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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pr 15. 2017

뉴욕 할렘 재즈 박물관

NYC - The National Jazz Museum in Harlem

1차 세계대전이후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홍등가가 패쇄되자 많은 재즈 음악가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다른 대도시로 이동하였다.  루이 암스트롱, 레이 찰스, 마일스 데이비스 등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이 최전성기를 누렸던 바로 그 곳, 뉴욕이다.


십년전 뉴욕을 처음 방문할 당시만 해도, 뉴욕의 할렘 지역은 흑인이 많이 살기에 우범 지역으로 관광책자에 쓰여져 있던 기억이 난다. 할렘에서의 관광지는 주말에 교회 예배를 들으러 가면 소울 넘치는 성가대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정도의 설명이 유일했다. 하지만 요즘 할렘은 흑인 문화의 메카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뉴욕에서 재즈를 놓칠 수 없지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다 우연히 알게 된 장소가 바로 '뉴욕 할렘 재즈 박물관'이다. 125 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나와 재즈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Sylvia's, Jacob 등 흑인 소울 푸드로 유명한 음식점들도 보인다.  뉴욕 중심가처럼 관광객이 뒤엉킬 정도로 혼잡스럽지 않고 넓지만 조용한 거리 분위기가 새롭게 느껴졌다.  건물 모퉁이에서 재즈 박물관을 표시하는 빨간 깃발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할렘 재즈 박물관 입구


뉴욕 할렘 재즈 박물관은 생각보다 그 규모는 작았지만, 또 그만큼 아기자기한 멋과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가장 눈에 처음 들어온것은 우유처럼 하얗고 뽀얀 빛깔의 그랜드 피아노. 바로 듀크 엘링턴이 사용했던 피아노였다. 오래전 전설의 재즈 피아니스트가 사용했다는 피아노라고 하기엔 너무 깨끗해서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듀크 엘링턴의 그랜드 피아노


엘링턴의 그랜드 피아노 옆에 갈색의 업라이트 피아노도 한대 놓여져 있었는데, 가운데 쥬크박스처럼 보이는 부분이 특이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발달하지 않았던 1900년대 초, 피아노는 거실에서 벌어지는 살롱 음악의 주역이었다. 악보 출판이 유일한 음악 비지니스 대상이었다고 들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1900년대 초반에 사용된 듯한 업라이트 피아노


다른 박물관처럼 안내책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전시품의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과 흑백 사진, 그리고 몇몇 악기와 축음기가 어우러져서 1930년대 뉴욕 재즈 황금기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의자와 탁자. 마치 한 가족의 응접실에 초대 받은 기분이 든다.


축음기와 인테리어 소품들이 어우러져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느낌을 관람객들에게 준다


한쪽 벽면에는 할렘의 재즈 문화를 설명해주는 일러스트와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가난했었도 음악적 자부심을 명예처럼 갖고 살아 온 흑인 재즈 음악가들의 삶과 생각들이 흑백 사진 너머로 전달되는듯 하다. 



작은 공간 한쪽편에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일부 박물관처럼 전시를 하고 있지만 재즈 관련 행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보면 10분안에도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나와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할렘의 또 다른 음악명소인 아폴로 극장을 찾았다. 아폴로 극장에서는 수요일 저녁마다 '아마추어의 밤' 라는 일종의 음악 콘테스트를 하는데 마이클 잭슨이 1967년 9살의 나이에 잭슨 파이브 멤버로 열린 콘테스트에서 우승해서 유명세를 얻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스티비 원더, 퀸시존스 등 수많은 흑인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발굴되었다. 


꿈을 쫓는 이방인들에게 세계 경제 성장의 용광로와 같았던 뉴욕은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재즈는 화려해보이는 뉴욕의 중심가가 아니라 인종차별로 소외받는 흑인들이 살고 있던 할렘에서 황금시대를 이룬다. 외롭고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음악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삶의 그림자가 짙을수록, 예술의 빛은 더 찬란해지는 역사적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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