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D.C. - 흑인역사문화 박물관
워싱턴 D.C.에서 있는 수 많은 박물관 중 가장 최근에 (2016년 9월 24일) 개관되어 여러 언론매체에 크게 다루어진 곳이 바로 흑인역사문화 박물관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이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피와 땀, 그리고 인종 차별 문제는 미국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고 현재까지 종종 회자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이다. 미국 남부에서 흑인 해방 운동과 관련된 인권 박물관을 몇군데 가본적이 있는데 차별에 의한 아픔과 투쟁에 대한 생생한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워싱턴 D.C.에서 만나본 흑인역사문화 박물관은 기존의 인권 박물관과는 다른 차별점이 느껴졌다. 역사속의 흑인의 아픔과 슬픔보다는, 흑인 스타들의 파워와 흑인만의 화려한 문화를 소개함으로서의 흑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데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해야하나. 패션, 스포츠, 춤, 음악 등에서 인기를 누렸던 흑인 스타들을 대부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흑인 음악 스타에 대한 소개가 쟝르별로 아주 자세하게 되어있었는데, 진귀한 소품들이 한자리에 정리가 잘 되어있다. 관람객중에 한명이 마이클 잭슨이 없다면서 투덜거려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 그 수 많은 가수 소개중에 마이클 잭슨이 없었다. 그가 청년시절 이후 그의 피부색이 백인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이었을까.. 뭔가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본 포스팅의 제목인 "나도, 미국을 노래한다" 는 1920년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 랭스턴 휴즈의 시 제목이자 뉴욕타임즈에서 흑인역사문화 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쓴 기사의 제목이기도 하다.
I, too, sing America. 나도, 미국을 노래한다.
I, too, sing America. 나도, 미국을 노래한다.
I am the darker brother. 나는 검은 피부의 형제
They send me to eat in the kitchen 그들은 부엌에서 먹으라며 나를 보낸다,
When company comes, 친구들이 찾아오면.
But I laugh, 하지만 나는 웃고
And eat well, 밥도 잘먹고
And grow strong. 튼튼하게 잘 큰다.
Tomorrow, 내일,
I'll be at the table 나는 밥상에서 밥을 먹을 것이다
When company comes. 친구들이 찾아오면.
Nobody'll dare 아무도 감히 내게
Say to me, 말하지 못할 것이다.
“Eat in the kitchen,” ”부엌에서 먹으라고“
Then. 그 때에는
Besides, 뿐만 아니라
They’ll see how beautiful I am 그들은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것이고
And be ashamed— 부끄러워하겠지.
I, too, am America. 나도, 미국인이다.
박물관에서 촬영한 사진을 몇장 공유해본다.
흑인이라고 했을때 우리는 피부 색깔이 까맣다로 정의하지만.. 피부 색깔이 까많다는 정의자체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사진과 글. 수많은 혼혈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의 피부 색깔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미터 결승 시상식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흑인선수 토미 스미스, 존 카를로스는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내뻗었다. 당시 미국 내 흑인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경례 방식이었다.
아프리카 흑인의 미국 이민자 숫자를 보여주는 자료.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아메리카 드림을 꿈꾼다.
마이클 조단을 비롯하여 수많은 흑인 스포츠 스타를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흑인의 인권이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고 한다. 돈과 지식과 배경이 아니라 오로지 육체로만 평등하게 겨루는 종목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흑인 인권 운동은 아픔의 기억보다는 변화의 힘을 주 테마로 해서 보여주고 있다.
캐러비안에 있는 과들루프의 전통 의상 전시. 이 전시품이 특별히 반가웠던건, 미국에서 과들루프 출신의 프랑스 친구를 만나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프랑스 사람이라고 해서 유럽 프랑스 출신으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캐러비안의 프랑스령 섬인 과테말라 출신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 내 프랑스 외에 다른 프랑스가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흑인 특유의 크레올 요리 관련된 서적들도 볼 수 있다. 크레올 요리는 우리나라 입맛에 잘 맞는다. 강한 향신료와 이런저런 재료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았던 음악 관련 전시 부분이다. 쟝르별로 특성과 대표 흑인 음악가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역사문화 박물관 개관식 연설에서 "흑인의 역사는 예전보다 더 많이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영광의 역사'"라면서 "이곳의 얘기는 단지 흑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 속하는 것이다. 이 박물관은 '우리가 미국이다'는 것을 웅변해 준다"고 말했다.
또 "이 박물관은 우리 미국사에서 주요 관심을 받지 못했던 미국의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나라를 세운 거인들(건국의 아버지)의 얘기를 계속 후대에 전해 내려가고 있지만, 고의든 아니든 다른 수백만 명의 경험은 완전히 무시하거나 얼버무리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얘기처럼, 흑인문화역사 박물관은 민초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며 과거를 넘어 미래를 연결해주는 하나의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