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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Nov 01. 2017

그 시절, 왠지모를 따뜻함과 그리움

영화 <우리집 멍멍이 진진과 아키다> 리뷰


'우리집 멍멍이 진진과 아키다'의 포스터와 그림을 보고 든 첫 인상은 푸근함이었다. 3D를 넘어 4D로 극현실화를 넘나드는 애니메이션의 트렌드와는 다른, 어릴적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었다. 개를 멍멍이라 부르는 정감 넘치는 제목은 또 어떠한가. 그렇게 막연히 과거의 따스함을 기억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일거라는 기대를 갖고 시사회를 참석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80년대 초 통영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인 진진과 아키다는 주인공 재영이네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이다. 흰색의 대형견으로 진도개 진진과 일본견 아키다는 서로 비슷하게 생겼다. 재영이는 아빠가 자신보다 개를 더 좋아한다는 생각에 진진을 내쫓고, 집 밖으로 나가게 된 진진이 동네 아이를 무는 사건이 생긴다.


스토리 곳곳에서 발견되는 대비되는 요소들이 특별한 긴장감을 갖게 해준다. 극 중 멍멍이가 한마리였다면 좀 더 평면적인 이야기로 발전되었을 것 같은데, 진진과 아키다라는 비슷하면서 다른 존재가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관객을 헷갈리게 하면서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가 좀 더 입체적으로 형성한다. 술주정뱅이 아빠가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재영이와 헤어진 아빠를 그리워하고 찾고싶은 순영이는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가족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결국 화목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서로 같다. 


죽음과 물질에 대해서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엿 볼 수 있는 점도 신선한 재미였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물인 시계를 엿을 사먹기 위해서 팔고, 그 엿을 다시 할머니의 주검에 건네는 모습, 개를 찾기 위해 무작정 부산으로 떠나는 모습은 이성적으로는 낯설고 이해가 안되는 어린이만의 천진난만한 행동이다. 


화면 가득 따뜻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화풍도 보는 내내 정겨움을 안겨주는 이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함과 개성이다. 아웃라인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처리하여 마치 거친 크레용으로 그린 듯한 인상을 남기고, 발가스런 볼의 표현도 요즘 스럽지 않은 소박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게 전개되서 통영의 바다 풍경과 같은 시골의 정경이나 극적으로 중요한 장면에서 대화가 아니라 이미지자체로 전달이 되는 순간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스러우면서도 정감있는 스타일과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강아지는 가족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개체일뿐, 평범한 우리네 가족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의 어린시절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갈등과 불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서로 위로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순간들. 아빠, 엄마, 형제라는 가족의 명칭 이전에 우리는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렇게 단점은 단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인정하고 서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과거로의 추억 여행이라는 점에서 노스텔지아를 느끼게 한다. 힘들었던 순간도 빛바랜 사진첩 안에서는 정겹게 느껴지는 것처럼 과거에 대한 회상 속에서 미소를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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