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서 펼쳐치는 대화, 그리고 너와 나의 관계
영화 <더 테이블> 리뷰
대화를 통해 펼쳐지는 관계에 대한 영화
우리에게 카페란 어떤 의미인가. 밥집에서는 먹느라고 못다한 얘기, 술집에서는 시끄럽고 취한 분위기 때문에 하기 어려운 얘기를 카페에서는 가벼운 얘기에서부터 진중한 화제까지 모두 나눌 수 있다. 여기, 작고 조용한 카페의 창가자리에 하루동안 네 쌍의 손님들이 다녀간다. 카페의 테이블에서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보고 듣는 것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스토리이다. 누구나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기에 너무나 일상적인 듯한 이 상황이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영화 더 테이블은 작은 보석상자 같다. 작은 상자에서 큰 물건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작지만 빛나는 순간을 발견한다면 크고 값 비싼 물건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 짧은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듯한 감성있는 연출이 평범한 이야기에 빛을 더한다.
첫번째는 유명연예인이 된 여자와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회사원의 만남을 그린다. 과거의 연인사이었다고해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를 이어갈 것인가. 인터넷에 떠도는 찌라시를 넌지시 화두로 삼아보지만 격리된 관계의 이질성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나타난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어쩌다 하룻밤 사랑을 했지만 여행을 떠난 남자와 다시 만난 여자가 서로 대화한다. 서로를 잘 알지못하는데, 너무 진도가 빠른거 아니냐는 푸념어린 여자의 말에서 헤어진 기간동안의 실망감이 드러난다. 좋아하는 듯, 실망한 듯한 감정의 복합적인 상태가 오고간다. 세번째는 가짜 모녀의 결혼 사기에 대한 준비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가짜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하나의 진실이 밝혀진다. 모든 것이 위선이라도 하나는 진짜라는 사실은 차갑고 계획적인 대화 안에서 따뜻한 감정의 교류를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저녁 시간, 다른 사람의 결혼을 택한 여자가 전 남자친구와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눈다. 아직까지 이 둘은 마음이 남아있는지, 결혼해도 만나면 안되겠냐는 얘기를 나누며 현실과 이상의 길목에서 갈등한다.
영화의 모든 내용이 대화로 진행되는데, 마치 말하는 사람을 관객이 직접 마주앉아 보는 듯이 인물 얼굴의 클로즈업 샷이 많이 쓰인다. 계속 되는 클로즈업 샷인데도 말하는 대상마다 미묘하게 카메라 앵글과 화면 구성이 다르다. 이 덕분에 클로즈업 샷이 그저 인물의 눈코입을 자세히 보기 위함이 아닌, 말하는 사람의 섬세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었다. 흩날리는 꽃 잎, 빗 방울, 따뜻한 차, 아늑한 공간, 그리고 너와 나의 대화. 우리는 오늘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 관계에 따른 대화를 했는가, 대화를 통해 관계가 만들어졌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