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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Jun 28. 2017

슈베르트 탄생과 최후의 집

Vienna - Schubert House

슈베르트와의 추억


몇년 전 백건우의 슈베르트 즉흥곡 연주회를 다녀오면서 즉흥곡과 얽힌 추억을 떠올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의 선율들로 구성되어있는 즉흥곡은 슈베르트 곡 뿐만 아니라 모든 피아노곡에서도 작은 보석 같은 존재이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중 op.90은 총 4개의 곡으로 구성되어있다. 1번은 음악가 출신 노부부의 죽음과 관련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아모르'라는 영화에서 무척 비중있게 삽입되어 그 영화의 사랑과 죽음에 대한 어둡고도 쓸쓸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번은 미끄러지듯이 쏟아지는 오른손 멜로디의 선율이 참 맑고 밝은 곡인데 쉴새없이 속삭이는 시냇물의 흐름과 같은 매력이 있다. 3번은 즉흥곡 중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곡이다.  이 곡은 꿈결같은 사랑의 테마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즉흥곡 3번을 연주해주고 싶었지만 연주 시간이 너무 길고, 연습이 많이 필요해서 다른 곡을 결혼식때 연주했었다. 4번은 초등학교 때 레슨받은 몇 안되는 곡 중에 하나인데, 비슷한 선율의 다양한 변주가 있다. 음악 외에 떠오르는 슈베르트 에피소드는 학창시절 슈베르트의 젊었을 때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클래식 작곡가 중의 최고의 훈남은 슈베트트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슈베르트의 초상화가 아니라고 한다.


                     슈베르트로 오인되어 Sony Music Japan의 슈베르트 CD쟈켓에서도 사용되었던 초상화


https://www.youtube.com/watch?v=KkqDEh-fXVI

꿈결같은 사랑의 테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슈베르트 즉흥곡 op.90 no.3

비엔나에서 만나는 슈베르트


비엔나에는 슈베르트가 탄생했던 집과 사망했던 집이 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그야말로 슈베르트전 생애가 비엔나와 함께 하는 듯다. 국가와 도시간의 이동이 빈번했던 음악가의 직업적인 특징상 고향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드문데 집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슈베르트 탄생의 집을 먼저 찾아갔다. 건물 건처 공터에서 슈베르트의 두상 조각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동그란 안경을 안 쓴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탄생의 집에 거의 다 왔음을 슈베르트가 직접 알려주는 듯 했다.



공터에서 조금만 더 걸으니 비엔나 박물관을 나타내는 오스트리아 국기가 걸려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따로 박물관 안내 표지판이 없기 때문에 국기가 건물에 걸려있지 않으면 정말 건물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슈베르트 탄생의 집 (SCHUBERT GEBURTSHAUS) 는 프란츠 슈베르트가 1797년 1월 31일 태어난 장소이다. 이 곳에서 슈베르트는 5살 무렵까지 살았는데 당시 70명의 사람들이 16개의 분리된 아파트 공간에서 함께 거주한 집이라고 한다. 그 당시 가장 크고 비싼 집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건축학적으로도 의미있는 장소로 생각되었다. 슈베르트의 가족은 그 중에 부엌이 붙어있는 방 한칸에서 생활하였다.



슈베르트가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집의 모습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친필악보, 초상화, 두상, 사용한 악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가장 눈에 뜨인 전시품은 슈베르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둥근 안경이었다.  어떻게 이 안경이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는지 신기하였다.




슈베르트 최후의 집(SCHUBERT STERBEWOHNUNG) 은 트램을 타고 여러 정류장을 지나 탄생의 집과 꽤 떨어진 공간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곳은 입구가 개방되어 있지 않고 초인종을 누르게 되어 있었다!  잘못 누르면 다른 집에 호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모르게 긴장이 되면서도, 슈베르트 집에 놀러가서 '띵동' 초인종을 누르면 슈베르트가 '안뇽!'하고 맞아주는 건가 하는 설레임도 느껴졌다. 버튼을 누르니 물어보지는 않고 바로 문이 띠- 하고 열린다. 터벅터벅 안으로 걸어들어가본다.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도록 되어있었다. 이전에 방문했던 베토벤의 파스콸라티하우스가 생각나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서 찾은 박물관 입구 유리창에 커다랗게 슈베르트의 얼굴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출생의 집과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박물관 안쪽 안내데스크 근처에 있었던 포스터. 오늘날의 거리를 쇼핑백 하나 들고 배회하는 슈베르트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낯설지 않다. 그는 사실 최후를 맞이 한게 아닐지도 몰라.



31살의 슈베르트는 그의 형인 페르디난드의 집이었던 이 집에 1828년 9월 1일 이사하게 된다. 그는 길쪽에 있는 작은 방에서 살았고, 1828년 11월 19일 이 곳에서 이사한지 2년 반만에 장티푸스로 사망한다.



슈베르트의 출생과 최후의 집을 모두 다녀와보니 한층 더 슈베르트와 가까워진 기분이다. 베토벤을 무척 존경했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장례식에서 관을 운구하기도 했고, 베토벤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비엔나의 시립중앙묘지의 베토벤의 옆자리에 묘가 있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은  슈베르트 현악 5중주(String Quintet in C major D.956)의 2악장을 자신의 장례식을 위한 곡으로 연주해 달라고 유언을 남겼고, 바이올리니스트 조셉 선더스(Joseph Saunders)또한 자신의 무덤 비석에 슈베르트 현악 5중주 1악장의 제2 주제-첼로 두 대의 멜로디를 새겨 넣어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임종의 순간에 슈베르트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의 음악적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한다.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어두움을 넘어선 희망을 느껴보자.


https://youtu.be/sk-gzszZd40

첼로 2대가 편성되어‘첼로 퀸텟(Cello Quintet)’이라고도 불리우는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C장조 D.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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