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 The Grammy Museum
팝과 락음악을 한참 듣던 때 그래미 후보곡 모음집 앨범을 매해마다 산 적이 있다. 한해동안 나왔던 노래들 중에 주옥같은 명곡들만 모아놓은 일종의 베스트 앨범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그당시 비슷한 컨셉의 나우, 디스 이즈 락발라드와 같은 다른 히트 앨범들보다 음악 콜렉션이 더 좋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전 세계 최대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수상식에서 후보로 올랐던 곡들은 대중과 평론가 모두에게 사랑 받은 곡이기에 동시대의 음악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로스앤젤레스를 찾은 내가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는 디즈니랜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아닌 그래미 뮤지엄이었다. 특정 가수나 쟝르에 포커싱을 맞춘 음악 뮤지엄과 달리 시상식을 중심으로 음악을 조망해보는 전시는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래미상은 1959년부터 시작된 음악 시상식으로 에밀 벌리너가 발명한 축음기(gramophone)의 이름을 따 그래미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그래미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축음기처럼 생긴 트로피는 그래미상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래미 뮤지엄에서는 그래미상이 생긴 이래로 반세기동안 흘러간 음악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잘 구성되어있다. 처음 전시장을 들어서서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미국 각 지역에서 히트했던 음악들을 연도와 쟝르별로 인터렉티브하게 들어볼 수 있는 키오스크였다. 한마디로 미국 음악의 연대기를 만나볼 수 있다. 서로 연계되는 음악 쟝르와 지역 특징들을 데이터베이스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어서,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 음악의 변천사를 쉽게 탐색해 볼 수 있다. 이 키오스크와 함께라면 하루종일 뮤지엄에서 놀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 공간은 레코딩의 기술의 변천사를 느낄 수 있었던 리스닝룸이었다. 하나의 곡을 선택해서 듣는데 축음기에서부터 시작해서 LP, Tape, CD, 5 channel Home theater System에 이르기까지 오디오 기술의 발달로 어떻게 우리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 바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모노와 스트레오 시대로 전이될 때의 놀라움, 홈씨어터의 현장감 등을 이전에 있었던 다른 오디오 기술과 비교해서 들으니 이해도 쉽고 기술이 어떻게 경험의 질을 높이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전시였다.
또한 악기를 직접 연주해볼 수 있고, 오디오 믹싱 작업을 해 볼 수 있는 등 음악에 대한 전 후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이 흥미로웠다.
상설전보다는 기획전의 비중도 꽤 크게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스윙재즈 피아니스트인 Count Basie, 여성보컬 트리오 Supremes, 포크밴드 The Kingston Trio, 펑크락밴드 Ramones 관련된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시대와 쟝르를 아우를 수 있도록 기획전을 구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2000년부터 중남미 음악권을 대상으로 라틴 그래미 어워드도 열린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미국의 시작을 유럽인들이 이끌었다면 이제는 히스패닉이 미국의 또 다른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느낌이다. 공공기관이나 대중교통의 안내문구에도 스페인어를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고, 티비를 틀어도 히스패닉을 타겟으로 한 채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그래미 어워드는 2017년 2월 12일에 열릴 예정이고, 수상 후보 리스트는 12월 6일에 공식 발표 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중독성(?) 있었던 노래는 Justin Timberlake의 Can't Stop The Feeling 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래미 어워드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