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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Oct 26. 2017

깨지기 쉬운 투명함

영화 <유리정원> 리뷰

**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했으며,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유리 정원은 흥미로운 대립구조로 가득찬 영화이다. 과학자인 여주인공 재연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한다. 재연의 집에서 살게되면서 소설적 영감을 받게 되는 소설가 지훈은 나무가 된 인간이라는 소재의 환상 소설을 쓴다. 어릴적부터 한쪽 발이 자라지 않아 절름발이 가 된 재연, 지훈은 한쪽 얼굴이 계속 마비가 되는 증상을 겪는다. 과학과 소설, 치료사와 환자, 교수와 제자, 도시와 숲, 사랑과 배신, 인간과 나무, 삶과 죽음, 실화와 허구, 현실과 환상.. 수 많은 대립 되는 요소들을 초록의 숲에 있는 마법의 약에 뒤섞어 탄생한 이야기 같다. 하나로 정의되기에는 많은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있고, 이 점이 유리 정원의 매력이다.


화면가득 숲속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영상미도 돋보인다. 하지만 결국 '환상'이라는 주제로 귀결되는 스토리를 영상화 하면서 너무 직관적으로 시각화 한 부분은 아쉽다. 특히 사람이 나무로 되는 모습을 정말 사람모양의 나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신체의 일부가 식물의 형태로 변하고 있는 정도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은유적으로 여운을 남기며 이해하게 만들면 더 문학적으로 스토리가 영상미와 함게 더 잘 어우러지지 않았을까. 깊어보이지 않는 물에 갑자기 빠졌는데 죽음으로 이어진다던지, 소설가 친구인 출판사 사장의 자연스럽지 않은 대사처럼 전체 맥락 상 설정은 이해하지만 자연스러운 스토리 흐름처럼 느껴지지 않는 장면들도 있었다.


영화의 타이틀인 유리정원은 투명하기 때문에 그 모든 내부가 그대로 보여지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자, 재연의 숲 속 연구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함과 광기는 종이 한장의 차이이다. 오염되기 쉬운 순수함, 깨지기 쉬운 투명함, 그 상반되는 자성의 이끌림처럼 유리 정원은 초록의 이미지를 보는이에게 여운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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