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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Sep 10. 2017

역사적 비극 vs 현실적 희극

영화 <아이캔스피크> 리뷰

**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리뷰이며, 영화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는 당의정 같은 영화이다. 제목과 이미지만으로는 할머니가 영어공부로 고군분투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코미디물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중요하게 다룬 영화임을 알게 된다. 할머니가 영어를 그토록 배우고 싶어한 이유는 위안부 때문에 헤어진 미국에 있는 동생과의 대화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친구를 대신해서 위안부 이슈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크게 민원을 많이 내기로 소문난 할머니와 새로 전근온 구청직원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전반부와, 할머니가 위안부였음이 밝혀지며 사회적 이슈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할머니가 위안부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반전 포인트이다. 할머니가 애써 숨겼던 사실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가르킨 구청직원 박민재를 비롯하여 할머니의 모든 지인이 모두 깜짝 놀란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한 이 구조가 매끄럽지는 않다. 희극과 비극이 함게 있는데 모두 설익은 느낌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자연스럽고 흥미로울 수 있는 건 주조연 배우의 호연이다. 능청스럽고 억척스런 동네 할머니에서 역사의 증인으로서 변신하는 할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나문희, 원칙주의자 구청직 이제훈 모두 앙상블을 잘 만들어 낸다. 조연들도 우스갯스러운 대사로 극의 재미를 더하며 감칠맛 나는 역할을 해냈다.


할머니의 미국 연설이 극 중 가장 하이라이트이긴 하지만 '아이 캔 스피크'라고 영어로 만들어진 제목은 핵심 맥락을 너무 포장한 느낌이다. '꼭 할 말이 있습니다' 라기 보다는 '영어를 할 수 있습니다'로 일반적으로 인식된다고 할까.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시도는 보이지만 오히려 잘못 의미가 전달되는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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