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봄소리 Dec 06. 2016

남부 음악의 항연, 스톤마운틴 레이저쇼

Atlanta - Stone Mountain

애틀란타 교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스톤 마운틴 공원이다. 높이 252m, 둘레 약 8km라는 세계 최대의 화강암산을 둘러싼 공원으로, 바위에는 미국 남군 영웅 3명 (제퍼슨 데이비스, 로버트 리, 토머스 잭슨 장군)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지금은 가족 단위의 나들이 장소로 유명하지만 과거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 (Ku Klux Klan)의 집회장소로 사용된 바 있다.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 에서  "Let freedom ring from Stone Mountain of Georgia" 라고 그가 언급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역사에서 연유되었을 것이다. 요즘에도 스톤마운틴에서 백인 보수단체들이 남부연합기를 휘두르며 시위를 종종 한다.



스톤마운틴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더불어 봄부터 가을까지 밤에 열리는 레이저 쇼가 유명하다. 이왕 가보는 것 레이저 쇼까지 구경해보자라는 생각에 해질무렵 시간을 맞추어 갔는데 생각보다 불꽃놀이를 비롯하여 규모도 크고 미국 남부, 특히 조지아를 상징하는 대표 음악들을 한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인상깊었다.


아래가 바로 음악 상영 리스트이다. 한시간 가까이 되는 레이저쇼 시간 동안 총 34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미국인들이 어떤 노래를 대중적으로 좋아하는지, 조지아를 대표하는 음악은 무엇인지를 곡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포츠 관련 노래를 틀어주는 것도 흥미로웠고, 마지막에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에는 모두가 일어선다. 미국인들의 군인이나 국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애국심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을 느낀다.



스톤마운틴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케이블 카를 타거나 직접 등산하는 방법이 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조각상 사진을 찍어 보았다. 멀리서 보면 작아 보이지만 리 장군의 코 길이만 1.5m이고 얼굴 크기만해도 6.3m에 이른다. 바위에 새겨진 영웅들은 어떻게 보면 결국 패잔병인데도 불구하고 남부 사람들은 이들 장군들에 대해 특별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해질무렵이 되니 노을이 아름답게 지평선에 펼쳐진다. 저멀리 다운타운으로 생각되는 건물들이 보인다.



해가 저물고 어두워지면 레이저 쇼의 스크린 역할을 하게 되는 장군 조각상에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다.



레이저쇼 관람을 위해 의자와 담요등을 미리 준비해 갖고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음악에 맞추어 레이저쇼가 시작되고, 스크린을 투영한 영상도 함께 어우러진다.



피날레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어우러진다. 수 많은 인파가 불꽃놀이를 보러 모이지만 이 곳에서 흑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애틀란타는 흑인 인구 비중이 백인 보다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서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인종의 특징이 나누어지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융합을 추구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종간의 단절이 존재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진보 성향의 도시들을 미국의 대표 도시로 기억하고 있지만,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언론 예측과 달리 트럼프의 승리로 결론이 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미국 남부 음악의 향연을 볼 수 있었던 스톤 마운틴 레이저쇼, 남부 장군을 중심으로 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레이저쇼 내용이 낯설게 느껴지는 점도 있었지만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미국의 진짜 모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음악 연대기, 그래미 뮤지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