리다와 조지아에서 활동한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s Band- 줄여서 ABB라고도 많이 부른다) 였고 미국 남부 특유의 블루스와 컨트리 요소가 결합된 하드락 사운드를 특징으로 갖고 있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는 기타리스트인 형 듀안 올맨(Duane Allman)과 키보드를 맡았던 동생 그렉 올맨(Gregg Allman)형제를 주측으로 남부 출신의 친구 들과 함께 1969년 결성한 밴드이다. 형제 이름을 그대로 밴드 명으로 명명한 것에서부터 가족적이고 수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음악을 들으면 기타 솔로와 같은 즉흥 연주나 기본 멜로디와 리듬은 블루스 느낌이 강하고, 보컬 중심의 흥겨운 곡들은 컨트리 분위기가 많이 난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듀안 올맨의 기타 연주는 당대 최고로 평가 받는다. 밴드 전성기 시절 교통사고로 24살의 나이에 사망하게 되는데 현재 기타의 신으로 불리우는 음악가들의 전성기 나이를 생각해보면 가장 최연소에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던 음악가가 아닌가 싶다. 에릭클립튼이 Derek and The Dominos 이름으로 발표한 너무나 유명한 곡 레일라(Lyalor) 에서 메인 슬라이딩 기타가 바로 에릭클립튼이 아니라 듀안 올맨이 담당했었다. 에릭클립튼도 기타 명연주자로 유명한데 기타 솔로 부분을 듀안 올맨이 리딩하게 한 것으로 보면 그 당시 듀안 올맨의 기타 명성이 어느정도 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듀안 올맨은 롤링스톤즈와 같은 음악 전문잡지의 베스트 기타리스트에서도 상위권에 항상 빠지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MfbJ5clkI1k
조지아에 메이컨(Macon)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바로 올맨브라더스 밴드가 전성기 시절 활동을 했었던 장소이다. 베이시스트였던 베리 오클리(Berry Oakley)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며 밴드 멤버들이 같이 생활하면서 사교의 공간으로 삼았던 Big House 가 올맨브라더스 밴드 뮤지엄으로 재탄생해서 그들의 음악을 아끼는 팬들의 명소가 되었다.
올맨브라더스 밴드의 최고의 앨범이자 락 역사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명연주 앨범이 바로 라이브 실황을 담고 있는 1971년도에 발표된 At Fillmore East 이다. 기타리스트인 듀안 올맨을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는 블루스 기반의 즉흥 연주는 라이브의 묘미를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vxRjYqjEQ
At Fillmore East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시점에 듀안 올맨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인 1972년에 베이시스트인 베리 오클리가 같은 장소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게 되는 우연치고는 참으로 기구한 비극을 겪게 된다. 하지만 남은 밴드 멤버들은 해체하지 않고 공백기가 가끔씩 있긴 했지만 2014년까지 계속 활동을 해왔다. 듀안 올맨 사망 후 발매된 Brothers and Sisters 앨범도 Rambin' Man과 Jessica등 여러 명곡을 남겼다.
올맨브라더스 뮤지엄은 실제 밴드 멤버가 생활했던 공간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시한 특징이 있다. 1층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였지만 2층에서는 침실, 거실 등 올맨밴드 브라더스 멤버들이 사용했던 공간에 소품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서던락은 단순히 미국 남부 출신의 멤버들이 만든 음악 이상으로 남부인들만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올맨브라더스 밴드와 더불어 서던락의 대표 뮤지션으로 불리우는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가 발표한 노래인 Sweet Home Alabama이다. 닐 영(Neil Young)이 'Alabama'와 ' Southern man'을 통해 남부인들의 인종차별적인 사고 방식을 비판하자 레너드 스키너드가 Sweet Home Alabama라는 곡에서 남부사람은 닐 영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며 그리운 고향 알라바마에 대해 노래했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올맨 브라더스의 듀안 올맨을 추모하는 노래로 Free Bird라는 곡을 발표한바있다. 화려한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곡으로 레너드 스키너드 공연의 마지막을 항상 장식하곤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xIWDmmqZzY
남부의 아이덴터티를 대변해서일까, 서던 락에서는 강하고 거칠면서도 소박하고 순수해보이는 매력이 공존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미국 남부에 대해 그저 시골정도로만 생각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이끈 미국인들의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어쩌면 진짜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미국 남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서던 락도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정말 미국적인것만 믹스한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올맨브라더스 밴드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카메론 크로우(Cameron Crowe)감독의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이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 전 15세 어린시절부터 글쓰기 재능을 인정받아 롤링스톤즈 음악잡지에 리뷰를 기고한 이력이 있는데, 그가 16세때 밴드 콘서트 준비를 도와주는 road crew 로서 3주동안 함께 생활하고 지내며 무대 이면의 모습을 체험했던 뮤지션이 바로 올맨브라더스 밴드다. 카메론 크로우가 이시절 겪었던 경험을 본인 스스로도 실제 인물들을 거의 참고로 했다고 밝히면서 자전적 영화로 완성한게 바로 올모스트 페이머스인데, 영화에서는 스틸워터(Stillwater)라는 가상 밴드가 나오지만 감독이 경험했던 올맨브라더스 밴드와의 생활이 녹여있는 영화이다. 주옥같은 70년대 하드락 음악들로 인해 비록 정식 개봉은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했어도 DVD로 출시 후 음악 팬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